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사법시험채점평- 민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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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사법시험채점평- 민 법 -
  • 법률저널
  • 승인 2003.12.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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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상 호
계명대 법대교수·법학박사

[문제]


제 2 문. 다음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제2문의 1    상계의 요건  (30점)
제2문의 2    A 소유 금전의 점유를 B가 침탈한 경우 A와 B 사이의 법률관계  (20점)
 

[채점평]


필자가 채점한 2문은 상계의 요건과 금전침탈의 문제이다. 상계요건은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문제로서 교과서에 있는 대로 기술하여야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어느 한 부분을 외웠다고 많은 양을 기술해서는 안 된다. 기술해야 할 내용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상실하여 아는 것만 잔뜩 많이 기술한 답안이 많았다. 채점기준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수동채권이 지급금지된 경우를 4점 만점으로 해서 채점하였는데, 이 부분을 1쪽에 가깝게 기술함으로써 다른 항목을 기술할 시간과 공간을 다 잡아 먹은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각 항목마다 2점 내지 3점씩 골고루 배점하였는데, 많은 수험생들이 법전에 나와 있는 항목마저 기술하지 않아 득점하지 못한 경우를 보고 많이 안타까웠다. 어떤 문제가 나오든지 먼저 법전을 참고하여 기술할 내용을 미리 스케치할 필요성이 있다. 평소에 법전을 충실하게 활용하면서 공부해 두면 좋을 것이다. 수험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힌트가 법전이기에 공부를 언제나 법전과 연계하여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시간이 부족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법조문만 그대로 기술한 경우도 많았다. 한 두줄이라도 그 조문의 입법취지를 생각하며 부연설명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1점이라도 더 얻을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조문만 덜렁 적어 놓은 답안을 보면서 여간 성의 없어 보이지 않았다. 평소 공부할 때에는 법조문이 어떠한 이유로 제정되었는가 하는 입법이유를 늘 생각하며 공부해 둔다면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상계요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기술하지 않고 상계의 방법이나 효과에 관하여 잔뜩 기술한 답안도 여러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배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허비한 결과가 되었다.


2문은 금전침탈의 법률관계로서 교과서의 어느 한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문제이지만, 금전의 특수한 성질을 알고 있던 수험생들에게는 반가운 문제였으리라 생각된다. 가치의 상징으로서의 금전의 경우와 동산으로서의 금전의 경우를 나누어서 각각에 맞는 내용을 기술할 것을 예상하고 출제하였지만, 이에 알맞게 기술한 내용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욱 많았다. 많은 답안지가 금전을 단순한 동산으로 보고 그에 기초한 내용을 기술하였는데, 이에 대한 배점은 금전의 특수성에 기초한 내용에 대한 배점보다 반에 가까왔기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고득점에 실패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의외의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에는 출제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난 후에 기술해야 할 것이다. 


거의 5,000명분의 답안을 100여일에 걸쳐 채점한다는 것은 여간 고통스런 작업이 아니었다. 수험생들이 최소 3년 이상 시험공부에 매달리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단시일 내에 같은 내용의 답안지를 채점한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글씨도 채점위원들에게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다. 글씨를 잘 쓰면 더욱 좋겠지만, 못 쓰더라도 성의껏은 써야 한다. 어떤 답안지는 상형문자 해독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한자는 안 쓰더라도 상관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5% 정도의 답안지에 한자가 조금 있었을 뿐이었다. 쓴 한자도 그림을 그린 듯한 경우도 있었다. 차라리 한글로 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법이 사법시험 수험생들에게 주는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닌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고통 속에서만 헤맬 수는 없다. 우리의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민법적 사안을 생각하면서 민법을 공부한다면 고통이 기쁨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법시험의 민법문제 역시 현실에서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사실을 근거하고 있다. 민법공부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이해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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