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에볼라 바이러스 출혈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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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에볼라 바이러스 출혈열 이야기
  • 최평균
  • 승인 2014.10.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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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평균
교수·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1976년 9월 벨기에의 열대의학연구소에 혈액샘플이 하나 도착하였습니다. 당시 콩고민주공화국의 자이르 지방에서는 급작스러운 고열 후 코나 위장관의 심한 출혈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갑자기 많이 발생하였는데,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환자를 돌보던 벨기에인 수녀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자, 그곳에 있던 벨기에 출신 의사가 원인을 밝히기 위해 본국으로 혈액 샘플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샘플에서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바이러스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처음 환자가 발병한 지역의 강 이름을 따서 에볼라 바이러스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이때 이 지역에서 모두 318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88%가 사망하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850km 떨어진 남수단 지역에서도 비슷한 질환이 유행, 284명이 발병하고 151명이 사망하였는데, 환자 혈액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에볼라 바이러스 출혈열은 가장 치명적인 감염질환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에볼라 바이러스 출혈열은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 가봉, 우간다, 코트디부아르 등 주로 중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모두 20차례 정도 산발적으로 유행하였고, 치사율은 25~90%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초부터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행하면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올해 2월 기니에서 발병한 에볼라 출혈열은 주변의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으로 유행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2014년 8월 6일자 세계보건기구 발표에 의하면 현재까지 이들 3개국에서 1,711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932명이 사망하였는데, 이는 단일 유행으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약 5~10일(짧게는 2일, 길게는 19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갑자기 고열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때 대개는 심한 두통과 오한, 몸살 증상이 동반됩니다. 이후 기침을 동반한 가슴 통증, 복통과 설사 증상이 나타나다가 점차 기운이 없어지고 심한 경우 의식을 잃게 됩니다. 고열 발생 5~7일 후 피부에 빨간 발진이 생기고 이후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합니다. 이때쯤부터 주사를 투여 받던 피부나 점막에서 피가 나는 출혈 경향이 나타납니다. 일부 환자는 10~12일 정도 열이 나다가 이후 열이 떨어지면서 점차 회복하지만, 많은 환자들의 경우 출혈 경향이 심해지면서 출혈과 저혈압에 의한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사망에 이릅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처음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사람간 전파가 일어나는가 입니다. 과학자들은 사람이 처음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이유를 야생 동물과의 접촉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연계의 에볼라 바이러스 보유 숙주로는 과일박쥐, 침팬지, 고릴라 등이 알려져 있지만, 바이러스가 이들 야생동물에게서 사람에게 옮겨지는 명확한 감염 경로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사람간 전파는 감염된 사람의 체액, 분비물, 혈액 등에 직접 접촉을 통해 이뤄집니다. 따라서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의료인이 감염되는 ‘병원 감염’이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의료인이 장갑, 가운과 같은 개인보호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진료하는 경우 감염 위험이 증가합니다. 일부 환자를 돌본 가족이나 장례식에 참여해 시신과 접촉한 사람들에게서 발병한 사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직접 노출되어야만 감염이 되고, 출혈 등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비로소 2차감염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사람간 전파력은 매우 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명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다른 한 명에게 병을 옮기지 못할 정도입니다. 홍역 환자 한 명이 15명을 전염시키고, 2009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인플루엔자의 경우 환자 한 명이 평균 2~2.5명을 감염시킨 것과 비교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의료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고 개인 위생상태가 깨끗한 곳에서는 에볼라 출혈열 환자가 유입되더라도 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또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나 예방을 위한 백신은 아직 없지만 의료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 지역이 아니라 의료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선진국에서 발생한다면 수액 요법, 영양 치료, 수혈 등 보존적 치료가 원활하게 이루어져 치사율이 지금까지의 보고보다는 낮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제공: 서울대학교병원 WEB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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