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이시영 시인의“취미”, 통합진보당해산심판 최종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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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이시영 시인의“취미”, 통합진보당해산심판 최종변론
  • 오시영
  • 승인 2014.11.28 11: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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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초겨울로 접어드는 계절, 차가운 기운이 스산하다. 낙엽들도 떨어질 만한 것들은 다 떨어지고, 어차피 떨어져야 할 것들만 남아 그래도 며칠 더 살아보겠다며 나뭇가지를 붙잡고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이미 뿌리로부터 수분공급이 멀어진 것들이, 그래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것들이, 그래도 한여름 세상을 호령하였다며 가녀린 가지에 매달려 춤추는 것을 보면 “그래 그래서 세상은 살아지는 거구나.”싶다. 이시영 시인의 산문시 취미”를 본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남산 중앙정보부, 그곳에 들어가 신원진술서 취미란에 ‘식사’라고 썼다고 치도곤을 당한 유쾌한 학생이 있었다. “뭐 이 새끼 취미가 식사라고? 이 새끼 이거 순 유물론자 아냐?” 그 일로 그는 조사도 받기 전에 밤새도록 수사관 두 명에게 돌아가며 맞았다는데, 가난이 원죄이던 시절 그는 런닝구 바람에 책을 끼고 신당동에서 동숭동까지 걸어 다닌 강골의 고학생이었다.(시집 ‘바다호수’에 수록, 문학동네 2004년 간).

1970년대초 서울대가 동숭동에 있던 시절, 한 가난한 고학생이 신당동에서 동숭동까지 걸어 다니며 끼니 굶기를 밥 먹듯 하면서 공부하던 중 운동권학생으로 몰려 어느 날 중앙정보부에 붙잡혀 끌려가서 정보부 요원이 쓰라고 준 신원진술서의 취미란에 “식사”라고 썼다가 졸지에 유물론자, 다시 말해 공산주의자로 매도되어 조사받기 전부터 몰매를 맞았던, 고문을 당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비판시이다. 끼니를 굶은 사람이, 배고픈 사람이 밥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쓴 것을 유물론자로 몰아버리는 중앙정보부 요원의 무식함과 모든 것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고문하는 폭압적 정권을 반의적으로 폭로하며 사람을 웃게 만들어 버린 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마음 한편으로 찡하니 먹먹해지는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면서 말이다. 모든 것에 유물론을 가져다 붙이면 간첩이 되고 빨갱이가 되었던 시절, 마치 요즘 웬만한 정부비판자에 대해 종북좌파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의 최종변론이 이루어졌다. 선고기일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연내에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석기 의원의 한 모임에서의 황당한 전쟁준비 발언 등이 빌미가 되어 법무부가 통합진보당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북한정권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이석기 의원의 행위는 대한민국 헌법질서를 유린하는 것이고, 이러한 국회의원을 구성원으로 두고 있는 통합진보당 역시 위헌정당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통합진보당은 해산되어야 할 정당이라면서 정당해산신청이 이루어졌고, 헌법재판소가 1년 남짓의 재판 끝에 최종변론에 이른 것이다.

정당해산심판사건의 정부측 대표로 나온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통합진보당이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라고 규정하며,“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정당의 탈을 쓰고 활동하고 있다.”거나,“과거 주사파에서 출발한 이들이 불법적으로 조직을 장악하고 마침내 통합진보당을 북한추정세력의 본거지로 만들었다”는 요지의 최후변론을 하였다. 그러면서 통합진보당이 추구하고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란 실제로는 용공정부 수립과 연방제 통일을 통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고, 통합진보당의 강령 역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당 간부의 간첩 사건, 국회의사당 최루탄 사건 등을 구체적 사례로 언급하면서,“진보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라고 정의하고, 이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야 할 국가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 되므로 위헌정당해산결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안보와 미래를 지켜야 한다고 강변하였다.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의 대리인인 김선수 변호사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활동을 하는 정당이라고 할지라도 직접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자유로운 토론과 여론에 의한 국민의 선택으로 대응하는 것이 관용과 다원성을 기반으로 하는 성숙한 민주사회 방식”이라는 일반론을 주장한 뒤“통합진보당의 목적과 그동안의 활동을 볼 때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 점이 전혀 없으므로 정당해산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 한다.”고 반박하였다. 한편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죄에 대해서는 지난 8월 11일 서울고등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당시 회합 참석자들이 내란 범죄의 구체적 준비방안에 대해 어떤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며,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역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엄격하게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그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선동죄에 대하여는 “지난해 5월 회합 당시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논하는 자리였음이 명백하고 특히 이석기 의원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 죄질이 가장 무겁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법리적으로 “내란선동죄는 반드시 선동 목적인 내란행위의 시기나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는 없으며, 선동 상대방이 가까운 장래에 내란 범죄를 결의, 실행할 개연성이 있으면 인정될 수 있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하여 같이 기소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하였다. 현재 위 형사사건은 대법원에 상고되어 있으며 내년 1월쯤 선고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그 동안 내란음모사건으로 기소되었던 사건으로 1975년에 인혁당 사건과 1980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이 있다. 인혁당 사건은 당시 인혁당 구성원 8명이 내란음모를 획책하였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고 선고 직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2007년에 인혁당 사건이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된 사건으로 밝혀져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내란을 음모하였다는 이유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내란음모사건으로 기소했고 사형선고가 있었지만, 역시 재심을 통해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조작된 사건임이 밝혀져 지난 2004년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한편 이승만 정권은 1958년 대통령후보로 출마까지 하였던 죽산 조봉암 선생에 대하여 북한의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이유로 보안법위반과 간첩죄 등으로 사형선고 후 사형을 집행하였지만, 지난 2011년 재심을 통해 간첩죄 및 국가보안법위반사실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받았다. 결국 이승만 정권 시절, 박정희 정권 시절, 전두환 정권 시절, 가장 대표적인 국가보안법위반 내지 내란음모사건은 모두 조작된 사건으로 밝혀졌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가 집행된 사법살인사건이었다고 할 것이다. 모두 재심을 통해 조작된 사건으로 무죄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번 이석기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날지 아직까지는 알 수가 없다.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판결결과에 의하면 현재까지는 무죄이다. 내란음모죄가 법원에 의해 잠정적일망정 무죄임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진보당을 내란음모 등을 획책하는 위헌정당이라는 법무부의 기소는 조금 무리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그 동안 정부와 통합진보당이 제출한 총 16만 7000여 쪽에 달하는 서면 증거 및 그 동안의 법정 변론을 근거로 위헌정당 여부, 통합진보당의 해산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결론이 나올 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이시영 시인의 시 “취미”에서 보듯, 인혁당사건 및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서 보듯, 내란음모죄라는 것은 일정 지역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사실상 지배권이 박탈되거나 위험시될 정도의 위험성과 현재성이 있을 경우에 범죄가 성립된다고 하겠다. 필자는 이석기 의원의 지난 해 5월의 회합장소에서 있었던 발언 등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황당한 발상에 대하여 도무지 이해할 수 없으며, 현행 관련법을 위반하였다면 이에 상응한 형사처벌도 이루어져야 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당해산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엄격히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져야 하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정당해산이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정부의 합법적 탄압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에게는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고, 그 최종적, 최고 행사의 결론이 정당으로 구현된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통합진보당은 5명의 현역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고, 정당 역시 국민으로부터 어느 정도 지지를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에 과연 그들이 선거를 통해 집권을 꿈꾸는 정당한 정당민주주의자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헌법체계를 부인하는 반국가단체에 준하는 불법단체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엄격한 증거 및 증거재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늦가을빛이 스산하다. 누가 뭐래도 시간은 흐르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여부에 대한 결정은 이루어질 것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국론분열 및 후유증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에 반대적 입장을 표명한다고 해서, 취미를 식사라고 썼다고 해서 유물론자로 몰려 공산주의자 취급을 받거나, 종북좌파로 매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합리적 결정을 기대한다. 낙엽이 지고 있다,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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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청년단 2014-11-29 02:14:09
아 빨갱이들 한번 청소해야지 교수 자리도 나고 변호사 민변 것들로 없어져서 먹고 살만 할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북청년단 2014-11-29 02:14:09
아 빨갱이들 한번 청소해야지 교수 자리도 나고 변호사 민변 것들로 없어져서 먹고 살만 할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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