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사법시험채점평- 민 사 소 송 법 -
상태바
제45회 사법시험채점평- 민 사 소 송 법 -
  • 법률저널
  • 승인 2003.12.09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용 진
충남대법대교수·법학박사

[문제-제1문]


甲은 해외근무차 출국하면서 乙에게 자신의 재산관리를 부탁하였다. 乙은 甲을 위하여 5년간이나 재산관리를 하였음에도 甲이 당초의 약속과 달리 별다른 보답을 하지 아니하자 재산관리에 대한 보수라고 생각하여 甲의 승낙 없이 甲 소유의 아파트를 乙 명의로 이전등기하였다.
귀국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甲은 乙에게 수고한 대가를 정산하여 금전으로 지급하겠으니 아파트는 돌려 달라며 2003.3.15. 乙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소송을 제기하였다. 2003.4.1. 소장부본을 송달받은 乙은 집에서 ‘甲의 승낙 없이 유권이전등기를 한 것은 사실이다. 이전등기를 말소하라면 말소해 주겠다’는 취지만을 기재한 답변서를 작성하여 바로 동네 우체통에 넣었고 이 답변서는 2003.4.10. 법원에 접수되었다. 乙은 그 이후 아무런 소송행위를 하지 아니하였다.


이 경우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50점)

(가) 법원은 위 사건을 바로 이 상태에서 종결할 수 있는가?
(나) 법원이 이 소송의 변론기일을 지정하여 乙에게 기일통지서를 보냈음에도 乙이 불출석하였다면, 법원은 乙이 甲의 청구를 인낙하였다고 보아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가?
(다) 위 사안에서 만일 甲의 소 제기 전에 乙이 사망하여 甲이 乙의 상속인인 丙, 丁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 丙은 위 사안에서의 乙과 같은 태도를 취하고, 丁은 乙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적법하게 경료된 것이라고 다투었다면, 丙의 답변내용은 丁에게 어떠한 효과를 미치는가?
(라) 위 사안과 달리, 乙은 임의로 이전등기를 마친 것이 아니라 甲의 대리인 A로부터 적법하게 아파트를 매수하여 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주장하는데, 법원의 심리 결과 甲의 A에 대한 대리권수여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면, 법원으로서는 어떤 내용의 판결을 하여야 할 것인가?


[ 채 점 평 ]


1. 출제 및 채점의 변

무변론판결과 서면인낙 등 신제도에 대한 지식의 폭뿐만 아니라 그 지식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법학적 감각능력을 시험하고, 실체법과 절차법의 유기적 학습방향을 유도하는 것을 출제의 목표로 삼았다. 이와 더불어 기본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학습한 답안을, 주요선별문제를 단편적으로 암기하여 작성한 답안으로부터 추려내어 집중적인 채점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도 부수적인 출제의도라 할 수 있겠다.

채점은 그 기준에 있어서 분명한 채점의도만큼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니다. 주관적 평가는 본질상 객관적 평가의 오류로 귀결되는 성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디 아래의 채점평이 자의에 흐르지 않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임을 알게 하여 유독 자신의 답안에 너그러운 평가를 마다하지 않는 수험생의 입장을 감싸는 동시에, 학습방법상의 오류를 깨우쳐 학습 내지는 답안작성기술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아래에서는 각각의 설문과 관련하여 채점자가 임의로 설정한 가상적 답안 내용을 크게 3등급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설문에 따라 제1단계의 답안에서는 기본점수에 미치지 못한 경우에 대해 원인분석측면에서 검토할 것이며, 제2단계의 답안에서는 제1단계를 기초로 하여 기본점수를 받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기재하여야 할 답안에 빠뜨려서는 아니 될 내용을 설명하고, 제3단계에서는 사례의 정확한 분석을 통하여 제2단계의 내용에 대해 문제제기와 그에 대한 해결방안 등을 제시하는 답안을 구성하고자 한다.


2. 설문 (가)에 대하여

가. 논점을 빠뜨렸거나 사례해결에 필요한 논점을 혼동한 답안

(1) 설문 (가)와 설문 (나)는 변론기일지정 전후에 따라 그에 맞는 해결책을 강구하여야 하는 문제이다. 설문 가)의 경우에는 변론기일을 지정하지 아니한 채 소송을 종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묻는 반면에, 설문 (나)는 기일이 지정된 변론에서 인낙취지의 답변서를 구술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설문 (가)에서 무변론판결요건이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무변론판결을 할 것인가의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설문 (나)는 설문 (가)의 내용과 저촉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 되고, 법원이 자신의 재량권을 행사하여 변론기일을 지정하였다는 논리적 과정을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류에 속하는 대부분의 답안은 사안이 변론기일이 지정되기 이전에 소송종료사유를 묻는다는 것을 간과하였다.
 
나. 빠뜨려서는 안되는 기본적 논점이 요구되는 답안

(1) 변론기일 지정전 소송종료사유로서의 무변론판결(제257조)
변론기일을 지정하지 아니한 소송단계에서 소송절차를 종결시킬 수 있는 제도 중 사례의 경우와 관련하여 검토할 수 있는 제도로는 2002년 개정법에서 도입된 무변론판결제도임은 물론이다.

(2) 피고답변서의 취지에 대한 해석
무변론판결을 할 수 있는 요건과 관련하여서는 먼저 피고가 답변서기간 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민사소송법 제257조 제1항 본문)와 답변서를 제출하였지만 청구원인된 사실 모두를 자백하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고 따로 항변하지 아니한 경우(동조 제2항)를 나누어 설명한 후, 사안은 이 중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가 제출한 답변서의 취지가 이 경우에 해당하는가를 검토하기 위해 답변서취지를 해석하는 단계로 접어들어야 한다. “甲의 승낙 없이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것은 사실이다”는 내용의 답변서 내용에서 피고가 원고의 청구원인을 모두 자백하는 취지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이전등기를 말소하라면 말소해 주겠다”는 내용으로부터는 청구를 인낙하는 취지의 답변서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甲이 청구한 이전등기말소소송은 이전등기의 원인무효를 청구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원고의 승낙 없이 이전등기를 하였다는 피고의 답변서의 내용은 원인무효청구의 원인사실을 인정한 것이며, 이미 원고가 말소청구를 한 상태에서 피고가 “말소하라면 말소해주겠다”는 (서면에 의한) 의사표시는 청구를 인낙한 취지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3) 소송종료재판
법원은 변론기일을 지정하지 아니한 채 제257조 제3항에 따라 청구인용판결을 함으로써 소송절차를 종결할 수 있다. 소송절차종결사유를 판결이라고 하면서도 그 판결내용(원고승소)을 언급하지 아니한 것은 판결의 의미를 몰각시킬 뿐 아니라 원고청구를 기각하는 판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다. 고평가에 상당하는 수준의 내용 또는 ‘특별한 무엇’을 포함한 +a의 답안

(1) 무변론판결제도가 필요적 변론의 원칙에 대한 커다란 예외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무용한 출석을 하여야 하는 피고의 불편을 해소하고 쟁점이 복잡한 사건에 심리를 집중시키기 위한 소송촉진용이라는 사실을 기재한다.

(2) 피고의 답변서 내용이 원고청구원인을 모두 자백한 취지인가의 문제에 대한 다툼을 피  하기 위하여 청구인낙한 취지의 답변서에 대해서도 무변론판결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검토하거나 또는 아예 청구인낙조서를 작성하여 소송절차를 종결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에 대해 논란하는 경우에는 ‘1%의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3) 단순히 무변론판결이 아니라 원고승소의 무변론판결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 원고패소의 무변론판결이 가능한가의 문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무변론판결요건과 무변론원고승소판결요건을 구별하여야 한다. 전자는 무변론판결을 할 수 있는 일반적 요건인 반면, 후자는 원고청구를 인용하기 위한 요건, 따라서 청구의 합당성(유리성, 논리정연성, 일관성) 요건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


3. 설문 나)에 대하여

가. 논점을 빠뜨렸거나 사례해결에 필요한 논점을 혼동한 답안

여기서는 지정된 변론기일에서 나타나는 문제라는 점과 인증을 받지 아니한 청구인낙취지의 답변서라는 점을 간과하였거나 잘못 판단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소송종료사유를 무변론판결이 아닌 청구인낙에서 찾아야 할 것이며, 답변서를 집에서 작성하여 바로 동네 우체국에 넣었다는 피고의 태도로부터 이증을 받지 아니하였다는 논리적 추론을 하여 그에 상응한 결론을 내려 주어야 한다.   


나. 빠뜨려서는 안되는 기본적 논점이 요구되는 답안

(1) 서면에 의한 청구인낙제도의 도입배경과 그 요건
서면에 의한 청구인낙제도는 소송수행의 의사가 없는 당사자에게 기일출석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서면에 의한 소송종결로써 소송경제를 도모하기 위하여 신설된 제도이다. 다만, 공증사무소의 인증을 그 요건으로 함으로써 피고가 경솔한 의사표시에 의하여 가혹한 불이익을 받는 것에 대비하고 소송경제를 함께 고려하고자 하였다.

(2) 사안의 분석과 인증여부의 판단
청구인낙에 대한 망라적 기술을 하면서도 결론에서는 인증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나누어 설명하는 답안이 참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구체적 법적용을 암시하는 사안의 해결방식이 아니다. 사안에서 인증이 없었다는 점은 그 내용으로부터 당연히 추론하였어야 한다. 이와는 달리 청구인낙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만을 적었지만, 인증이 없었다는 사안분석은 전자의 답안을 쓴 수험생보다 오히려 더 훌륭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자질을 보여준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3) 인낙을 인정할 수 없고 또한 다른 종결사유도 보이지 않으므로 법원은 계속하여 신기일지정 등 소송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
 
다. 고평가에 상당하는 수준의 내용 또는 ‘특별한 무엇’을 포함한 +a의 답안

서면에 의한 청구인낙 대신에 진술간주에 의한 자판상 자백을 인정하여 소송을 종결시킬 수는 없을까? 법원은 청구인낙으로 사건을 종결해서는 아니 되고 甲에게 변론을 명하여야 한다. 여기서 乙의 답변서내용이 진술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청구원인사실에 대한 재판상 자백이 인정되어 결과적으로 원고가 승소하는 판결이 내려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법원은 원고청구를 인용하는 판결로써 소송절차를 종결할 수 있게 된다. 불출석의 효과로서 진술간주에 의한 자백을 인정하는 법적 근거를 제150조로 할 것인가, 아니면 제148조 제1항으로 할 것인가도 논의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