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월호 참사, 인권을 고민하는 법률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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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월호 참사, 인권을 고민하는 법률가들에게
  • 황필규
  • 승인 2014.11.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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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시작은 소박했습니다. 공익인지 인권인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어떻게든 사람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변호사 몇 명이 참사 직후 진도로 달려갑니다. 가족들의 불신과 분노로 도움을 드리려는 시도는 실패합니다. 며칠 후 두 번째로 진도를 방문한 변호사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진도에서 사실상 이미 여러 차례 죽은 가족들을 또 다시 죽게 할 수는 없다, 사건 발생에서 치유까지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돌아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한변협을 중심으로 여러 변호사들이 피해 가족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시작합니다. 조직 운영에 대한 일상적인 자문, 가족 개개인에 대한 법률상담, 언론이나 인터넷상 글로 인한 피해에 대한 법적 대응, 증거보전신청, 국정조사 모니터링 등 진상규명활동, 형사재판에서의 피해자 대리, 특별법안 마련 및 관련 입법추진활동 등등. 일부 변호사들은 민변을 중심으로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춰 진상규명과제를 정리하고 관련 보고서와 단행본을 출판합니다. 그리고 몇몇 변호사들은 인권단체들과 함께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일반인 희생자, 생존자 가족을 만나서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때로는 주도적인, 때로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며 그 한 가운데 공감의 변호사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 과정에서 각종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여러 변호사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4.16 세월호 참사의 현장이나 피해 가족들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이들이었는데, 유병언 일가의 신변잡기에서부터 가족들에 대한 정치적인 평가까지 법과 무관해 보이는 다양한 발언들을 쏟아냅니다. 그 와중에 특별법에 관한 논의와 여야 협상이 길어지고, 여야 합의(그 전의 논의를 일부 부정하며 몇 단계를 건너뛰고 갑자기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여야 ‘야합’이라고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가 이루어지고, 일반인 희생자들이 그 합의에 찬성한 반면, 안산 단원고를 중심으로 한 피해 가족들이 그 합의에 반대합니다. 그동안 4.16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아무 것도 하지 않던 일부 변호사 단체와 몇몇 원로 변호사들은 대한변협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법치주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일부 여론에 휘둘려 편협한 시각”을 가졌다, “일부 여론에 편승하여 분열을 조장”한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시하며 입법만능주의에 기대는 행태”를 보인다며 그동안 피해 가족들과 함께하고자 노력해 온 변호사들을 맹비난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대한변협은 바로 스스로의 활동의 성과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채 위축되어 버립니다.

4.16 세월호 참사는 인권을 고민하는 법률가들에게 많은 화두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단체 등이 많고 배상, 보상, 성금 등 많은 액수의 돈이 이야기되고 피해 가족들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단이라는 현실이 ‘취약한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한다는 인권의 관점에 혼란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4.16 세월호 참사는 위기상황, 특히 누구보다도 절실히 도움을 필요하지만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또한 재난과 위기의 감소, 존엄과 안전이라는 이슈가 결국 좀 더 고민되고 재구성되어야 할 인권의 이슈임을 제기합니다. 다른 급박한 인권상황도 그러하겠지만, 신속한 현장 개입과 신뢰성의 획득의 필요성이라는 중요한 또 하나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피해 가족들 내부적으로는 어떤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어떻게 스스로의 입장을 정리해나갈 것인지, 결속력과 운영의 측면에서 조직의 안정성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내부의 다양한 소집단과 입장에 대하여 소통과 신뢰의 부족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 내부에서 함께하고자 하는 피해자 외의 집단 혹은 개인들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문제도 다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적으로도 정부의 관련 부처들, 여당과 야당,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도움주려고 하거나 함께하려고 하는 다양한 개인과 단체들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고 이를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지 역시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기존 시민사회단체의 틀을 넘어서는 범국민적인 공감대와 네트워크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대국민 설득구조는 얼마나 어떻게 확보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에 따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각 분야 및 개인들의 참여와 공감대의 가능성은 어떻게 가늠할 수 있는지 등의 이슈도 제기됩니다. 조직의 내외부적인 갈등을 어떤 원칙하에 어떻게 조정하고, 여러 위기로부터 어떻게 조직을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는 자문, 소송, 법제개선, 교육, 연구조사 등 다양한 법률활동 형식의 총체적 접근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그 필요성을 확인시켜주는 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개개의 법률활동이 부딪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과 딜레마의 현실태를 제공합니다. 예컨대, 법제개선운동에서 피해자의 입장은 어디까지 반영되어야 하는지, 협상과 타협의 원칙과 한계는 무엇인지, 협상과 대중운동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여야 정치권과의 관계설정의 내용과 형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제기됩니다. 국제기준 및 국제기구, 외국사례, 내외 언론의 활용 등에 대한 전체적인 접근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던져줍니다.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은 그 내용이 무엇이 되었건 결국 색깔론의 프레임에 갇히게 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정치적 및 사회적 환경 속에서 이를 비켜가거나 지연시키면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받고, 입장을 펼칠 공간을 확보하여야 하는 과제가 필연적으로 대두되기도 합니다.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이 참사의 발생에 기여하고, 수습과 치유의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발현되었기 때문에 대의제의 붕괴와 직접민주주의의 발현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큰 고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난과 싸울 의사나 능력이 없는 권력은 가난한 자와 싸우고, 사회적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권력은 책임회피를 위하여 갈등을 조장하고 그 피해자를 갈등유발자로 낙인찍는다고 합니다. 이것이 4.16 세월호 참사와 그 후의 현실 그 자체라면 법률가는 어디까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자문을 하게 됩니다.

재난으로서의 4.16 세월호 참사와 재앙과 같았던 그 이후의 과정에서 많은 변호사들이 보이지 않게 인권, 존엄과 안전을 위해 묵묵히 일하여 왔습니다. 이들이 스스로를, 서로를, 그리고 관련된 모든 분들을 보듬어 안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상처 받지 않고, 이미 받은 상처가 있더라도 함께 치유해가면서.

<공감 뉴스레터 2014년 11월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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