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인권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각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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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인권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각들 (1)
  • 신희섭
  • 승인 2014.11.2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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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2014년 11월 18일 유엔총회 제 3 위원회는 북한의 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들어 이 문제를 안보리가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2005년 들어 처음 유엔총회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매년 결의안이 채택되어 왔고 이번이 9번째로 그 중에서도 가장 강도가 높은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2005년 이후에 2012년과 2013년에는 컨센서스로 결의안을 채택했다. 모든 국가들의 의견일치로 합의를 본 이 두 해를 제외하면 매년 표결이 이뤄졌고 압도적인 찬성으로 결의안이 가결되어 왔다.

하지만 북한인권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악화되어왔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더욱 강하게 북한 인권문제를 문제시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지난 2월에 발표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는 북한 내 인권 침해가 ‘반인도적인 범죄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내전 등의 심각한 사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침해를 반인도적인 범죄수준으로 본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책임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며 이를 강제하기 위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가 이 문제를 다룰 것을 권고했다.

이번 결의안은 유럽연합과 일본이 주도하였다. 이 결의안에 대해 이번 3위원회는 토의를 4시간이나 했다고 한다. 수정안을 통해 결의를 거부한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라는 개별국가를 타겟으로 하는 인권결의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거나, 이번 결의안이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공격용으로 사용될 빌미를 준다거나, 북한 자체가 변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방안이나 인권관련 유엔의 특별보고관을 파견하는 방안을 사용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논리가 북한인권결의안을 거부하는 국가들의 논리였다. 쿠바가 주도한 수정안은 표결에 붙여졌고 찬성 40표, 반대 77표, 기권 50표로 부결됐다. 상당한 수의 국가들이 북한 인권결의안 통과를 거부하였다. 하지만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아야 하는 규칙에 의거하여 수정안은 부결되었다. 이어 유럽연합과 일본이 제안한 원안이 표결되었고 그 결과는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보면 쿠바의 수정안을 찬성한 국가들 40개국에서 상당수가 원안에 대해서 명확히 반대를 하지 않았고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권이 5개국으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원안에 반대한 19개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외교적 노력이 수정안을 불어왔겠지만 그 성과는 거기가 끝이었다.

국제사회가 문제 삼고 있는 북한인권 내용은 광범위하다. 고문, 공개처형, 불법적·자의적 구금, 공정한 재판보장 및 사법부 독립 등 적법한 절차와 법치의 부재, 불법적·자의적 처형,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인한 사형선고, 연좌제, 강제노동을 포함한 가혹하고 비인도적이며 모멸적인 처우나 처벌. 광범위하게 실재하는 정치범 수용소 체제. 주민에 대한 강제송환이나 국내이동·국외여행의 제한. 추방 또는 북한으로 송환된 난민, 망명 희망자들의 상황. 사상·양심·종교·신념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통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침해와 이로 인한 기아, 영양실조 등 건강문제. 여성과 아동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침해. 장애인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침해.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침해. 주민을 계층화시키는 '성분' 제도에 따른 차별. 외국인을 포함한 사람들에 대한 조직적 납치, 본국송환 거부, 강제 실종.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점과 유엔특별보고관의 지시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과 책임자를 처벌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 이번 결의안을 가장 강경한 입장으로 만들었다. 편하게 이야기 하자면 괘씸죄에 걸려 일이 더 커진 것이다. 실제 과거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유엔인권특별보고관이 만들어지고 북한의 인권실태조사를 요구했을 때 마다 북한은 번번이 거부를 했다.

물론 중국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반대를 했다. 중국의 입장은 인권문제가 정치적 사안이 되지 말아야하기 때문에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한 최고의 정치기관인 안보리를 인권문제해결을 위한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이 제 3 세계의 큰 형 노릇을 하면서 이들의 인권과 정치적 상황을 문화적 특수성으로 간주하여 유엔 내에서 인권을 서구의 기준으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것을 거부했던 역사를 들여다 볼 때 충분히 예상되는 대응이다. 게다가 중국 역시 서구적 시각에서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공개처형제도와 같은 비인도적인 처벌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신장-위구르지역문제와 티베트문제와 같은 인권과 정치적 이슈가 혼재되어 있는 내부적인 이슈를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중국은 선뜻 인권문제를 보편화하고 국제사회의 이슈로 만들기를 꺼린다.

중국의 명확한 거부는 총회가 북한 결의안을 안보리에 상정해도 안보리에서 거부당해 결의가 채택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중국은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고 상임이사국의 거부는 결의채택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안보리가 북한의 책임자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우고 단죄를 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입장을 급하게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주 명확하게도 중국의 거부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가지 않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즉각적으로 결의안을 거부하고 비난했다. 유엔회의에 참석한 북한 최명남 외무성부국장은 이것이 자국의 정치체제와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미국의 정치적 음모이자 모략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마이웨이를 주장하며 결의안 채택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협박도 빠뜨리지 않았다. 또한 “미국의 적대행위가 새로운 핵 시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조건에서 미국의 무력간섭, 무력침공 책동에 대처한 우리의 전쟁억제력은 무제한하게 강화될 것”이라는 언급으로 향후 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해 도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북한의 이러한 발언 역시도 과거에도 늘 있어왔던 것이라 새로울 것은 없어 보인다. 늘 짖는 개는 도둑을 지킬 수 없는 법이다.

최근 북한의 행동들을 볼 때 북한이 이 결의안 채택을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은 11월 초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억류 중이던 미국인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를 전격적으로 석방하였다. 북한은 가지고 있던 카드를 활용해서 미국과의 대화 물꼬를 트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국제적인 경제제재로 경화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과의 물밑접촉을 통해서 경제지원을 상당시간동안 논의하고 있었다. 북일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일본인 납치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북한은 모종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김정은 집권이후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와 별개로 러시아에 밀착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11월 18일 최룡해 노동당비서가 러시아에 특사자격으로 방문을 하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북한은 어려운 경제난을 해결하고 새로운 정권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사활적으로 대외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확실하다. 하지만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엄중한 경고는 북한의 이러한 외교적시도가 결코 쉽게 성공할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인권은 21세기 점차 더 많은 나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규범이 되어가고 있다. 국가들 중심의 국제체제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이루고 있는 구성단위인 인간의 권리에 대한 존엄성이 무시당하기 어렵게 되어 가고 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이념상 보편적 지위를 얻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은 점차 규범으로서 경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국가이익만을 챙기면서 국가의 구성원인 주민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 정당화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확고하게 인권은 정치문제이다. 대한민국정부가 인권의 보편적원리를 명분으로 북한에 대해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이다.

다음 시간은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이론적 관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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