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67 / 비상장주식 가치평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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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67 / 비상장주식 가치평가 1
  • 이용훈
  • 승인 2014.11.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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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가치 추계에 있어 가장 뚝심있는 평가방법은 거래사례비교법이다. 시가는 믿을만한 수치라고 통용되고 있으니, 이를 통한 평가액은 시장에서 검증받았다는 공감대가 견고하다. 과세당국 역시 시가를 과표금액으로 잡으려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시장에 좀처럼 노출되지 않는 자산이라면 ‘시가’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까. 증권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과, 주식은 발행되지 않고 권리만 존재하는 권리주(權利株)가 그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권상장법인의 주식과 코스닥상장 법인의 주식 외의 주식을 비상장주식이라고 부르는데, 시장 공감대로 접근하기 어려운 무체재산권 중 하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제 60조에서는 상속 및 증여재산에 대한 시가 과세를 위해, 시가의 정의를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당시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가액으로 하고, 수용가격·공매가격 및 감정가격 등 시가로 인정되는 것’으로 정했다. 이 경우 유가증권 중 상장증권 등에 대해서는 2개월 동안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액도 시가로 보도록 하고 있으나, 비상장주식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동법 시행령 49조는 ‘시가로 인정되는 것’을 상술하고 있는데,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증여인 경우 3개월)이내의 기간 중 매매·감정·수용·경매 또는 공매가 있는 경우 해당 재산에 대한 매매사실(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등 제외), 복수 감정평가업자의 감정가액 평균, 보상가액, 경매가액, 공매가액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 때 비상장주식에 대한 감정가액에 대해서는 유독 ‘시가로 인정되는 것’에서 배제시키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시가로 인정되는 것’으로도 비상장주식의 시가를 가늠하기 어렵기에 해당 법률은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방법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가치평가’가 아닌 ‘개략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동법 시행령 54조는 1주당 순손익가치와 1주당 순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한 가액을 시가로 평가하되, 일반적인 기업은 주당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3:2의 비율로 가중평균하고, 자산 중 부동산 점유율이 50%이상인 부동산 과다보유 기업은 가중평균 비율을 역으로 적용하고 있다. 부동산자산의 비중을 고려해 순자산가치의 기여도를 높인 것. 마지막으로 부동산자산이 80% 이상인 법인, 사업개시 전 법인, 사업개시후 3년 미만인 법인, 휴폐업중인 법인, 직전 3개년 연속 결손법인 등, 순손익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는 1주당 순자산가치로만 비상장주식의 시가를 평가하도록 했다. 특정 회사의 비상장주식을 평가하기 위해 해당 기업이 보유한 순 자산을 확인하는 과정 중 또 다른 회사의 비상장주식을 취득한 상태였다면, 보충적 평가를 두 번 해야 한다. 보유한 비상장주식의 시가를 먼저 평가해 회사의 순자산가치가 결정돼야 순손익가치와 가중평균해 평가 대상 비상장주식의 시가가 최종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보충적 평가방법은 기업의 순손익과 순자산이 비상장주식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전제한다. 물론, 어느 누구라도 기업의 수익성과 자산 규모를 염두에 두지 않고 주식을 취득하지는 않는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순이익 규모가 상당하든지, 알짜배기 보유 자산이 있을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전자를 ‘가치주’, 후자를 ‘자산주’로 분류한다. 특정 회사의 재무상태표에 근거해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통상 공인회계사가 비상장주식 평가를 담당하고 있다. 회사주식을 상속증여하거나 자사주의 매입과 지분이동 시 비상장주식 시가 산정 수요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증여재산의 시가를 주식 발행 액면가로 신고했다가, 과세당국이 위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재 산정해 증여세를 중과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해당 전문가는 이런 극단적인 사례를 언급하며, 세무 컨설팅을 제안할 것이다.

2013년 행정법원 판례(사건번호 2012구합 19977)가 나와, 당시 감정평가업계가 한껏 고무된 적이 있다. 해당 판결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상증법은 재산의 가액에 대해 시가주의 원칙을 선언하고, 시가로 인정되는 가액에서 비상장주식에 대한 감정가액을 제외하고 기업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근거로 한 보충적 평가방법만 인정하고 있음.
2.현행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방법은 단순·획일적으로 기업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근거로 해 산출되는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의 단순 가중 평균 방식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데, 몇 가지 공식만으로 비상장주식의 시가를 모두 적정하게 산출해 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비상장주식에 대한 산정방법의 다양성과 탄력성을 포용하는 것이 바람직함.
3.상증법이 비상장주식의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되는 가액에서 배제하는 어떠한 내용도 담고 있지 않는데, 대통령령이 이에 역행해 비상장주식의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되는 가액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모법의 위임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배된 것으로 무효임.

결국, 왜 법률에서 ‘시가’의 범위에 감정평가액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데, 시행령에서 모법의 위임을 벗어나 이를 제외시켰느냐, 현재의 보충적 평가방법도 완벽하지 않은 하나의 산정 방법이기에 합리적인 사유가 있으면 다른 산정방법에 의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추정컨대, 과세처분을 받은 납세자는 비상장주식의 감정평가액보다 훨씬 높은 과표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된 세금을 다투다,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방법을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감정평가액을 ‘시가’로 인정하지 않는 상증법 시행령을 공격했을 것이다. 위 판결은 원고의 주장이 맞다고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원고가 소를 취하해 이 판결은 확정판결의 자격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피고인 특정 세무서가 판결 내용에 따라 이전 과세처분을 철회하고 새로운 재처분을 통해 원고의 입맞에 맞는 세금을 부과하면서, 원고는 자연스레 소를 취하했을 것이다.

위 판결이 소개되기 전까지 감정평가업계는 비상장주식 평가를 원천봉쇄하는, 상증법 시행령이 구축한 거대한 콘크리트벽에 막혀 못 먹는 감 쳐다보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행정법원에서 위 진입장벽이 위법하다고 판시했으니, 얼마나 쾌재를 불렀겠는가. 그러나 입법론까지 나아갈 수 있는 확정판결을 손에 넣지 못했으니, 다 된 밥에 코 빠진 격이다. 원고의 소 취하 전 판결 취지를 적극 원용하여 입법 노력에 나서지 못한 건 분명 실기(失期)했다고 인정해야 한다.

당분간 비상장주식 평가는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시가를 결정할 것이고, 이를 평가하는 업무 역시 감정평가사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상증법 상 이런 보충적인 평가방법이 명백히 있음에도 비상장주식에 대한 감정평가 기준을 담고 있는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이하 ‘감칙’) 제 24조는 비상장주식을 평가할 때 순자산가치법에 의하도록 외길을 만들었다. 어차피 감정평가액이 ‘시가’로 인정받지 못하니, 굳이 상증법과 괴리되는 규정을 손 볼 동기를 불러 일으킬 필요가 있을까. 문제는 상증법 상 순자산가치로만 평가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현재의 평가방법은 ‘감칙’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점이다. ‘시가’를 산정한다고 해 놓고 케케묵은 ‘장부가’를 슬쩍 갖다 쓰고 태연한 척 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회계에 정통한 감정평가사가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감정평가서를 꾸미면 ‘감칙’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피하지 못한다. 이 괴리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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