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피노키오 증후군, 기울기에 대한 경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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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피노키오 증후군, 기울기에 대한 경각심
  • 오시영
  • 승인 2014.11.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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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이탈리아 피렌체 근처 콜로디에는 “피노키오 마을”이 있다. 피노키오 작가 카를로 로렌치니가 콜로디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것을 기념으로 피노키오 마을을 조성했다고 한다. 1881년에 발표된 피노키오는 그 동안 세계 모든 어린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거짓말을 통해 “어린아이들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착한 아이로 자랄 것”을 가르쳐 왔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교훈을 “나무인형의 코가 길어진다.”는 거짓말로 가르친 카를로 로렌치니야말로 진짜 거짓말쟁이 피노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작품이 발표된 지 133년, 어린 시절의 나를 포함해 세계 모든 어린이들은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피노키오를 통해 배우며 자랐다. 하지만 어른이 되는 순간, 피노키오의 교훈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인지, 어른이 되면서부터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는 거짓말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에서 구분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한 지상파 방송에서 “피노키오”라는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실재로 존재하지 않은 가상의 증후군을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이 드라마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거짓말을 하면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딸꾹질 증세를 보이며, 43명 중 1명 꼴로 나타나는 선천적 증후군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증상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전화나 문자로 거짓말을 해도 딸꾹질을 하고 거짓말을 바로 잡으면 딸꾹질이 멈춘다는 작가의 발상이 참신하다. 피노키오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기가 힘들게 된다.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게 되면 상대방이 불편해 하니까, 상대방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되어 사회생활을 잘 해 나갈 수가 없게 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사람들이 무조건 믿게 되어, 의도적 거짓말이 진실로 둔갑하게 되어 또 다른 오류를 범하게 되게 될지도 모른다.

원작 피노키오나, 드라마 피노키오나, 모두 존재하지 않는 나무인형의 코길어지기,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거짓말을 통해 거짓말을 사회적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통계청은 거짓말 잘 하기 선수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 왔다. 통계청의 통계자료가 주먹구구식이어서 도통 믿을 수가 없다고 국민들이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계청이 발표한 물가지수야말로 국민이 믿기 가장 어려운 통계발표가 아닐까 싶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지수 상승률은 수십 퍼센트 오른 것 같은데 통계발표는 2-3%대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죽 하면 “물가 따로, 통계 따로”라는 말이 회자되겠는가? 오랜만에 통계청이 진실에 가까운 통계자료를 하나 발표하였다. 통계청은 지난 12일,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고용보조지표’에 의한 “10월의 사실상 실업률이 10.1%”라고 발표하였다. 여태까지 통계청은 공식 실업률이 불과 3.2%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나라 실업률이 아주 낮아 별 걱정할 것 없다는 듯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실업률이 10.1%에 달하여 종전 통계보다 3배가 넘는 실업율로 상당히 심각한 상태임을 고백하였다. 이처럼 일을 하고 싶으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국민이 위 실업률통계에 따르면 사실상 실업자가 287만 5천명에 이른다니, 서민경제의 피폐함이 어떤 실정인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하겠다. 여태까지 실업률이 3.2%에 불과하다고 진실을 왜곡한 포장된 실업률을 기초로 하여 고용정책이 수립되었으니, 모든 경제 및 고용정책이 피노키오 코 키우기밖에 한 것이 없었지 않겠는가? 이제는 진실이 밝혀졌으므로, 새로운 입장에서 실질적인 고용증대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위와 같은 고실업률 이유를 “높은 대학 진학률, 스펙 쌓기 등 취업준비기간이 길어 청년 중 비경제활동인구가 많고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돼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을 보면서, 그야 말로 또 다른 “피노키오”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실무자가 저리 생각하니, 그렇게 보고서의 결론이 결정되었을 것이고, 그러한 보고를 받은 고용부장관이나 총리 또한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 설명은 정부의 고용정책의 실패를 감추려는 “피노키오식 거짓말”이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잘못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고용시장의 문이 좁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취업을 못하고 쓸데없는 고스펙을 쌓으며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고, 그리고 재취업자리가 없기 때문에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것이 불가능해 실업자가 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은 데도, 반대로 스팩을 쌓기 위해 자진해서 실업자 상태로 머물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거나, 재취업노력을 적게 해서 노동시장 진입을 하지 않은 것처럼 포장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경제목표 달성을 못한 정부의 정책부재에서 빚어진 것이지, 근로자의 취업회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웬만한 스펙으로는 취업이 되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지, 그것을 쌓기 위해 실업자 상태로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마치 저 고용통계과장의 말처럼 본말이 전도되게 설명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끝내 9명의 시신을 찾지 못한 채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종료되었다. 유족들도 힘든 결정을 내렸고,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1심 재판이 종료되었다. 이준석 선장에게 36년이라는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불과 몇 년 전 형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가장 장기형이 불과 15년에 불과했던 때에 비하면, 높은 형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고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된 형량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다고 하겠다. 국민들의 일반 정서로는 살인죄나 상해치사죄나 사람이 죽었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동일하기 때문에 형량 또한 동일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죽이겠다는 고의가 강한 살의와 죽이겠다는 고의 없이 우연한 사실의 개입으로 사망에 이른 상해치사죄의 형량에 차이가 있는 것은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강함과 약함에서 오는 형량의 조절로 어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끝내 시신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들의 명복을 빌고, 그들 가족의 신원이 풀리기를 기도하며 그들의 고통과 슬픔이 치유되기를 바랄 뿐이다.

세월호의 기울기가 심해지던 순간, 그 상황을 티비를 통해 수많은 인명이 한순간에 수장되는 현장을 생중계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은 최근 들어 기울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공사노선을 따라 인근 건물들이 기울어지고 있음이 밝혀져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 공사 노선의 지반은 하천을 매립했거나 쓰레기 등을 매입하여 택지를 조성했던 곳으로 생래적으로 연약지반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지반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건설회사들이 공사하고 있으리라 믿지만, 건설업체들의 이익 추구라는 한계를 감안할 때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인근의 싱크홀 현상이나 완성된 건물의 지반침하 및 기울기 현상에 대한 전면적인 전수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공사를 강행하다가, 그 상황이 심각해져 고층건물이 붕괴되거나 수많은 시민이 죽고 다치는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걷잡을 수 없는 혼란상황으로 빠져 들 것이다. 첫째도 안전이고 둘째도 안전인데, 9호선 공사기간 단축이나 공기 내 완성이라는 조급증에 사로잡혀 공사를 강행하다 더 큰 사고를 당하게 되면 국민멘붕상태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하겠다.

방바닥에 병을 놓으면 병이 자동적으로 굴러가고, 문을 열면 자동적으로 문이 닫히거나 아예 닫히지를 않고 하는 지하철 공사 현장 주변 건물의 기울기 현상은, 그것도 한 두 집이 그런 것이 아니라 인근 주변의 일반적 현상이라면 이를 가벼이 여기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물론 지하철 공사 공기지연에 따른 공사업체의 손해나 시민들의 지하철이용 지연에 따른 교통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해당부분에 대한 전면적 공사중단 및 안전점검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은 “기울기에 둔감”해졌다. 하도 큰 사건사고를 수시로 접하다 보니, 그리고 먹고 살기에 바쁘다며 속도전에 올인하다 보니 약간의 기울기에서 오는 폐해는 별 것 아닌 양 치부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기울기에 둔감한 국민의식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각종 고위직 사람들의 도덕적 타락, 작은 이권에 함몰된 국가이익의 상실, 정권 장악에만 혈안이 된 정치권 인사들의 몰염치함과 이전투구식 정쟁 등 수많은 부작용을 조장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았으면 싶다. 대통령이 거짓말하지 않으면, 거짓말을 못하면, 그 아래 총리 이하 전 공무원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고,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 역시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고, 군인이든, 교사이든, 사장이든 종업원이든 모두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니 얼마나 좋겠는가? 아니 그렇게 되면, 진실만을 말하게 되면 세상이 엉망진창이 되고 말 것이라고요? 하긴 그렇기도 하겠네요. 진실을 아는 것이 항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통계청이 사실상 실업률을 10.1%라고 고백한 것을 통해 고용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설정될 수 있기를 희망이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진실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그나마 시늉이라도 내며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수많은 거짓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관련법들이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유가족들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면서도 이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제 그 법에 의해 진실, 기울기를 바로 잡는 조사가 정의롭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거짓말한 자들의 코가 피노키오 코처럼 길어지기를, 피노키오 증후군처럼 딸국질을 하기를, 꼬리를 자르려 한 자들의 꼬리가 밟히기를 바란다. 세월호 참사가 지하철 9호선 공사 주변의 건물 기울기에서는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진실된 실업률을 바탕으로,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국가 정책기관들이 대학생 청년 탓, 아주머니 탓을 하지 말고 “자기 탓”이라는 자성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다들, 거짓말하지 말고 살자. 출근길에 나서면서, 오늘 내가 몇 번의 거짓말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오늘 하루, 몇 번의 거짓말을 할까, 대학수능시험장에서 학생들이 진실만을 답안지에 올렸기를 바란다. 자라나는 착한 새싹들에게 파이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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