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리금 보호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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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리금 보호 필요하다
  • 김현
  • 승인 2014.10.0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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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신사동 가로수길 은 예쁜 카페와 식당들이 줄지어 있어 산책하기 좋은 거리였다. 외국인들도 즐겨 찾아 서울의 명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카페들이 하나 둘 문을 닫아 지금은 예전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들리는 이야기는 사업은 나쁘지 않은데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급격히 인상해 채산성이 맞지 않아 문 닫는 카페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적은 자본으로 창업해 신용을 쌓고 단골도 생겨 이익이 나기 시작했는데, 임대기간 만료 후 건물주가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거나 임차인을 내보낸 후 건물주가 직접 영업을 하거나 신규 임차인과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임차인이 이룩한 영업가치를 이용해 건물주가 직접 영업을 하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권리금을 건물주가 가로채는 것이고, 건물주가 신규 임차인과 계약하면서 직접 권리금을 받으면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결과가 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전국 상가 세입자는 218만명이고 권리금 평균 금액은 약 2천748만원이며 전체 권리금은 33조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권리금은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행해져 왔으며,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정의가 내려진 것도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이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권리금이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이루지 않는다고 보아 임대인의 권리금 반환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권리금 폭탄 돌리기’로 인해 임차인인 수백만 자영업자들은 법적으로 불안한 지위였다. 그런데 권리금 분쟁이 자주 일어나고 경제민주화 논쟁이 본격화되자 상생의 길을 도모하기 위해 법무부가 올해 9월 권리금을 법제화하는 혁신적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은 모든 상가 임차인에게 건물주가 바뀌어도 5년간 임대차 기간을 보장한다.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임대인에 대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협력의무를 부과한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에는 권리금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다만 협력의무 적용기한은 계약 종료 후 2개월로 하고, 임차인이 의무를 위반해 계약 갱신이 거절됐거나 임대인이 보상을 제공하고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경우, 임대인이 건물의 파손, 안전, 재건축의 이유로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경우에는 임대인의 협력의무를 면제한다. 임차인의 권리금에 대한 권리와 임대인의 재산권을 적절히 조화시킨 것이다. 권리금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17개 시·도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권리금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이 권리금의 목적인 영업가치에 대해 상세히 적도록 해 분쟁을 예방한다.

법무부는 개정안의 취지를 ‘임대인의 소유권만을 우선해 임차인의 영업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불균형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물주 측은 임대인의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지적한다. 건물주가 원치 않는 업종의 임차인과 계약 체결할 것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권리금을 법제화하면 상가에 대한 보증금과 임대료가 상승할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 한편에선 권리금 분쟁은 상가 재건축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장하지 못하면 용산사태 같은 불상사가 재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개발이 공익사업의 성격이 강해 당장 이에 대한 법제화를 할 수 없다면, 우선 사적 사업에 해당하는 재건축 상가부터 권리금 보호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영세 임차인을 지나친 임대료 인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2001년에 도입된 환산보증금 최고한도액을 4억원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행법상 환산보증금(월 임대료 X 100+보증금) 액수가 4억원 이하일 경우에는 임대료 인상폭이 9%로 제한되나, 이 금액이 4억원이 넘으면 건물주가 제한 없이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을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통한 이해관계의 조정으로 우리 모두가 잘 사는 정의로운 사회로 한발 다가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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