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65 / 오피스빌딩 가치추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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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65 / 오피스빌딩 가치추계 2
  • 이용훈
  • 승인 2014.11.2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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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장모님이 음식 좀 만든다 싶으면, 아내가 쪼르르 달려와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제발 이번에는 먹을 만큼만 하자는 신신당부다. 평소 과일 샐러드를 즐겨 먹는 필자도 장모님의 큰 손에 기겁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늦게 퇴근해 간식거리 없을까 냉장실을 열었다가 집채만한 과일샐러드의 풍채에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5~6인은 너끈히 같이 나눠 먹을 정도의 수북함이었다. 아내 역시 과일 간식비용을 주식 비용 버금가게 지출한다고 노상 성화다. 결코, 먹는데 아낌 없이 돈 쓸 만큼 풍족한 가계살림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저 지갑이 아닌 마음이 부유한 탓이라고밖에.

몇 해 전부터 줄곧 국내 부동산에 입질하는 중국 투자자 소식이 들린다. 2009년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부동산투자이민제도와 무관치 않다. 2010년 제주를 시작으로 이듬해 인천 청라국제도시 등 5개 지역(6곳)으로 확대된 이 제도는 2018년까지 시행되며, 타 지역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이 제주도에선 일말의 성과를 냈다. 우리 돈 5억 원 이상을 제주 휴양 콘도미니엄에 투자할 경우 거주비자를 발급해 주고 5년 경과 시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에 외국 투자자가 호응한 것이다. 1조 가까이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고 한다. 요즘은 인천 송도와 청라가 이 제도의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관광용 부동산 콘도 외에 미분양주택 구매시에도 동일한 혜택을 부여하면서, 이 지역 내 분양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것. 제주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곳에서도 ‘큰 손’은 중국인이다. 인두(人頭)는 무시 못한다. 바글바글한 만큼 투자 여력이 있는 자산가도 많지 않겠는가.

큰 손 투자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중국 자본이 국내 오피스 빌딩 매입에도 심심치 않게 뛰어든다. 제주도에선 외국인 중 워낙 독보적인 투자자였는데, 고용창출 및 관련산업 활성화의 순기능이 있다고 평가받기도 했지만 난개발 및 문화적 정체성 훼손의 우려가 있다는 역기능을 지적받은바 있다. 오피스빌딩 투자에서도 명암이 공존한다. 일단 오피스빌딩 매물이 시장에 적체되는 것을 해소해 주는 순기능이 있다. 투자자가 자신이 직접 혹은 새로운 임차자를 발굴해 공간을 채운다면 공실률 감소에 기여해 종국적으로 임대료 하방경직성을 구축해 줄 것이나 임대수익이나 매각차익을 노리고 접근했음이 뻔해 오피스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몸값 천 억 원을 거뜬히 넘은 재고를 해소해 줄 투자자는 쉬이 나타나지 않는다. 매물을 제 때 소화해 주는 것 만으로 적어도 시장이 축 처지는 것은 완충해 준다. 역기능은 매입가격이 종종 시장가격과 괴리되면서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괜히 큰 손이겠는가. 꼭 사고 싶은 오피스 빌딩이 출회되면 매물가격을 알아보고 남들처럼 매도자와 지루한 줄다리기에 나서지 않는다. 오히려 매도희망가에 선심성 웃돈을 얹어 편히 구입한다. 비싸게 산 게 뭐 문제될 게 있을까 싶어도, 매도자의 눈높이를 높이는 것이 일단 문제다. 그리고 임대수입은 고정돼 있는데 매입가격이 뛰었으니 투자수익률 통계치를 조금이라도 끌어 내린다.

국내 연기금이 해외 오피스 빌딩 투자로 상당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투자에 앞서 오피스 빌딩 가치를 추계해 봤을 것이다. 부동산 펀드 또는 리츠로 구입한 오피스 빌딩 임대수익을 배당할 때도 배당률은 고정돼 있으니, 현재 자산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 AMC(자산관리회사)가 오피스빌딩 매각에 나서게 되면 매각금액 책정을 위해 감정평가를 필요로 한다. 매 분기 국토교통부가 조사·발표하는 오피스빌딩 투자수익률 추계를 위해서도 표본 빌딩의 가치 평가는 필수적이다. 여러 이유로 오피스 빌딩 감정평가 수요가 적지 않게 등장한다.

자산의 특성에 따라 가치평가방법은 크게 개별평가와 일괄평가로 나뉜다. 부품의 값을 다 합하면 완성품이 된다는 논리가 개별평가, 묶음째로 가격을 내면 일괄평가가 된다. 땅은 얼마, 건물은 얼마, 기계는 얼마 이런 식의 접근방법이 있는데 반해, 건물과 토지지분을 묶어 아파트 한 채 얼마 하는 판단도 가능하다. 물건의 특성 못지 않게 시장의 거래관행 역시 개별, 일괄 평가의 적용 잣대가 된다. 따로 가격을 매기는 사람이 없고 낱개로 판매하지 않는다면 한 묶음의 가격을 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오피스 빌딩을 개별평가한다면 토지가치와 건물가치를 더하게 된다. 이 경우 개별평가는 곧 비용접근법이다. 중심업무지구 내 빈 땅을 구입해서 낡아 있는 상태의 건물을 올려 놓고, 토지 적정 구입가와 노후 오피스 건물 값을 합산하게 된다. 그런데 감정평가하는 입장에서 이런 식의 접근에는 적지 않은 고충이 있다. 일단 고층 건물을 올릴 만한 빈 땅 매매사례 포착이 여의치 않다. 고층 빌딩 숲 속에서 이 하나 빠진 듯 홀로 키 작은 채로 남아 있던 오래 된 건물을 헐고 새로 짓는 경우가 아니라면, 오피스 빌딩 부지만의 매매는 찾기 힘들다. 설혹 그런 사례를 천신만고 끝에 찾아내 토지 가치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낡은 건물값을 더했을 때 최종 평가액은 예상했던 것보다 한참 낮은 가격이 되기 일쑤다. 투하비용이 매수자 입장에서 상한선, 매도자 입장에서 하한선의 매매금액이라고 보는 비용접근법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장 참가자의 기대 수준이 비용집계액을 상당부분 웃돌기 때문이다. 마치 아파트 개발사업에서 토지구입가, 도급공사비 등의 원가 누계와 분양 총액의 괴리를 보는 듯하다. 분양차익 성격인 시장 프리미엄이 오피스 빌딩 원가에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평가의 이런 어려움, 낱개가 아닌 묶음으로 거래되는 관행이 더해져 자연스레 오피스빌딩은 일괄로 평가된다. 일괄로 평가될 때 시장접근법과 수익접근법 어느 것이나 무방하다. 시장접근법은 건물 연면적 단위로 거래 단가를 추계한다. 테헤란로 빌딩 숲 속 내 오피스라면 규모에 따른 격차가 있지만 요즘 2,000~2,200만 원/3.3제곱미터(건물연면적)에 형성돼 있다. 얼마나 간편한가. 평균적인 이런 가격 수준에서 입지와 건물, 시설의 양부 곧 대상 오피스빌딩의 유·불리한 특성을 고려해 거래 가능한 단가를 보정하는 것이다. 오피스 빌딩의 매매사례를 확보하고 건물 연면적 당 거래단가를 뽑아내 도면에 쭉 깔아보면 된다. 격차 보정의 정도 역시 시장참가자의 안목에 근접한 시각이면 족하다. 이럴 때 중국 자본이 통 큰 매입가격을 지불한 오피스가 부근에 있다면, 거기에 맞추다 괜히 가랑이 찢어질 염려가 있다. 거래 당사자가 누군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수익접근법은 순임대료에 환원율(Cap Rate)을 적용해 환산하는 방법이다. 물론 5년 정도의 보유기간과 기간 말 매각을 전제하는 할인현금흐름분석법도 고려할 수 있으나, 투자수익률 지표가 시중에 계속 쌓이다 보니 직접환원하는 간편 방법이 결코 오차가 크지 않다. 순임대료는 만실을 전제하지 않고 시중 공실률을 반영한 적정 임대료에서 영업경비를 차감한 값이다. 권역별, 규모별(프라임,A,B,C), 분기별 순임대료 수준이 조사·발표되고 있는 점은, 순임대료를 적정한 값으로 조율한다. 준조세 부과 시 자산의 규모와 소득의 규모에 따른 구간 분포가 뒤틀리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환원율(Cap Rate)은 소득수익률, 자본수익률 등의 지표에다 최근 거래된 오피스 빌딩의 매매가와 순임대료와의 상관비율 등을 고려해 결정하면 된다. 매매가와 임대료가 연동되므로 시장접근법과 수익접근법은 오피스 빌딩 가치 추계에 있어서만큼은 실상 동일한 접근 방식이다.

연기금 등의 국내 오피스 빌딩 투자와 벤처캐피털의 사정은 완전 딴판이다. 전자는 대규모 자금을 내는 대신 안정적인 수익률, 후자는 중·소형 오피스빌딩 매입자금 정도지만 고수익을 요구한다. 원금 손실 위험을 고수익 획득 기회로 상쇄시킬 수 밖에 없다. 경매 투자와 같이 투자수익률 몇 십 퍼센트는 대형 오피스 빌딩 투자에서는 꿈도 꾸지 못한다. 투자금이 커질수록 요구수익률은 점차 시장 기대수익률로 수렴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 빌딩만큼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뻔한 투자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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