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인권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각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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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인권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각들 (3)
  • 신희섭
  • 승인 2014.12.0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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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인권문제와 인권문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간섭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일반화를 위해서는 이론적 도움이 필요하다. 국가지도자는 자국 유권자에 대해서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에 현실주의이론이 있었다. 현실주의가 볼 때 인권은 국가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는 타국가의 인권문제에 대해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개입을 거부하는 논리는 중국 자국의 인권문제를 정치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현실주의의 입장과는 다르게 국가들이 타국의 인권이나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인권문제에 대해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은 여러 가지 다른 이론들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입장들 중에서 먼저 다룰 것은 국제사회학파이다. 국제주의 모델(internationalist model)로 불리는 이 입장에서는 인권문제에 대한 개입은 국가들 간의 합의 혹은 규범이 정립된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국제사회가 있다고 보는 국제사회학파는 이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가정들을 가지고 있다. 국제공동체는 본질적으로 국가들의 사회이며 국가들 간의 사회를 NGO나 개인이 보완한다. 개인들은 국제사회에서 부차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개인들의 인권문제 역시 그 자체로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들의 합의와 국가들이 구성한 규범에 따라서 중요성이 결정된다. 즉 국가간의 정해진 약속만큼 인권의 중요성이 결정된다. 이로 인해 인권이 어느 정도 중요한지에 대한 규범들은 특정 국가들 간의 국제사회마다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즉 유럽국가 들이 합의한 정도와 아프리카국가들이 합의한 정도에 따라 인권에 대한 입장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학파에서는 지도자가 ‘국제사회적 책임(international responsibility)’을 져야 한다고 본다. 국가지도자는 국가들이 정한 약속이나 규범을 따를 필요가 있다. 만약 인권과 관련해 인도적 개입에 대한 국제사회적 합의와 규범이 있다면 지도자는 이를 따라야 한다. 국가를 강조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인권과 주권이 충돌할 경우 국제사회학파는 주권을 가진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우선시한다. 그러나 특정국가 내의 중앙정부가 붕괴했거나(소말리아의 사례) 국가를 구성하기 이전의 족적집단의 갈등이 있거나(팔레스타인의 사례) 살인적국가의 등장(보스니아의 사례)에 대해서 국가지도자들은 국제적 책임을 가지고 이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다.

국제사회주의보다 한 걸음 더 나가 인권을 강조하는 입장이 자유주의이다. 자유주의는 다른 말로 세계 시민주의 모델(cosmopolitan model)이라고도 불린다. 모델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 자체를 우주의 구성원으로 보기 때문에 국가보다 인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유주의는 개인이 국가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사회의 근간을 인간으로 본다. 현실주의처럼 국가는 보호자로서 인간을 안전하고 질서를 이루며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경우에 있어서는 국가가 오히려 문제의 본질이 될 수 있다고 자유주의자들은 주장한다.

이 부분에서 현실주의와 철학적 토대를 달리한다. 현실주의는 인간이 가장 적정한 단위의 공동체로 만든 것이 국가이기 때문에 국가에 우선권을 부여한다. 근대가 형성되던 시기 유럽에서 영토를 확보하고 공동체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폭력이 난무하며 주권이라는 명분으로 종교전쟁을 수행하던 시기 나약한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밖에 없었다. 교회도 보호자가 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에 기반을 둔 현실주의와 달리 자유주의는 18세기 유럽의 특수한 경험에서 만들어졌다. 유럽에서 자본주의발전과 이에 따른 새로운 상인층의 등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소유권보호의 논리로 무장한 자유주의가 만들어진 것이다.

자유로운 개인이 국가를 구성하였다는 논리로 무장한 자유주의는 국가를 넘어서는 공동체에 관심이 많다. 토마스 모어와 같이 세계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자유주의사상가들이 대표적이다. 현대의 세계시민주의자들은 국가가 아래로는 NGO와 같은 시민사회로부터 위로는 국제기구로부터 도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권침해가 생긴 문제에 대해 세계시민주의자들은 국가가 개입할 것인지 NGO가 개입할 것인지와 같은 개입의 주체문제 자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자유주의자들은 심각하고 지속적인 인권침해사태에 직면하여 이 문제에 대해 간섭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한다.

자유주의자들은 국가지도자의 책임문제에 대해 ‘인도적 책임 혹은 사해동포적 책임(humanitarian responsibility)’이라는 기준을 제시한다. 국가이전에 인간이 존재한다는 점에 근거하여 세계시민주의자들은 국가지도자에게 인권침해로 피해를 보는 이들의 국적에 관계없이 보편적 인류라는 기준으로 인권문제에 관여할 것을 주장한다.

인권문제와 관련하여 자유주의는 인권과 주권의 충돌의 문제를 정부형태와 관련지어 고려한다. 즉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국가들로 나누어 볼 때 인권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자유와 자기 지배권을 부여하지 않는 비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인 것이다. 비자유주의적인 정치체제에서는 본질적으로 개인에게 부여할 자유와 관련된 천부인권적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런 체제에서 최소한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인민들이 체제에 저항하거나 체제이반이 일어날 경우 이 국가의 정부는 국가들의 기본적인 요구도 보호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체계적으로 인권을 유린할 수 있다.

실제로 독재국가들에서 생겨날 수 있는 중앙정부의 붕괴, 반체제세력과의 내전, 민족이나 인종분규 등은 이 독재체제내의 인민들의 생명과 인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소말리아처럼 중앙정부의 통치능력이 떨어져버린 '실패국가(failed state)'나 르완다와 같이 특정한 계파나 족적집단을 체계적으로 학살하는 '살인적 국가 (murderous state)'는 이런 상황에 처한 국가들을 개념화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있어서 실패국가나 살인적국가의 정당성이 부족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의 주권을 다른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국가들의 국가주권과 대등하게 존중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점에서 주권평등원칙이라는 국가들의 합의는 도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인권문제에 대해 규범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다른 이론으로 구성주의가 있다. 가장 최근에 이론화가 진행되고 있는 구성주의는 정체성(identity)을 통해서 국가들 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국가들이 마치 사람과 같이 상호적으로 자신과 상대방을 규정하는 정체성이라는 것을 가진다. 이런 정체성은 국가 간의 공유되고 있는 문화와 지식 그리고 관습과 같은 규범들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일본과 가지는 배타적인 정체성은 민족주의학습과 국수주의적 문화와 지식인과 언론주도층의 지배적인 담론에 의해서 구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체성이 구축되면 다른 나라의 군사력증대와 달리 일본의 군사력증대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것으로 인식되어 지게 된다. 지식과 관련된 정체성이라는 관념이 상호간의 관계와 이익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구성주의가 볼 때 국제인권은 국가들 간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국가들 간의 규범과 지식체계와 담론이 인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정한다. 구성주의자 알렉산더 웬트는 국가들의 관계는 국가들을 둘러싼 무정부상태를 해석하는 문화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상호적대적인 관계의 홉스적 문화나 상호경쟁자의 관계로 인식하는 로크적인 문화나 상호친구관계로 인식하는 칸트적인 문화에 따라 인권의 중요성여부도 결정되는 것이다. 국가지도자가 타국가의 인권침해에 대처하는 방식 역시 국가간 문화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처럼 국가와 인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이론적 시각은 다양하다. 국가 지도자가 인권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정당화의 근거가 있다. 중요한 것은 국가지도자와 사회가 가진 이론을 구성하고 있는 철학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제기되는 시점에서 한국사회의 북한을 바라보는 철학은 무엇인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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