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평화학에서 보는 한반도평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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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평화학에서 보는 한반도평화 (5)
  • 신희섭
  • 승인 2014.10.3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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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평화는 왜 깨어지는가? 다른 말로 해서 평화구축은 왜 어려운 일이 되는가?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획득하고 달성하기 어려운 가치라고 한다면 그것은 평화를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유지하기가 어려워서일 것이다. 고요한 물이 끊임없이 미세하게 진동을 하고 아주 적은 자극에도 반응을 하는 것처럼 항상적 상태의 평화는 역동적인 갈등에 의해서 동요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평화에 대한 연구는 갈등의 원인과 분쟁의 조건에 대한 연구와 연결되어 있다. 분쟁을 평화이전에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분쟁은 정치적 목적차이에 의해서 비롯된다. 다원주의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다양하고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다양하다. 이렇게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하다는 점은 인간들 간의 가치가 양립할 수도 있지만 양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장 단순화시킬 경우 대표적으로 두 가지 경우에 의해 분쟁이 발생한다. 첫 번째는 희소한 자원을 두고 같은 방향으로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추구하는 가치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경우이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전문직등 사회가 추구하는 대다수의 가치들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환경론자들은 환경이 성장이전에 인류가 살아갈 터전을 다루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성장론자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해서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보는 경우가 예가 될 것이다. 연인사이에 같이 뮤지컬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과 등산을 가고 싶어하는 사람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님은 의사로서 전문직을 가지길 원하는데 정작 본인은 여행전문가로서 인생을 살고 싶을 때도 부모와 자식 간에는 다른 목적과 인생에 대한 다른 기준이 작동하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의 차이가 분쟁을 가져오지만 목적이 다르다고 무조건 갈등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갈등은 생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체념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들이 소련의 전체주의에 저항하지 못하고 체념한 채 살아갔던 것을 떠올릴 수 있다.

갈등이 현저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정치적 목적의 차이와 보유한 수단의 괴리가 발견되는 경우이다. 원하는 것이 명확한데 이를 달성할 수단이 없는 경우에 있어서 달성할 수단 자체가 차별이나 배제에 의해서 주어지지 않는 경우에 있어서 갈등은 현저하게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민주화 투쟁에서 나타난다. 민주주의를 원하는 세력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할 뿐 아니라 권위주의체제에서 만들어진 제도와 법규칙 들이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이들에게 기본적으로 불리하게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민중들에게는 권력이 부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뿐 아니라 많은 인원을 모아서 세력화를 달성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사회의 기득권층과 사회적 권력에서 배제된 계층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전략이 다르다. 체제유지를 원하면서 현재 체제에서 혜택을 보는 계층은 사회 내에서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을 막아야 하고 체제의 정당성이 높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선전할 필요가 있다. 교육제도나 이데올로기 체계를 통해서 현 체제의 정당화작업을 수행하는 이유이다. 또한 이러한 정당화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에 대비하여 사법체계와 행정체계 등을 통해서 현실적으로 체제저항에 대처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한다. 이때는 정당성을 향유하기 위해 동의를 구하는 경우와 체제 저항에 대해 강권적 힘을 행사하는 경우에 있어서 적정한 균형이 유지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된다.

하지만 사회체계는 일정기간이 지나면서 주어진 환경이 변화하면 체계자체의 적응력이 떨어지게 된다. 어제의 만족스러웠던 제도는 오늘 하나의 족쇄가 될 수 있다. 정치공동체가 제시하는 운영원리와 분배방식에 대한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체계 운영의 강권적 통치에 대해서도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이때 변혁을 꾀하면서 체제에 저항하는 계층은 얼마나 논리적으로 정당성에 타격을 가하는가가 핵심이다. 정당하지 않다는 믿음이 더 빨리 확산되고 더 넓게 공유될 때 체제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쟁이 생겨나는 것의 도화선은 불평등과 부정의함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다. 근거 없이 차별받고 배제되는 경우 배제된 그룹에 대해 정치공동체는 이들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하지 않는다. 이들은 정치공동체에 지속적으로 남아있어야 할 유인이 없거나 이 체제운영 방식에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믿음이 생길 때 체제변화를 꾀하게 한다. 특히 이들의 정치적 목적은 강렬하다. 배제가 강하고 차별이 강렬할수록 이들은 변화에 대한 요구는 더욱 강렬하게 된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이들은 정의감에 불타오르게 되며 자신들의 명분에 대해 죽음도 불사하게 된다. 순간적이고 명확한 사적인 이익이 아니라 영원하고 신기루처럼 신비로운 명분과 공적인 이익이 문제가 될 때 자신의 희생은 충분히 값어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분쟁의 계기가 될 사건은 이러한 공분에 불을 댕기게 된다. 민주화투쟁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는 사건들이 생긴다. 한국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다.

평화는 이 지점에서 이제 두 가지 모두에서 의미를 가지게 된다. 평화를 하나의 안정으로 볼 경우 사회 안정을 확보하지 못하고 갈등이 표면에 등장하게 된다는 것은 사회 내에서 소극적인 평화가 붕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 이러한 갈등이 차별과 억압과 같은 사회구조적인 폭력과 부정의에 기인하는 경우 정의달성이라는 적극적인 의미의 평화도 붕괴하게 된다. 이제 평화는 어떤 관점에서 보아도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갈등이 생기게 되면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 남는다. 이미 정치적 목적의 차이가 공공연하게 드러나게 되어 분쟁이 명확하게 생겼다면 분쟁을 관리하는 장치는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분쟁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하나의 소동이나 소란정도로 치부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이루어진다. 만약 상황판단에 실패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단순히 부분적인 양보로 현 체제에 대한 동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함이 상황을 극단화시킬 수 있다.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공동체에서 정치가 수행해야 할 임무라고 할 때 이 공간은 전적으로 정치적공간이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계층과 계급적 대립에서 어느 타협점을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게 된다. 물질적인 보상을 통해서 해법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정신적인 보상과 인정(recognition)을 통해서 해법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문제가 된다. 현재 한국사회가 갈등하는 방식을 볼 때 복지를 둘러싼 분배문제의 갈등이 부족한 소득을 향상시켜서 실질임금을 높여서 절대적인 소득을 높이는 방안이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계층적 분화에 따른 무시와 차별의 문제를 공동체구성원으로서의 상호인정으로 바꿀 방안인지가 고려되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된다.

사회갈등과 분쟁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면 이것은 대체로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보상보다는 정신적인 인정이 해법이 된다. 인도에서 높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카스트제도에 불만을 가지고 미국으로 이민을 계획하는 이들을 보면 사회적 인정을 통한 정신적인 만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볼 수 있다.

분쟁의 해결과정은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새로운 사회운영절차와 과정의 구축으로 이어진다. 부정의한 차별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제도적인 운영이 보장되어 질 때 분쟁국면은 평화구축의 국면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인정여부를 둘러싼 투쟁을 생각해보면 평화구축의 과정이 지난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표면화 분쟁의 격화와 투쟁 그리고 상호인정에 기반한 해결은 정치공동체를 운영하고 유지하는 인간 공동체에서 필수적이다. 그것은 다원주의가 말하듯이 다양한 인간이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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