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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잘못된 ‘무더기 과락’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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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잘못된 ‘무더기 과락’ 사태
  • 법률저널
  • 승인 2003.12.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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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제45회 사법시험 2차시험 합격자 발표로 수험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합격선이 42.64점에다 ‘면과락 합격’이라는 사상 초유의 과락 사태로 선발예정인원도 못 채웠기 때문이다. 당초 수험가에서 올해 특정 과목에서 예상을 벗어난 문제가 출제돼 합격선이 예년보다 떨어지고 어느 정도 과락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한 터이지만 5천12명의 응시자 가운데 82%에 달하는 4천107명이 과락으로 불합격했다는 결과에 수험생들은 모든 것을 앗기고 넋을 잃은 모습니다. 

전례가 없는 ‘무더기 과락’ 사태에 대해 법무부는 해마다 선발인원 증가로 인해 평균 점수가 떨어지고 과락률이 상승하는 등 응시생들의 실력이 저하되는 추세이고, 1차시험 경쟁률이 높아지고 출제수준이 높아져 감에 따라 응시자들이 1차시험 준비에 치중함으로써 상대적으로 2차시험 대비가 부족한 실정인데다 최근 2차시험 출제위원들이 학원가 예상문제 등을 배제하고 기본 이론에 충실한 문제 위주로 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응시생들이 기본 교과서를 중심으로 체계적, 입체적 공부를 하기보다는 예상문제 중심의 요약서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법학전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과락자가 속출했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법무부의 이유에 일면 타당하지만 수험생들의 실력저하 탓으로만 이 문제를 덮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우리는 법무부의 이런 안이한 인식에 단순히 야박하기보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법무부나 출제위원들은 법령에 정한대로 했을 뿐이라며 나름대로 할 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정당하다 해서 무엇이든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법적 정당성보다 상식과 부합 여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응시생들의 과락률이 일반적으로 60%대에 이르던 것이 80%에 달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다. 그것도 특정 과목에 쏠려 있는 경우라면 상식 있는 수험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일인가.

우리는 이와같은 사태를 예견하고 현행 2차시험의 문제점에 대해 본란을 통해 수차례 지적을 했는데도 법무부가 얼마나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우선, 과락제도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락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그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수험생들도 수긍하는 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락기준과 합격선간의 합리적인 연관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현재의 합격선이 50점을 밑돌고 있는 현실에서 40점의 과락기준은 합리적인 연관성이 결여된 너무나 치명적인 수단으로 누구도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결국 낮은 합격선에 높은 과락기준이 오히려 고른 학식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려는 과락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운좋은 사람이 합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은 그 개선책을 끊임없이 촉구해왔다. 그런데도 올해는 오히려 과락제도 자체가 시험 전체의 평가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조건이 되었다는 사실에 수험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수험생들이 마땅히 알아야할 2차시험에 대한 정보도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는 점이다. 발표후 채점이나 과락과 관련된 갖가지 루머들이 봇물을 이루는 등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시험결과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탓이다. 채점에 대한 수험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취재하면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일부 채점위원의 독선과 오만함에 아연할 뿐이다. 채점위원들은 채점에 관한 전권을 부여받은 만큼 수험생들의 알권리에 답할 의무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법무부도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무차별적인 제한에 수험생들의 알권리는 뒷전이다. 현재 변리사나 법무사 등 여타 시험에서 2차시험 관련된 정보의 공개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법무부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져 실력 있는 사람을 가려내야 하는 시험이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여지가 많다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무부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 적
극적으로 임해 주길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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