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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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 마용주
  • 승인 2014.10.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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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용주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중학생쯤 돼 보이는 남학생 3명이 포승에 묶여 검사실로 들어왔다. 경찰에서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처분을 위해 넘어온 것이다. 또래 친구들 돈 뺏고 오토바이 훔쳐 타고, 뭐 그런 불량 학생들이었다.

사법연수원 2년차 검사시보를 할 때니 20년보다 전 이야기다.

당시는 검찰청사 사정이 좋지 않았다. 좁은 검사실 안쪽에 검사 책상이 있고 중간쯤에 검찰수사관 책상, 검사시보 책상, 여직원 책상이 닥지닥지 놓여있었다. 내 책상이 이들 남학생들이 있는 곳과 가까워서 그랬는지 간간이 눈길이 갔다. 어린 나이에 안됐다는 생각을 하면서.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포승으로 온 몸이 묶여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구속 피의자들, 특히 나이 어린 소년범들이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대기하던 그런 시절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동정심은 오래 가지 못했다. 포승이 묶인 상태에서 한 학생이 옆에 있는 학생 옆구리를 밀쳤다. 또 그 학생은 또 다른 학생에게 어깨를 밀치고.... 그러다 서로 키득키득 거리고. 장난을 치고 있는 게 아닌가. 어이가 없기도 하고 한 동안 그 꼴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화장실도 갈 겸 검사실 밖으로 나왔다. 검사실 밖 복도에서는 학생들의 부모들이 안절부절하면서 사무실 안 동정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문을 열고 나온 나를 일제히 쳐다보는 그 눈빛은 애원 그 자체였다. 애써 모른척하고 잠시 후 다시 돌아올 때는 어느 어머니는 힘이 빠져 벽에 기대 주저앉은 채 울고 있었다. 검사실 안 학생들은 여전히 그렇게 장난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검사실 안과 밖의 모습은 이렇게 많이 달랐다. 자신의 소중함과 장래를 생각하지 못하는 철부지들.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부모들.
그 학생들이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특별히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어린 나이니 소년부 송치되어 보호처분 정도 받았으려나. 이제 삼십대 중반이 되었을 것이다. 그 후로도 그러고 살았으면 점점 더 나쁜 길로 빠져들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개과천선해서 성실한 사회인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때 그들의 부모들을 생각한다면 후자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많은 시간이 흘러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워 그 아이의 사춘기 방황을 지켜보면서 비로소 깨닫게 된 지금에야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자주 되뇌어 본다. 그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아무리 어리지만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자신의 장래도 생각해 보고요. 와 닿지 않으면 부모님을 한번 보세요. 부모님만큼 여러분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부모님은 지금 하늘이 무너져 내린 아픔과 절망을 겪고 계십니다.”

“마음이 많이 아프실 겁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을 겁니다. 하지만 용기와 희망을 가지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자식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시니 아드님은 더 크게 빗나가지 않고 반드시 옛날의 착하고 사랑스런 아들로 다시 돌아올 겁니다. 힘내세요.”


<서울중앙지방법원 홈페이지 소통광장 법원칼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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