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리사 전문자격시험이 선택과목 복불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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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리사 전문자격시험이 선택과목 복불복이라니
  • 법률저널
  • 승인 2014.11.0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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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는 특허·실용신안·의장 및 상표에 관해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해 취해야 할 사항을 대리하거나 그 사항에 관한 감정 및 그 밖의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기업·개인 등 의뢰인을 대신해 특허권을 받아내는 게 주 역할이지만 의뢰인의 산업재산권이 침해당했을 때, 또는 침해했다고 공격받았을 때는 변호사와 함께 분쟁소송까지 책임진다. 법정에서 기술 독창성이나 침해 여부에 대해 이유와 근거를 들어 논증을 펼쳐야 한다. 이처럼 기술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관련 분야 전문지식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최근 공업재산권의 국제화와 지적 소유권 분쟁 및 급속하게 발전하는 첨단기술과 이에 따른 특허출원의 급증으로 인해 변리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애플간 특허소송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특허권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에 맞춰 변리사 업무 범위도 확장되고 있다. 출원·등록과 특허소송뿐 아니라 기술개발 자문은 물론 특허권 라이선스 사업까지 넓어지고 있다.

이런 막중한 전문자격사를 선발하는 시험이 바로 변리사시험이다. 전문지식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적 장치가 긴요한 시점에 변리사시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19개에 달하는 변리사 제2차시험 선택과목 간 난이도의 편차가 커 선택과목의 ‘선택’이 시험 합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오는 등 시험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컸다. 올해도 어김없이 선택과목이 수험생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5일 발표된 2차시험 합격자 216명 가운데 회로이론을 선택한 합격자가 무려 76.4%에 달했다. 19개 선택과목 중 합격자의 ‘열의 여덟’이 특정 선택과목이라니 도대체 이런 자격시험이 어디있나 싶다.

지난해 평균점수가 48.86점이었던 회로이론은 올해 77.53점으로 뛰었다. 반면 열역학은 61.31점에서 38.35점으로 뚝 떨어졌다. 평균 점수가 가장 높은 과목과 가장 낮은 과목의 득점 차는 무려 44.35점에 달했다. 선택과목 중 평균점수가 가장 높은 과목은 77.53점의 회로이론이었고 가장 낮은 과목은 33.18점의 전기자기학이었다. 전기자기학의 경우 지난해 72.74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폭락하며 충격을 더했다. 각 선택과목별 합격률에서도 난이도 편차가 합격에 미친 영향을 보다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493명이 응시한 회로이론은 165명이 합격하며 33.46%의 가장 높은 합격률을 나타냈다. 합격자를 배출한 과목 중에서도 회로이론은 76.3%의 합격자가 배출되어 난이도 편차에 의한 합격자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역시 수석과 최연소, 최고령 죄다 회로이론 선택자들이다.

하지만 유기화학은 응시자 251명 중 18명만이 합격하며 7.1%의 합격률을 보였고, 열역학은 76명 중 단 1명이 합격자 명단에 올라 합격률은 고작 1.31%에 불과했다. 금속재료와 전기자기학, 반도체공학, 발효공학, 분자생물학, 섬유재료학, 화학반응공학에는 총 60명이 지원했지만 단 한명의 합격자도 내지 못했다. 결국 19개 선택과목 중 9개 과목에서만 합격자가 나왔고 7개 과목은 합격자를 내지 못했으며 3개 과목은 지원자조차 없었던 셈이다. 이로 인해 수험생들은 선택과목을 선택하는데 득점하기 쉬운 과목만 골라 공부하는 ‘편식’에 빠져들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이공계 전공자를 위해 둔 선택과목 제도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허상(虛想)이 된 셈이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 응시생들이 선택과목의 난이도 편차에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간 선택과목의 경우 ‘물시험’과 ‘불시험’을 반복하면서 난이도 조정 실패를 거듭한 탓에 수험생들의 원성도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이렇게 달라진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것이다. 고질적인 선택과목별 난이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합격권에 수험생들이 몰려 있어 간발의 차이로 당락을 가르는 경우도 많아 선택과목 간 형평성 제고는 간과할 수 없는 민감한 문제다. 현재 특허청의 개편안은 선택과목 패스(Pass/Fail)제를 도입하는 것인데 이것만으로 과목간의 형평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선택과목 학점 이수제를 도입하는 게 더욱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특허청은 선택과목의 난이도에 따른 유불리(有不利)에 대한 시비를 없앨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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