[행시 국제통상 수석 합격수기] “교과서 정독을 통한 체계 확립이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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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시 국제통상 수석 합격수기] “교과서 정독을 통한 체계 확립이 가장 중요”
  • 이용준
  • 승인 2014.12.08 14: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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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준·2014년 행시 최고령 및 국제통상 수석·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졸업

1. 들어가며
합격수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나중에 반드시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수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학원에 다니지도 않았고, 무료특강을 제외하고는 강의 동영상을 본 적도 없습니다. 또한 면접스터디를 제외하면 스터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지방에 계시다거나 기타 이유로 인하여 혼자 공부를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2. 시기별 준비 과정

(1) 2013년 전반기
캐나다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행정고시에 도전하기로 결정하고 1월 말 귀국하였습니다. 행정법이라는 금시초문의 과목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자 우선 박균성 저(著)를 중고로 구입하여 1독 하였습니다. 그리고 5월 11일 한국사검정 시험일까지 거의 한국사 공부를 하였는데, 특히 6회로 대변되는 초고난이도의 한국사검정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대단히 평이하게 나와서, 지금 생각하면 한국사에 투자한 시간이 좀 아깝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교양 차원에서 한국사에 대한 공부를 체계적으로 한 것은 좋았습니다.

한국사 시험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2차 과목들에 대한 기초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이 당시에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의미를 조금 더 부여하기 위하여 생판 모르는 스페인어를 선택과목으로서 공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영어와는 너무도 다른 스페인어의 관계대명사에 적응을 못하고 고등학교 때 공부하였던 불어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2) 2013년 5월-9월
2차 과목을 준비하였습니다. 행정법은 박균성, 국제법은 김대순와 정인섭, 국제경제학은 김인준 교과서를 정독하였습니다. 2차 과목은 교과서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류준세 행정법 워크북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지만, 워크북만 읽어서 행정법을 이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과서는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하신 교수님들이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논리적으로 체계를 잡아 저술하신 책이므로 그 질에 있어 따라갈 책이 없습니다. 따라서 교과서 정독을 통한 체계 확립이 2차 과목 준비에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과서를 2-3회 정독한 이후에는 강약 조절을 위해 요약집이나 사례집 등을 보았습니다. 신림동에 직접 가서 도서를 구입하기도 하였지만, 왕복 4시간이 넘게 시간을 소요하는 데다가 서점에 실제로 가게 되면 책에 대한 욕심이 너무 많아져서 보지도 않을 책을 구입하게 되므로, 나중에는 인터넷을 통해 책을 구입하였습니다.

(3) 2013년 10월 - 2014년 3월 8일
9월 말에 2013년도 PSAT 자료해석을 시험 삼아 시간 재고 풀어봤는데 60점이 나왔습니다. 그야말로 ‘멘붕’이 왔습니다. PSAT은 원래 1월 즈음에 준비를 시작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PSAT 문제를 접해 본 적이 없어서 시험 삼아 한 번 풀어 본 것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PSAT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2차 과목 공부와 병행하려고 생각하였는데, 기출 문제를 풀어 볼 때마다 점수가 낮게 나와서 PSAT 공부만 전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1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2차 공부를 한 것은 활용할 기회도 없을 테니까요. 다만, 이 기간 중에도 불어는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하려고 하였습니다.

2월 15일에 개최된 입시 PSAT에는 응시하였고, 합격도 하였지만 입시 PSAT에 응시하는 것은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입시 PSAT을 보기 전에 나름대로 PSAT적 마인드를 확립하였다고 자신하였고, 가장 자신이 없던 자료해석 과목에도 자신감이 충만하던 상황이었는데, 행시 PSAT과는 출제방향이 전혀 다른 입시 PSAT에 응시하고 나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실전 감각도 오히려 떨어지는 등 큰 부작용을 겪었습니다. 게다가 3월 8일 행시 PSAT 당일까지도 입시 PSAT으로 인해 떨어진 감각은 회복하지 못하였습니다. 입시 PSAT은 출제방향도, 접근방법도 행시 PSAT과는 다르므로 연습 차원의 입시 PSAT 응시는 신중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4) 2014년 3월-6월
PSAT에 4개월 이상을 투자하고 나니, 2차 과목에 투자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때가 되니 PSAT 공부 전 2차 과목 공부 당시 교과서를 더 정독하지 못한 것이 아쉽더군요. 결국 국제법과 국제경제학은 교과서를 다시 한 번씩 정독하였으나, 엄한 데다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분량상 부담이 적은 국제경제학 교과서로는 김신행 저를 새로이 구입하여 김인준 저와 비교하며 보았습니다.

5월 중순까지는 류준세 워크북 등 요약서 중심으로 2차 과목 공부내용을 환기하고 정리하였습니다. 5월 중순 이후부터 시험 전까지는 매일 답안지를 써보는 방식으로 공부하였습니다. 그런데 하루에 10쪽 이상 답안지를 필기로 쓰는 것은 손목이 너무 아프더군요. 그래서 컴퓨터로 답안지를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로 답안지를 써보는 것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은 많은 분량의 문제를 풀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못지않게 큽니다. 우선 실전에서 손 글씨로 적지 못할 분량을 쓰게 될 경향이 큰데, 이런 습관은 강약조절 등 답안감각을 저해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또한 손목이 아프지 않으니까 만연체 문장을 구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 컴퓨터로만 몇 주간 답안을 써보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못 쓰는 손 글씨가 퇴보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장단점을 감안하시고, 컴퓨터로 답안 연습을 할 것인가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2차 시험을 3주 정도 남겨 놓고는 다시 필기로 답안지를 쓰면서 공부했습니다. 손목이 아픈 것을 고려하여 필기 답안지는 10쪽 이하로 쓰고, 남는 시간은 목차만 잡는 연습을 하면서 2차 시험에 대비하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시험장에 들어가 보니, 손목 아픈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글씨는 날아가지만, 10쪽은 어떻게든 채우게 되더군요.

(5) 2014년 10월 15일 – 11월 14일
10월 14일 2차 발표가 나고, 행시사랑 게시판과 15일 법률저널 면접설명회를 통해 3차 면접 스터디가 구성되었습니다. 국제통상은 2차 합격자가 총 15명밖에 안되는 관계로 모두 통성명을 하고, 지역별로 2개조로 스터디를 구성하여 준비를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고려대에서 진행하는 스터디에 참여하였습니다.

스터디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진행되었고, 협상, PT, 인성면접 모두를 조금씩 매일 하는 것이 우리 팀의 스케줄이었습니다. 매일 만나다 보니, 스터디원들과 금방 친해지게 되었고, 시험장에서도 친한 분들과 협상을 하게 되니 무리 없이 진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팀과의 조인트는 3회 정도 하였고, 이름을 외우고 친해지는 것, 그리고 팀간의 협상 분위기를 가급적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또한 3차 준비기간 중에 많은 합격자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근무를 하시는 바쁜 와중에도 후배 공무원 후보자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해 주시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저도 내년에는 꼭 다른 분들에게 되갚도록 하겠습니다.

3. 과목별 공부방법

(1) PSAT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PSAT 점수는 분명히 향상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쉽다는 2013년도 자료해석을 처음 풀었을 때 60점이 나왔습니다. 커트라인에서 무려 20점 정도가 적게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2014년도 PSAT 점수는 81.66으로 비교적 무난하게 합격하였습니다.

언어논리는 높은 점수대가 형성되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과목입니다. 기본서는 이주섭 저를 보았으나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독해력이라는 것이 이론을 통해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논리 관련하여서는 “리더를 위한 논리훈련”을 보았는데, 이보다는 김우진 강사의 무료특강을 인터넷을 통해서 본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독해력과 관련하여서는 제시문 정도 길이의 글을 읽고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는 연습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PSAT 제시문과 같은 높은 수준의 글을 접하기 쉽지 않으므로, 상황판단 기출 지문 등을 활용하였습니다.

자료해석은 신헌 기본서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헌 강사의 무료특강 역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석치수 강사의 무료특강(PSAT 모의고사 1회 맛보기)도 보았는데, 자료해석에 필요한 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자료해석은 특히 이러한 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저는 야구를 좋아해서 이것을 “타격감”이라고 불렀습니다) 타격감을 기르는데는 어떤 특정 강사의 강의가 필요하다기 보다는,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자료해석은 출제 특성상 실제 문제와 유사한 질의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기 쉽습니다. 따라서 양치기가 주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상황판단은 안정적으로 점수를 획득하기 어려운 과목이며, 저도 75점으로 가장 점수가 낮게 나왔습니다. 상황판단은 문제유형이 정해져 있는 만큼, 풀 문제유형과 건너 뛸 문제유형을 가르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계산비교형 문제에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관계로 이 유형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건너 뛰고 시간이 남으면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전략을 정했습니다. 대신 1번부터 12번, 그리고 21번부터 32번 가량에 배치된 문제들을 다 맞추자는 자세로 문제풀이에 임했습니다. 일부 퀴즈를 제외하면, 상황판단 과목은 이론적 정리가 가능하지 않은 과목입니다. 따라서 기본서나 강의가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저는 회의적 입장입니다. 다만, 일부 상황판단 모강은 문제의 질이 괜찮은 편이므로 시간관리 등을 연습하기 위해 풀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변호사 시험인 LSAT 문제를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풀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퀴즈 연습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PSAT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신감입니다. 특히나 언어논리에서 1번이 답인 것 같은데, 2번도 답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식의 사고는 절대 피하셔야 합니다. 처음 문제를 보고 답으로 지목한 것이 답일 확률이 다시 생각하여 고친 것이 답일 확률보다 훨씬 높습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시험 당일날 컨디션 조절도 중요합니다. 저는 3교시 상황판단 시작 전에 주어지는 휴식시간 중에 밖으로 나가서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들고 잠깐 산책을 했는데, 이것이 피로를 푸는 데 꽤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2교시, 3교시에 시험을 포기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자신을 믿고 조금만 더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당일에는 자기 자신과 시험만을 생각하십시오.

저는 소위 말하는 양치기 전략으로 PSAT 공부를 하였습니다. 특히 자료해석은 모의고사만 30세트도 넘게 풀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못 푼 모의고사 문제지들이 꽤 많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양치기로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신헌 모의고사는 실제 출제경향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어논리나 상황판단 모강은 문제 풀이 관점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시간 관리 등 실전 감각을 연습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출문제 분석 역시 대단히 중요합니다. 출제자가 PSAT을 통해 수험자의 어떤 능력을 측정하려는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제한 없이 문제를 음미하는 것, 다수의 접근 방법 중 가장 빠른 풀이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 특히 언어논리의 경우 기출지문을 활용하여 스스로 다른 문제를 만들고 풀어 보는 것, 모두 중요합니다. 다만, 기출을 모강처럼 시간 재고 여러 번 푸는 것에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입니다. 답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풀이를 반복하면 점수가 오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언어논리의 경우 지문을 제대로 읽지도 않게 됩니다. 저는 실전연습을 위해 기출 한 세트는 시험 직전까지 풀지 않고 아껴두다가 입시 PSAT 응시 직전에 풀어보았습니다.

(2) 행정법
행정법은 어느 교과서를 보셔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박균성 저가 가장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고, 논리적 비약도 가장 적다고 생각합니다. 정리에는 류준세 워크북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의고사 문제는 류준세, 정선균, 김정일, 김기홍 강사의 문제들을 풀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류준세 강사의 문제해설이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다양한 관점의 문제를 접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강사의 모의고사 문제도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행정법은 매년 판례가 쏟아지고 있지만 최신판례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2-3년전 모의고사 문제도 훌륭한 것이 많으므로 중고서점을 이용하면 좋은 문제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해 볼 수 있습니다.

답안작성에 있어서 행정법은 어느 정도 양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핵심만 잘 잡으면 양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문제는 요즘 출제경향이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것을 적은 배점으로 물어보기 때문에 결국 답안지를 꽉 채우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행정법은 첫날이니, 손목이 아플 때까지 10쪽 꽉 채우겠다는 생각으로 쓰시면 될 듯합니다. 학설, 판례, 검토에 있어서는 “검토”에 비중을 두었고, 논리적으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답안지에 현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김동희, 류지태, 박균성 교수님 의견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3) 국제경제학
국제경제학은 기출 경향을 보면 어떤 문제가 나올지 예상이 어느 정도 됩니다. 저는 올해 1번으로 나왔던 무역균형의 수리적 해결 외에도, 발라사-사무엘슨 모형, 무역정책의 부분균형 관련 계산문제, 국제자본이동성 논쟁, BP곡선과IS곡선의 이동폭을 수식으로 비교하는 문제 등을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분야를 꼼꼼히 공부해 두는 것이 기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예를 들면 MRS, MRT, MRT*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의 무역균형의 경우 출제가능성은 낮지만 최소한의 방어를 할 수 있는 만큼은 기억해 두었습니다.

국제경제학 답안은 무엇보다 그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X, Y축을 한꺼번에 그릴 수 있는 갈바마리자 같은 것을 준비하시는 것이 좋겠죠. 답안지에서 10칸 정도 차지하도록 그림을 큼직하게 그리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분량도 확보되니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의고사로서는 김진욱 강사의 ZIP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합니다. ZIP 수준의 답안을 쓸 수 있다면 만점이겠죠. 다만, 시사상식 수준에서 국제경제 현안 정도는 간략하게 알아 두는 것이 답안을 풍성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과서는 김인준, 김신행 저를 모두 보았고, 분량이 적어서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김신행 저의 챕터별 연습문제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Krugman 저 역시 일독 하였습니다만, 딱히 김신행 저에서 빠지는 내용이 없으므로 이 책을 챙겨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제경제학에 있어 미시 및 거시경제학 기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시선호 이론이나 법경제학과 같이 국제경제학 문제로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미거시 교과서를 차분히 일독하는 것은 국제경제학의 기반을 다지는데 있어 대단히 좋은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4) 국제법
국제법은 분량이 방대하고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어 체계 잡기가 어려운 과목입니다. 기본서로는 김대순 저가 방대한 분야를 빠짐없이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정인섭저 역시 체계적으로 잘 저술되어 있어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정인섭 저를 단지 한 번 읽었을 뿐이지만, 김대순 교수와는 다른 관점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김대순 교수님 견해 중에는 국가면제와 국가행위이론의 차이점을 명쾌하게 설명하신 것이 제일 좋았고, 정인섭 교수님 견해 중에는 외교보호 제도에 대한 비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국제법 답안에서는 논리보다 판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판례를 많이 숙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혼자 공부를 하였기 때문에 시도해 보지 못했으나, 수많은 국제법 판례를 스터디원들끼리 나누어 압축정리를 하여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행정법 판례는 이미 수많은 참고서에 잘 정리가 되어 있지만 국제법 판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국제법 답안은 행정법과 달리 10쪽을 다 채우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8쪽 정도를 목표로 했습니다.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 중언부언하는 것은 답안에 대한 인상을 좋지 않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법 답안에서는 행정법처럼 기초적인 내용부터 서술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국가책임초안은 제4조에서 제11조까지에서 행위의 국가귀속성을 다루고 있는데 문제의 사안에서는 제10조 반란단체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서술하면 족하지, 4조에서 11조 내용을 일일히 서술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행정법에서는 과징금이 무엇인지부터 서술을 해야 하죠.

국제경제법은 기본서가 마땅히 없고, 체계 잡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WTO법을 익히고 나서, wto.org에 훌륭하게 정리되어 있는 판례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순 저가 체계잡기에 훌륭하게 되어 있고, 분량도 적어서 여러 번 읽기 좋습니다. 다만 TBT 등 일부 토픽에 대해서는 내용이 심하게 부족하므로 다른 책으로 보충해야 합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국제경제법 문제로 세이프가드가 나왔는데, 사실 2년 연속으로 출제된 영역이라 이번에는 안 나올 것이라고 믿고 최종정리단계에서는 스킵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기억나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쓰긴 했지만, 잘 쓰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국제경제법에서는 제로잉, eco-labelling, 탄소세에 대한 국경세 조정 등 예상문제로 찍고 열심히 준비한 것이 많았는데 결국 답안지에는 보여준 것이 별로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김대순 저로 기초를 다져놓은 것이 있어서 면피라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5) 불어
불어는 불안감이 꽤나 있던 과목이었습니다. 핵심이 되는 단어를 모른다면 한역이고 불역이고 간에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까요. 공부한지가 오래된 언어라, 고등학교 교과서부터 보기 시작하여 차근차근 공부했습니다. 막판에 이경자저 독해를 보면서 시사현안과 관련된 어휘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언어 공부는 “적은 양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공부하는 타 과목들에 비해 다양한 토픽에 관한 글을 읽을 수 있어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므로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편입니다. 즐길 수 있는 과목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4. 규칙적인 생활의 중요성
저는 잠이 많은 편이라, 컨디션 유지를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처음에는 자고 싶을 때까지 아무렇게나 잤습니다. 그러다 보니 계획했던 분량을 공부하지 못하는 날도 생기고, 특히 운동을 빼먹게 되면 심하게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낮잠을 자더라도 아침에는 8시에 일어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습니다. 그러고 나니 아침에 일어나서 자연스럽게 운동부터 시작하는 습관이 어느 정도 체화된 것 같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이 수험준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강을 챙기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5. 몇 가지 질문에 대한 사견

(1) 학원강의가 필요한가?
공부 스타일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시간이라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집중력이 부족하여 강의를 잘 따라가지 못하고, 학원강의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여 일부 무료특강을 제외하고는 강의동영상을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강의를 택할 것인가 혼자 공부하는 것을 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스스로의 스타일에 맞추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2) 글씨
저는 글씨를 쓸 때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가독성도 상당히 떨어져서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백강고시체 서적을 구입하여 연습해 보았으나, 글씨가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은데 계속하는 것이 지겨워져서 그만두었습니다. 엔젤그립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엔젤그립으로 글씨가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일단 엔젤그립을 쓰고 나니, 엔젤그립 없이 손글씨를 쓰는 것은 손목이 무척 아프더군요. 엔젤그립이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어느 정도 제어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펜은 2차 시험이 두 달 정도 남을 당시까지도 하이테크 C를 고집하였습니다. 이 펜을 쓸 때 그나마 글씨가 읽을 만 하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그러다가 행시사랑에서 하이테크 C를 고집하는 것은 초보라는 글을 보고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하이테크 C는 글씨를 빠르게 쓸 수 없는 펜이라는 것이죠. 저는 국제경제학에만 하이테크 C를 쓰고, 다른 과목에는 에너겔 0.7을 사용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글씨는 알아볼 수만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상대적인 이야기입니다. 같은 글씨를 어떤 이는 알아보고, 어떤 이는 못 알아 볼 수도 있으니까요.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채점자로서도 예쁜 글씨에 호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종점수를 보니, 써낸 분량이 적은 과목은 점수가 좋았고, 써낸 분량이 많은 과목은 점수가 안 좋게 나왔습니다. 글씨와 관련이 없다고 보기 힘든 결과입니다.

(3) 매년 갱신되는 교과서를 사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2014년 기준으로, 저의 경우 국제법은 1판, 행정법은 2판, 국제경제학은 1판이 뒤진 판본으로 보았으나 문제가 없었습니다. 김대순 저 17판과 같이 내용이 상당히 보강된 경우에는 새 교과서를 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단지, 저의 경우에는 17판이 나왔을 때에는 이미 교과서를 볼 단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패스하였습니다. 행정법의 경우 정보공개법의 간주거부조항 삭제와 같은 법개정 내용은 체크해 두어야 하겠지요. 신판 교과서를 구입해야 하는가 여부는 행시사랑 게시판에 질문을 하면 대개 해결이 됩니다.

6. 맺음말
저의 공부방법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조금 다른 경우였다고 생각합니다만, 모든 사람들이 같은 환경에서 같은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닌 만큼, 공부방법을 미세조정하는 데에 있어 저의 수기가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방에서 공부하시는 분들, PSAT 점수가 잘 안 오르는 분들, 그리고 학원강의 대신 스스로 공부하는 데에 시간을 좀더 투자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을 맺으며 이 지면을 빌어, 못난 남편 곁을 쭉 지켜준 아내에게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어렵고 병든 노인분들에게 희망을 전하시는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신 어머님께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3차 면접 준비과정에서 스터디룸 예약과 자료 준비 등 많은 도움을 주신 안암팀 스터디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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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 2018-04-18 02:49:48
필력이 굉장히 좋으시네요! 합격수기 자세하게 적어주셔서 감사하고 중간중간 도움 될만한 조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년반만에 수석합격을 이뤄내셔서 대단하신거 같아요. 남다른 두뇌와 재능을 가지고 계신거 같아 저는 이렇게 못하겠지만 저도 저한테 맞는 방법을 잘 찾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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