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68 / 비상장주식 가치평가 2
상태바
감정평가 산책 68 / 비상장주식 가치평가 2
  • 이용훈
  • 승인 2014.12.04 1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밭떼기로 한 해 농사를 일괄 정산하는 기업형 농가는, 평균적인 작황을 기준으로 연 초 계약서를 작성한다. 수확기, 도매상은 트럭 여러 대에 인부를 태워 와 농작물을 거둬들인다. 해마다 실제 수확량과 평균적 작황량은 불일치를 보인다. 미미한 정도라면 다행이고, 격차가 크게 벌이지면 계약 당사자 일방은 손실을 보게 된다. 부동산 과세를 위한 과표금액도 해마다 결정되는데, 소유자와 과세당국 간 협상을 거친 결과물은 아니다. 민간전문가나 공기업의 인력을 투입해 적정 가치를 추계한 결과물을 그대로 인용할 뿐이다. 과표금액을 결정하면서 민원, 곧 조세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첫 단추를 끼면서 시세보다 낮춰 과표금액을 잡았다면 현재 과표금액과 시세의 괴리는 설명이 가능하다. ‘세 부담’ 목소리는 공시가격과 시세와의 괴리를 보정하기 위해 공시가격을 순순히 시세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도록 했다.수 십 년 간 그랬다. 과표금액으로 삼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이런 태생적 흠결을 내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표준지(개별토지)의 공시가격, 표준주택(개별주택)의 공시가격, 공동주택 공시가격, 기준시가 등 과표금액역할을 하는 각종 공시가격은 이처럼 시세 아래 어디쯤엔가 머물러 있다. 정부도 시세 반영비율을 대략 파악하고 있다. 공동주택에 비해 토지와 주택의 과표금액이 낮아 부동산 유형 간 과표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요 몇 년 간 기울였다. 이런 공시가격은 관련 법률에서 ‘적정가격’으로 불리고 있다. 시장가치에 못 미치는 것은 분명한데, 과세를 할 때는 ‘시가’로 인정받는다. 문제는, 부동산의 공시가격이 타 재산 ‘시가’를 결정하는데도 ‘시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비상장주식 평가도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비상장주식의 ‘시가’를 가늠하기 어렵기에 상증법에서 보충적 평가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거래된 결과물을 신뢰성 있는 기관에서 공시하지 않는 이상, 시장 통용 가격 파악은 난망하니 그렇다. 평가방법은 순순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해 결정토록 했으며, 특수한 경우 순자산가치만으로 ‘시가’를 판단한다. 유가증권 중 상장증권 등에 대해서는 2개월 동안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액도 시가로 보도록 하고 있는 점을 보면, 어쨌든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한 결과물도 시가를 추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이어야 한다. 그런데, 순자산가치법은 여러모로 불합리함을 내포하고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이 ‘시가’로 슬쩍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 평가를 담당하는 공인회계사의 경우, 순자산가치 추계 시 부동산은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결산 혹은 가결산 상태의 장부가액인데, 해당 기업이 주기적으로 재평가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장부가액은 취득가격 또는 취득가격에서 감가상각누계액 정도 하락된 수준이다. 특히 토지의 경우 세법상 공시지가를 시가로 인정하고 있어 개별공시지가를 대입해 산출하는데, 그나마 순손익가치와 가중평균하게 되면 시가와의 괴리 정도가 줄어드나, 순자산가치만으로 평가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시가와 공시가격의 괴리만큼 비상장주식은 저평가될 수 밖에 없다. 주위 공인회계사에게 물어보면, 자산 재평가를 거칠 때 지불하게 되는 감정평가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해 세법상 시가로 인정되는 개별공시지가로 에둘러 평가를 마친다는 것이다.

현재 감정평가의 실무적 기준잣대인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24조는 유가증권의 평가 기준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비상장주식(상장주식으로서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등 형성된 시세가 없는 주식을 포함한다)은 해당 회사의 자산·부채 및 자본 항목을 평가하여 수정재무상태표를 작성한 후 기업체의 유·무형의 자산가치(이하 "기업가치"라 한다)에서 부채의 가치를 빼고 산정한 자기자본의 가치를 발행주식 수로 나눌 것’이라고 했는데, 순자산가치법에 의해 평가하도록 한 것이다. 공시가격 혹은 취득가격으로 잡혀 있는 부동산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재평가를 통해 현재가치로 대체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즉, 위 조항은 임의 규정이 아니고 강행규정이다.

현재 비상장주식 평가 규정 및 관행이 위와 같다 보니, 순자산가치법에 의한 결과물은 시가와 괴리돼 있고, 상장증권의 시가 산정 취지와도 동떨어져 있다. 단순히 공시가격을 ‘시가’로 인정해 과세하는 부동산과 달리, 자산의 시가로 비상장주식의 순자산가치를 결정해야 한다면, 내용물인 부동산 가치는 시가로 대체하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현재 주된 평가자인 공인회계사도 재평가를 통해 부동산 등의 장부가격을 시가로 대체할 수 있다면 더 정밀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항소심 단계에서 원고의 소 취하로 종결되긴 했으나, 비상장주식 과세금액을 다툰 1심에서 ‘비상장주식에 대한 감정평가액을 시가로 보지 않는 상증법 시행령 규정은 모법에 반하는 것’이라는 판결문을 확인한 이상, 법률 전문가의 판단을 받아들여 시가를 확인할 수 없는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결정하기 위해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방법를 사용한 감정평가 또는 순자산가치법에 의한 감정평가보고서를 내칠 필요가 없다. 한 발 물러나, 순자산가치는 감정평가사에 의한 재평가를 거친 보고서 결과물을 인용하도록 강제하는 방법도 선택 가능하다.

이에 발맞춰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도 예외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상증법 상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하는 보충적 평가방법을 요구할 경우에는 의뢰인의 요청에 맞게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회계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순손익가치에 대해서는 외부 용역 결과물을 인용할 수 있도록 하면, 감정평가보고서는 한층 신뢰성을 갖추게 된다. 과세 당국 역시 비상장주식의 시가가 현실화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더 정밀하게 하겠다는 취지에 어느 누가 반기를 들 수 있겠는가.

비상장주식 평가에 있어 ‘상증법’과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의 간극은 조금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충분히 메워질 수 있는 틈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