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로스쿨 이대로는 안착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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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로스쿨 이대로는 안착 어렵다
  • 법률저널
  • 승인 2014.10.31 13:51
  •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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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에 개교한 우리나라 로스쿨이 어느덧 5년이 지났다. 졸업생 배출도 3회에 달하고 로스쿨 출신 법조인도 4500여명에 이른다. 이같은 법조인 양성은 최근 7년간 사법시험을 통해 배출한 인원과 맞먹는 수치다. 그럼에도 로스쿨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로스쿨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썩 좋은 것은 아니다. 로스쿨 교육에 대한 불신, 실무교육 부족, 전문성과 다양성 결여, 고비용 구조, 변호사시험의 합격률, 교육기간 등의 난제는 쌓여가고 풀어야할 과제 또한 누적돼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로스쿨도 과거 사법시험처럼 변호사시험에 종속되어 가고 있고 고시학원화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당수 로스쿨생들이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하거나 고시학원 강의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성화, 다양한 전문가, 유능한 실무가의 양성이라는 로스쿨 목표는 이제 물 건너갔다는 비판이 제기 되고 있다. 변호사시험에 들지 않는 과목들은 고사되고 있다. 실제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홍근 의원이 11개 로스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변호사시험 과목에 포함되고 학점을 따기 쉬운 과목 위주로 수강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인권법, 공정거래소송, 기업조세법, 미국법, 기업인수합병법 등 변호사시험의 과목이 아니거나 어려운 과목들은 기피대상 1호다. 다양한 배경의 엘리트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되고 있는 것이 지금 로스쿨의 현주소다.

3년이라는 교육기간도 문제다. 현재는 로스쿨 학생의 절반이 법학 전공자이지만 향후 몇 년 이내로 대부분이 비법학 전공자들이 차지하게 된다. 아직 법학부를 두고 있는 대학이 많지만 이들 대학의 법학부 출신이 로스쿨에 들어오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로스쿨에 입학한 대부분의 법학 비전공자들이 3년이라는 기간동안 이론교육을 물론 실무교육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법학에 아무런 기초가 없는 학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민법의 전과정을 배우는 게 현실이다. 이론교육이 수박 겉핥기에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법학이 고사되고 있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이렇다보니 법조계를 중심으로 ‘로스쿨에서 실무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로스쿨 내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듯이 현재와 같은 실무교육에서는 제대로 된 법조인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교육기간이 짧은 점도 있지만 실무출신 교수의 비율이 너무 적은 탓이다. 게다가 오랜기간 동안 경력이 단절된 실무 교수들이 과거의 경험으로 가르치고 있다.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생생한 실무를 가르치기는 힘든 구조인 것이다. 나아가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의 중압감 때문에 실무교육에 활발하게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실무교육도 이론교육과 마찬가지로 겉돌고 있는 것이다.

또한 로스쿨 안착의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는 바로 ‘돈’이다. 로스쿨은 교육수준과 관계없이 근본적으로 돈이 드는 구조다. 매년 로스쿨마다 수십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가의 지원을 호소하지만 원래 로스쿨은 돈이 떠받치는 구조라는 걸 몰랐던가. 특히 국공립대의 경우 국고전입금이 40%를 웃돌아 사실상 국민의 혈세로 지탱하고 있어 다른 대학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로스쿨은 하나의 대학원 과정이고 개인의 자격증 양성에 매년 400억이라는 엄청난 국민의 세금을 쏟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변호사가 되는데 왜 국가가 돈을 대줘야 하느냐’고 되묻고 있다.

이같은 로스쿨의 제(諸) 문제들이 하루빨리 해결돼야 정착의 길로 갈 수 있다. 우선 로스쿨에서의 법학부를 부활하고 법학전공자와 비전공자의 수업연한을 차등할 필요가 있다. 로스쿨도 법학이 있고 나서 존재하지 그 학문적 토대가 실종되면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법학 전공자를 우대할 필요가 있다. 실무교육은 사법연수원에 위탁하는 것도 고려할 대상이다. 기초적 실무교육은 로스쿨이 맡고 연수원에서 1년간 수준 높은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다. 사법연수원이 40여년간 쌓아온 실무교육의 노하우를 로스쿨 시대에도 사장하지 않고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장학금 제도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다른 학생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하는 로스쿨 무상교육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그렇다고 국민의 세금으로 지탱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로스쿨은 변호사 양성하는 전문대학원 과정의 직업교육으로 교육비는 엄연히 수익자 스스로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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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4-11-25 23:58:13
로스쿨 제도가 결국 법조인 수를 늘려서 법치주의를 공고히 하고, 변호사 수임을 쉽게 하고 등의 취지인 것이지 고시 낭인 구제 제도는 어찌 보면 로스쿨 제도의 반사적 이익이죠. 고시 낭인 구제 vs 변시 낭인 양산 이게 로스쿨 제도의 핵심이 아니고, 국가 차원에서 로스쿨을 평가할 때 그렇게 유력한 평가 요인도 아닌 것 같구요.
가장 중요한 평가로는 얼마나 '양질'의 법조인이 배출되냐, 그리고 계층이동 수단이 되느냐겠죠

고시폐인이 2014-11-17 21:34:53
한두명이면 이야기를 안해....수천명 넘어 수만명이다... 사시천명시대때 응시자가 2만됫으니..
나머지 19000명 은 매년 그냥 시간 버린 셈이지... 그사람들이 로스쿨 준비하느라 학점이나 영어를 준비햇어봐라.. 고시준비한답시고 학점버리고 암것도 안하고 매년 보낸사람들 주위에도 넘처나는건 왜 이야기 안하는데? 고시준비한 니들도 알잖아? 고시는 극소수만 성공하고 대다수는 폐인된다는거 ... 알잖아?

고시촌에서 2014-11-17 21:32:48
사시준비하다가 낙방해서 해마다 자살하는 사람이 매년 몇명씩 된다는건 알곤 있냐?
고시폐인들 인생은 누가 책임질건데? 장담하는데 로스쿨이 오히려 고시보다 더 개천에서 용내기 쉽다

돈이문제다라 2014-11-11 13:01:16
연수원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지는 생각해 보셨는지 아마 세금이 그열배는 될텐데

ㅎㅎㅎ 2014-11-04 13:21:48
아직도 로스쿨에 집착하는 정신병자들이 있다는건 한국사회가 얼마나 비정상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대목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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