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인권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각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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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인권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각들 (2)
  • 신희섭
  • 승인 2014.11.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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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근대가 시작되면서 서구 국가들은 국가이성(reason of state)이라는 명분을 들어 국가주권(sovereignty of state)원칙을 구축했다. 황제는 “그 영토에서 최고의 권한을 가진다”라는 로마의 법원을 이용해서 국가들은 각자 주권을 주장하면서 국내정치에 있어 통치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주장하였다. 근대를 이전시대와 구분하는 중요한 원칙이 만들어진 것이다. 즉 국가는 주권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통치할 뿐 아니라 국내문제에 대한 최고권한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또한 주권을 가졌다는 국가의 주권보유에 대해 국가들은 상호간에 인정을 하면서 주권국가간의 평등이 하나의 원칙이 되었다.

근대 이전 시기 국가 통치자들은 자신들 행동의 정당성을 교회에 물어야했다. 사용할 수 있는 힘은 있었지만 그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국가 스스로 설득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국가가 교회로부터 독립되는 절대주의국가가 구성되면서 국가는 사용할 실력뿐 아니라 자신 행동에 대한 명분과 정당성을 스스로 갖추면서 국가권위를 세웠다. 이런 과정에서 국가권한의 대내적인 최고성과 대외적인 독립성을 주권이라는 이름으로 확보한 것이다. 물론 이때 국가라는 이름으로 국왕과 군주들이 주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주권의 구성역사는 이후 민주주의의 역사 속에서 변한다. 국가주권에서 국가가 이제 군주와 귀족으로만 한정되지 않으면서 국가의 구성원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신흥상인 계층으로의 투표권확대는 국가를 운영하는 주체가 다원화되게 만들었다. 노동자계층들과 여성들까지 투표권이 확대되는 1920년대에 이르면 보통선거권이 만들어진다. 이것 역시 국가주권에서 국가의 구성원확대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국가라는 주체내의 구성원은 변화의 역사를 거친 것이다.

지난 시간에 다루었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라는 유엔총회의 권고는 이러한 주권의 변화시각에서 파악할 문제이다. 주권 즉 국가를 보호하는 법적인 외피가 점차 녹아내리듯이 그 배타성의 논리가 약해지면서, 국가를 구성하는 인민이 오히려 국가에 선행하는 것이라는 인권에 대한 논리가 강해지면서 한 국가의 통치와 주권을 바라보는 입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권문제에 대한 시각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은 1991년 이라크에서의 쿠르드족문제이다. 이 문제에서 처음으로 국가주권보다 인권이 더 중요하다면서 인도적 개입이 시작되었다. 탈냉전으로 냉전적인 이년적제약이 사라지자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갈등으로서 종족문제 등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유고, 이라크, 라이베리아, 르완다 등에서 일어난 집단학살(Genocide)과 인종청소(ethnic cleansing)등이 대표적인 인권침해로 부상했다.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권력을 위임받은 중앙정부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착취하고 학살하거나 중앙정부자체가 붕괴되어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냉전의 이데올로기 갈등이 끝나자 터져 나온 새로운 문제로서 인권침해는 국제사회의 정치인과 시민들에게 새로운 각성의 계기가 되었다. 보호자로서의 국가가 아닌 약탈자로서의 국가와 보호 받지 못하는 인간의 권리에 대한 도덕적 각성이 생긴 것이다. 주권평등의 원칙으로 국내문제 불간섭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믿었던 국제체제를 다시 살펴본 이들은 유엔헌장의 시작이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는 것을 새로이 깨달았다. “We the people of the United Nations decide …”.

국가가 아니라 우리 인간이 국제체제를 구성하는 국가보다 선행한다는 점을 각성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국제정치에서 국가들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가정을 깔고 있던 ‘사실과 가치의 분리’와 냉정한 자연과학자의 분석틀과 자세를 가지고 국제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믿음에 일정한 수정이 가해지면서 규범적 접근이 중요하게 부상했다. 국제도덕과 규범에 대한 주장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자유주의계열의 이론들이 한 층 부각되었다.

국제사회는 2005년 유엔총회에서 인도적 개입에 대한 기준과 판단주체에 대한 논란을 줄이고 국제적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국민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을 만들어냈다. 국민보호를 위한 1차적 책임을 국가에 위임하고 이러한 책임을 지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가 이에 대해 보조적으로 책임을 추궁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또한 보호책임이 필요한 경우는 전쟁범죄, 인도에 반하는 죄, 집단학살, 인종청소라는 4가지로 국한시켰다. 그동안 말이 많았던 개입기준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기준에 충족하는지를 판단하는 주체를 안전보장이사회로 한정하는 것에 합의를 하였다. 인권에 대한 인식이 증대하고 타국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에 대한 합의를 내렸다는 점에서 인류는 한 걸음 진일보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설정된 국민보호책임은 2011년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에 저항하는 민주파를 지원하기 위해 처음으로 원용되었다.

그렇다면 타국의 인권문제를 두고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국제정치의 같은 현상을 들여다보더라도 다른 입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정치를 이해하는 관점의 차이 즉 패러다임의 차이에 기인한다. 패러다임마다 인간과 국가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인권과 주권에 대한 평가 역시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4가지의 국제정치이론의 핵심적인 주장들을 살펴보면서 인권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국제정치학의 가장 오랫동안 주류입장을 취하고 있는 현실주의를 살펴본다. 현실주의는 국가를 국제정치의 기본단위로 본다. 인간이 우선이 아니라 국가가 우선이다. 국가가 인간을 보호하고 공동체로서 안보를 확보하고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면서 국가간의 질서를 구축하여 인간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국내정치가 인간들 간의 합의에 의해서 국가라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권위를 인정하면서 상위권위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국제정치는 다르다. 국제정치는 국가 상위권위체를 가지지 않는다. 유엔조차도 국가가 만들고 국가가 주도적으로 운영여부를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국가보다 상위권위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최종권위체이다. 따라서 국가는 다른 권위체를 고려하기 이전에 자국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국제무대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다.

현실주의의 국가주의 모델(statist model)은 인권문제를 원칙적으로 주권국가의 국내관할권으로 인식한다. 국가를 중시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인권은 우선적으로 국가내부의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국가주의자들도 인권이 더 이상 국가만의 배타적인 영역이 아니라는 점과 국가가 더 이상 유일한 국제관계의 행위자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한다. 이것은 이론적 가정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주의자들은 인권이 일차적으로 주권국가의 사법권에 속하는 문제라고 보며 국제관계에서 인권은 주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렇게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권에 대한 정당성여부를 판단할 주체는 전적으로 국가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현실주의는 국가지도자에게 현실적인 문제인 책임에 대해 이야기 한다. 국가주의자들은 지도자가 ‘국가적 책임(national responsibility)’을 가질 것을 권한다. 일국의 국가지도자는 자신에게 표를 던지고 자신에게 권력을 위임한 시민들로 구성된 국내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지도자에게 권력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그 국가의 국민이다. 따라서 국가지도자를 선출하지 않은 타국의 국민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 그런 이유로 국가지도자 타국의 인권침해와 같은 규범에 대해 간섭할 권한도 없고 그래야 할 명분도 없는 것이다. 만약 국가지도자가 타국의 인권에 관여해야 한다면 타국 인권에 의해 자국의 국가이익이나 시민들의 이익이 침해를 받아야 할 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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