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63 / 소유권 원상 복귀, 환매권(1)
상태바
감정평가 산책 63 / 소유권 원상 복귀, 환매권(1)
  • 이용훈
  • 승인 2014.10.31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낙장불입(落張不入)

성급했건 착각에 의했건 내밀었던 패를 거둬 들이겠다는 투전꾼의 통사정이 있을 때면 노름판 여기저기서 지체없이 튀어나오는 사자성어. 관행과 상황이 충돌하는 순간, 선처를 바라는 당사자의 하소연에 아랑곳없이 물러줄 용의가 없다는 상대편의 추상같은 발언이다. 당일 판 대세에 지장이 없었으면, 당사자가 이미 노름판에 수 억 꼬라박았으면, 한 번 봐 주는 관행이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판 돈 수북이 쌓인 큰 판에서 한 수의 패착이라면 저쪽도 봐 줄 맘이 생기지 않는다. 급박한 상황이 관행을 무력화시키는 순간, 실랑이는 기본이고 얼굴 붉힐 때까지 통사정과 외면이 대립한다. 최악의 경우 기분상한 자가 판을 엎어버리며 파국을 맞는다. 노름판에서 ‘포커페이스’ 전략을 배우기 앞서 ‘낙장불입’ 원칙을 먼저 익혀야 한다. 으레 봐 주다가도 이 한 마디면 실수한 자는 옴짝달싹 못하기 때문이다. 어수룩한 사람 하나 걸리면 피싱이나 스미싱 기법으로 돈 털어가려는 이들에겐 낙장불입만큼 정 가는 사자성어가 있을까.

오피스빌딩 주변 헬스장 광고지를 받아 본 직장인은 월 평균 이용료가 회원 가입 기간에 따라 급감하는 홍보글을 접해봤음직하다. 3개월 이용료 15만 원과 1년 이용료 30만 원 중 선뜻 평균 이용단가로만 보면 후자가 합리적인 상품처럼 보인다. 전자가 한 달 이용료 5만 원인데 비해 후자는 그 절반인 2만 5천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판한 것이다. 1년 등록기간을 꽉 채우는 이는 손에 꼽아 실상 평균 월 이용료는 전자로 수렴한다는 게 오랜 경험칙이다. 환불 규정은 얼마나 매몰찬가. 1년 회원으로 가입했다 3개월만에 그만두게 되면 1년 이용료의 1/4이 차감된 금액에 한참 못 미치는 잔액을 환불받는다. 1년 이용을 전제로 월 이용료를 할인해 준 것이므로 중도 탈락자는 정상적인 월 이용료로 환산해 3개월 이용료를 토해 내는 것이다. 요즘, 해외 물건 ‘직구족’(직접구입하는 사람들)중 어떤 이는 시판가격과 직접 구매 금액의 차이 못지 않게 환불시스템의 완비를 직접구매의 장점으로 든다. 환불해 주지 않으려 이리저리 말 돌리며 구매자를 진땀 나게 만드는 국내 쇼핑몰의 횡포에 휘둘려 본 불쾌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철도, 도로, 학교, 공공청사, 아파트를 짓는 공익사업에서는 낙장불입(落張不入)의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토지 소유자가 특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지급받은 보상금을 돌려주고 원래 토지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 그것이다. 건물 등은 해당 사항이 없는데, 소유권에 대한 애착 정도에 따른 차별로 볼 수도 있지만, 이미 철거돼 형체도 안 남아 있는 것을 되찾을 길 없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 보장 방법은 원칙적으로 존속보장, 곧 ‘난 그냥 이대로’다. 그게 불가능하므로 가치보장, ‘얼마 쳐 줄 겁니까’로 전환되는 것이다. 한껏 버티다 수용 결정으로 돈 받고 빼앗긴 건 수용의 강제력 때문이며, 순순히 협상으로 타결했다 해도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사업시행자의 수용권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의 재산권을 적정한 몸값 지불로 강제 취득할 수 있는 정당성이 사라지게 된다면, 묻혀 있던 전(前) 토지 소유자의 ‘존속보장’ 목소리가 뿜어져 나온다. 이를 ‘환매권’이라고 부른다. 토지보상법 상의 환매권은 법정 환매권이며, 요건이 충족되면 자연적으로 토지소유자에게 부여되는 형성권이다.

어떤 경우 환매권이 성립하는지 토지보상법 91조가 조목조목 정리해 놨다. 첫 번째 상황은 협의취득일 또는 수용의 개시일(이하 ‘취득일’)로부터 10년 이내에 해당 사업의 폐지·변경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취득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경우다. 당연히 불필요하게 되었으니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 다만, 이를 행사하려면 필요 없게 된 때부터 1년 또는 그 취득일부터 10년 이내에 그 토지에 대하여 받은 보상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사업시행자에게 지급하고 그 토지를 환매해야 한다. 두 번째 상황은 취득일로부터 5년 이내에 취득한 토지의 전부를 해당 사업에 이용하지 않았을 때다. 수 년 간 방치할 만큼 굳이 취득할 필요도 없었으니 되돌려주는 건 당연하다. 이 경우 환매권은 취득일부터 6년 이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다만, 자투리땅(잔여지)은 단독으로 못 쓰거나 독자적 활용가치가 희박하다고 주장해서 사 준 것이므로 원 편입토지가 환매대상이 아니면 홀로 환매할 수 없다. 환매권 발생 사실은 혹시나 하는 기대로 토지 돌려받기를 기다리던 전 소유자의 발빠른 정보 수집력보다는 사업시행자의 통지 등에 의해 인지하게 된다. 명심해야 할 건 통지를 받은 날(또는 공고를 한 날)부터 6개월 간 환매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 소중한 권리는 소멸한다. 제척기간이 엄연히 존재함을 신경써야 한다.

환매대상이 되기까지의 숙성 기간을 재기 위한 기초 시점 곧 기산일은 과거 취득일인데, 중간에 사정이 생기면 기산일이 한참 늦춰질 때가 있다. 이를 ‘공익사업 변환’이라고 부르는데, 국가·지자체·공기업이 사업시행자로 나서 사업을 추진하다가 다른 공익사업으로 바뀌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토지보상법 4조에는 공익사업의 종류를 8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1호에서 5호까지는 각각 국방·군사, 철도·도로 등, 청사·공장 등, 학교·도서관 등, 주택건설·택지조성 등의 공익사업이 들어있고, 6조와 7조는 각각 위 1~5호의 사업에 필요한 통로 등의 부속시설과 이주단지 조성 사업이다. 이 때 변환되는 공익사업은 1~5호의 공익사업이어야 한다. 즉, 사업시행자가 국가·지자체·공기업일 것, 새롭게 변환되는 사업이 1~5호 사업이기만 하면 환매권은 부력을 상실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해당 공익사업의 변경을 관보에 고시한 날로 스탑워치는 초기화되기 때문. 이 슬픈 소식을 환매권자자는 통지받거나, 자신 혹은 자신의 주소를 못 찾아 시·군·구 게시판에 게시된 문건으로 확인하곤 한다.

민법 590조는 당초 매매대금 즉 지급받은 보상금을 반환하고 동시 이행조치로 환매권 행사가 가능함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뺐겼던 토지를 되찾기 위해 과거 수령했던 보상금만 돌려주면 된다. 그러나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할 때가 있다. 환매 당시 토지가격이 취득 당시에 비해 현저한 변동이 있을 때다. 사업시행자는 볼품 없던 토지가 그간 자기 돈 들여 토지 정리하고 개량하면서 몸값이 불어났으니 그들의 기여분을 반영해 달라고 목소리를 낸다. 토지보상법에 환매금액에 대해 사업시행자와 전 토지소유자가 협의하되, 협의에 이르지 못하면 환매금액 증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것을 보면 환매권 행사에 쌍방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디 그 뿐인가. 토지보상법은 사업시행자에게 환매할 토지가 생겼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환매권자에 통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사업시행자는 토지를 넘긴 전 소유자가 수 년이 경과한 지금 어디에 있는지 과실 없이 알 수 없다면 통지의 의무보다 한 결 가벼운 공고의 방법을 취한다. 전국을 보급지역으로 하는 일간신문에 공고하거나 해당 토지가 소재하는 시(행정시를 포함한다)·군 또는 구(자치구가 아닌 구를 포함한다)의 게시판에 7일 이상 게시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만약, 이런 통지를 받지 못하거나 공고가 누락돼 전 토지소유자의 환매권이 소멸됐다면 이후의 절차는 외길이다. 환매권 상실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될 것이다.

요즘, 환매권이 발생한 토지를 찾아주고, 적극적으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실익의 일정비율을 요구하는 보상브로커가 적지 않다고 들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깨워 알람 비용을 수령하는 이들이다. 감정평가사인 필자가 보기에 꽤 수익성 높은 직업이다. 마치 경매 중에서도 보상지구 내 ‘도로’만 낙찰받아, 낙찰금액을 넘는 보상액으로 원금 회수 목표는 무리없이 달성하고, 소송을 통해 도로를 이용했던 자에게 과거 5년 간의 지료를 청구해 초과이익을 실현하는, 특화된 재테크 족의 영역 확장처럼 보인다.

환매권 행사로 얼마의 돈을 되돌려 주고 토지 소유권을 찾을지, 환매권 상실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보전받는 금액이 얼마인지, 환매권 행사를 도운 브로커에게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될 아까운 돈은 얼마인지, 공통적으로 환매 당시의 토지가격을 확인해야 알 수 있다. 더불어 취득 당시에 비해 현재 토지가격이 현저하게 상승했는지를 판단해 봐야 한다. 손 떼 묻은 고향을 등진 이가 이런 소식을 전해 듣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순진한 이는 고향으로의 귀환을 반가워할 것이고, 셈 빠른 이는 소유권 재 취득 후 재 매각을 통해 얼마의 차익이 생기는지 서둘러 주판알 튕길 것이다.

다음 호 (2)편에 계속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