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희망의 사다리, 사법시험 존치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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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희망의 사다리, 사법시험 존치 꼭 필요하다
  • 법률저널
  • 승인 2014.11.21 11:22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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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2014년도 제56회 사법시험 최종 합격자가 발표됐다. 합격의 영예를 안은 인원은 지난해보다 102명이 줄어든 204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합격자의 면면은 다양했다. 합격자 1명 이상 배출한 대학이 31개에 달했다. 그동안 독식해 왔던 서울대 등 소위 ‘SKY’ 대학의 비율이 급격히 줄고 배출 대학이 다양해진 점이다. 여성 합격자도 33%를 차지했으며 법학 비전공자도 거의 20%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연소화(年少化)되고 있는 로스쿨과는 달리 대졸 이상 비율이 크게 증가하면서 덩달아 합격자의 평균 연령도 30.15세로 더욱 높아졌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로스쿨 체제에서는 나오기 힘든 학벌을 뛰어넘은 아름다운 반란이 적지 않았다. 실업계 고교, 대학 진학 포기, 식당 취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만학도가 사법시험에 합격해 잔잔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주인공은 영산대 법학대학 4학년 이정미(29·여)씨이다. 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합격자 숫자를 대폭 줄이고 있는 가운데 이정미씨의 이번 사법시험 합격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씨의 사례는 고진감래라는 경구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사시 합격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주인공이 명문 외고나 일반고교 출신도 아니며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입학한 사람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요즘처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올인하는 시절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던 여성이다. 중3 사춘기 때 방황하기 시작해 ‘왜 공부해야 하는지, 왜 대학 진학을 해야 하는지’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는 2004년 2월 실업계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부산시내에 있는 한 외식업체에 취업해 홀서비스 업무를 담당했다. 온갖 손님을 상대하면서 2년 동안 근무하며 때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뒤늦게 자각했다. 2006년 한 해 동안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부한 끝에 2007학년도 수능을 거쳐 부산 영산대 법률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불안한 직장과 적은 급여 등 주변 환경에 한계를 느낀 그녀가 선택한 길은 대학 진학이었다. 그녀가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한 마디로 인생역전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씨는 “따지고 보니, 저에게 별 경쟁력이 없더군요.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손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었어요. 무엇보다도 남은 인생이 캄캄한 암흑천지가 되는 것 같아 불안감이 컸고, 그에 따른 절실함으로 끈기있게 시작하게 된 것이죠”라고 말했다.

또 슈퍼모델 출신 이진영씨(38·여)가 합격해 관심을 끌었다. 1997년 슈퍼모델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던 이진영씨도 여성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204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더욱이 이씨는 법학 전공자가 아닌 영문학 전공자로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한 끝에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모델 출신 이진영씨 외에도 이번 사법시험에서는 현직 경찰관이 수석으로 합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주경야독 끝에 수석까지 꿰찬 김신호 경위는 3년 4개월 동안 매일 오전 5시에 경찰서에 출근해 업무시작 전까지, 업무가 끝난 뒤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하루 평균 9시간씩 책과 씨름했다. 이 경위뿐 아니라 여럿명의 현직 경찰관이 이번 시험에 당당히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이같이 주경야독으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막히게 된다.

사법시험은 이처럼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12남매 중에서 10남매로 넉넉하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정 총리는 낮에는 초등학교 교사로, 밤에는 야간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사법시험에 합격해 총리직까지 올랐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앞으로 국무총리 정홍원을 볼 수 없을 것이다. 18일 국회에서 ‘희망의 사다리-사법시험 존치 필요성’이라는 토론회를 주최한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도 불도저 운전수의 아들로 태어났다며 대한민국은 불도저 운전수 아들이든 환경미화원의 딸이든 누구나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역시 벽촌에서 태어나 고교 아간부와 법대 야간부에 편입하는 등 주경야독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주인공이다.

불행히도 희망의 사다리였던 사법시험 폐지가 목전에 있다. 로스쿨은 등록금이 비싸고 다른 일과 병행하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누구에게나 법조인이 될 공정한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사법시험은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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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2014-11-24 19:36:26
맞는 말씀입니다. 사법시험의 유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55회 2014-11-21 19:36:21
사법시험이라는 제도가 없었으면, 아버지께서 변호사가 되셨을법도 만무하고, 글에 나온 정홍원 국무총리 포함 수 많은 현직 법조인들이 아마 지금과는 판이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사법시험이 없었다면 노무현이라는 고졸 출신 변호사가 대통령이 되고 그 대통령이 사법시험을 다시 폐지할 일도 없었겠지. 도대체 이런 사다리를 치워버리려는 이유가 뭔가? 국회의 위정자들은 이 점에 음미를 요한다.

55회 2014-11-21 19:33:10
우리 아버지께서도 시골 섬마을 8남매 장남으로 태어나셨다. 듣기로는 당연히 찢어지게 가난했었고, 그 때 당시 동생들에게 한 숟갈의 밥이라도 더 주고자 본인은 아침을 굶으셨던 습관이 환갑을 앞두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할아버지께서는 장남인 아버지를 어떻게든 대학에 보내고 싶으셨고, 그런 기대에 부응해 아버지께서는 법과대학에 진학하고 각고의 노력끝에 사법시험의 뜻을 이루셨다.

jini 2014-11-21 16:58:33
사법시험이 계속되어 만학도나 늦게 눈을뜬 굼뱅이들도 정말 꿈을 이룰 수 있는 꿈의 사다리가 계속 지속되어 꿈에 나라로 이어지길 바람니다!

50대 2014-11-24 19:36:26
맞는 말씀입니다. 사법시험의 유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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