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평화학에서 보는 한반도평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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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평화학에서 보는 한반도평화 (2)
  • 신희섭
  • 승인 2014.10.0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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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 시간에도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반도의 현재 상태가 전쟁이 멈추어 있는 휴전상태라는 점에서 한반도는 휴전체제를 전쟁종결로 이끌고 평화체제로 바꾸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전쟁과 평화는 한반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억지하고, 군사력으로 대표되는 권력을 강화하고,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평화에 대한 관심은 적은 편이다. 안보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평화는 이보다 낮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평화학과 안보학이 구분되어 있었다. 전쟁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전쟁과 같은 분쟁의 상황에서 어떻게 국가가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위협(threat)이나 손상(damage)으로부터 보호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는 안보학은 1948년 고전적 현실주의의 출발과 함께 발전하였다. 반면에 평화학은 이러한 안보수요를 따르지 못했다.

최근에 들어와 평화학과 안보학은 수렴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럽에서의 공동안보(common security)와 인간안보(human security)이다. ‘공동안보’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정치학의 전제를 깨고 적과 함께 안보를 추구한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이다. 냉전시기 소련에 의해 제안되어 마련된 헬싱키회담과 이후의 평화회담들에서 발전한 공동안보개념은 핵시대에 안보는 적과 우리로 구분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제시한다. 즉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의 협력을 주장하는 것이다.

안보의 기본 단위는 인간 개인에 있다는 인간안보관 역시 국가단위의 현실주의 안보관을 뛰어 넘는 것이다. 인간의 조건을 개선함으로서 안보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미에서도 평화가 구축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두 가지 안보는 전쟁부재로서의 평화와 구조적폭력의 배제로서의 평화를 동시에 다룬다. 이 두 가지 이론이 유럽과 캐나다와 같이 상대적으로 국가에 대한 안보위협이 약한 나라에서 발전했다는 맥락을 살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안보학과 달리 평화학이 따로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평화학이 독립적으로 다루어지려면 안보학과 달리 평화학의 논리가 독자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평화학의 탄생과 발전을 다루는 것은 평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겠다.

그렇다면 평화학은 어떤 이론가를 계기로 해서 만들어졌는가? 많은 이들이 전쟁을 막는 방법에 대해 다루었지만 이들 모두가 평화에 집중해서 이를 체계적으로 다룬 것은 아니다. 평화학의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평화를 다룬 이론가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사상가 중에서 전쟁의 부재로서 평화를 체계적으로 그린 이론가는 토마스 홉스가 그 기원을 이룬다. 홉스는 자연상태로서 무정부상태를 전쟁상태로 보았고 이것을 제거하기 위해서 국가를 구성하는 논리를 만들어주었다. 그가 살았던 청교도혁명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종교전쟁기에 홉스는 국가를 구성하여 인간들이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전쟁상태의 종결 즉 평화상태 구축을 위해서 왜 국가가 필요하며 인간들은 자신들의 권력사용가능성을 포기하고 국가에 권력을 위탁함으로서 어떻게 ‘자연상태=전쟁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를 직접적으로 다룬 것이다.

자유주의이론에서도 평화를 직접적으로 다룬 이론가를 찾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이론가로 사회계약론을 통해서 자연상태를 제거하기 위한 국가 구성의 논리를 만든 존 로크를 들 수 있다. 로크는 자연상태가 반드시 전쟁상태는 아니지만 기만과 속임수가 난무하고 이러한 기만의 상황에서도 중재할 수 있는 상위권위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보았다. 개인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일군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강탈해가는 도둑들로부터 자신의 (소유권)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야경국가와 같은 국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런 국가를 구성하기 위해 사회계약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로크는 자유주의의 사상적 기초를 제공했다. 자연상태를 극복함으로서 인간은 평화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소유권과 계약을 보장해주는 국가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자유주의 이론가 중에서 생피에르도 평화를 다루었다. 그는 영구평화에 이르는 방법으로 군주에 주목했다.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큰 반면에 직접적인 손해를 보지 않은 군주가 전쟁을 결심하지 않는다면 평화에 이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전쟁을 이익과 비용의 문제로 체계적으로 분석한 생피에르의 주장은 이후 루소의 비판을 거쳐 임마누엘 칸트에 의해 계승되어 진다. 루소는 생피에르가 군주의 선의에 전쟁을 절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을 비판하면서 공화주의가 구축될 때 실제 전쟁의 피해를 감내하는 인민들의 목소리가 개입되어 전쟁을 폐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루소의 주장은 인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치체제에 도입하자는 점에서 생피에르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영구평화를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론가는 임마누엘 칸트이다. 칸트는 영구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법은 인간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장치일 뿐 아니라 국가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장치이기도 한 것이다. 칸트는 국가 간 관계를 규율할 수 있는 법을 정립하여 조약집의 형태로 영구평화론을 제시한다. 상비군폐지와 같은 선결조건이 예비조항을 차지한다면 공화주의헌법, 국제법, 세계인민법이라는 3가지 법체계를 통해서 국가들의 전쟁을 선택하지 않고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보았다.

17세기 홉스부터 19세기의 칸트에 이르기 까지 많은 이론가들이 평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였지만 실제 평화라는 가치는 정치학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평화만이 아니라 국제정치 자체가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다. 국가들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와 같은 국내정치의 이념들을 집중했고 국가마다 처해있는 계급 대립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는 새로운 사회계층을 이룬 부르주아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이들의 정치적 권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론을 발전시켜나갔다. 반면에 사회주의는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사회주의지식인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 개선을 목표로 이론을 발전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간의 관계 속에서 안보와 전쟁의 방지하는 평화는 주목 받지 못한 것이다.

평화가 가치로서 중요하게 여겨진 것은 전쟁의 참화에 대한 반성에 기인한다. 평화뿐 아니라 국제정치 자체가 관심을 받지 못하던 것에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희생자를 가져온 1차 대전의 엄청난 피해에 기인한다. 1차 대전이후에야 평화가 중요한 가치가 된 것이다. 1천만명이상이 사망한 이 전쟁이후 국가 간의 관계 자체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관심이 늘면서 평화는 시민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었다.

1차 대전은 국제정치학을 독자적인 학문으로 만들었다. 1차 대전이후 미국의 우드로 윌슨으로 대표되는 이상주의자들은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주주의, 민족자결, 국제법과 국제기구를 통한 협상을 통해서 세력균형의 논리와 비밀외교를 대체하고자 했다. 국가내의 정치학를 넘어서 국제정치학의 이론을 구축하고자 한 이들은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에 기반하여 인간들 관계에서 부족한 사회적 제도와 기구를 통해서 인간들 간의 살육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1차 대전이후에 새로운 실험에 들어간 소련 역시 평화운동을 주도적으로 주창했다. 사회주의 이념상 노동자-형제들 간의 관계가 국가 간의 관계를 대체할 수 있다면 평화는 이룩될 수 있다. 평화는 궁극적으로 국내정치에서 혁명을 통한 사회주의건설과 국가의 폐지를 통해서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간 전쟁의 방지는 결국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서 국가를 사라지게 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 시기 유럽의 자유주의자들도 1차 대전 이후 런던해군회담이나 워싱턴 군축회담으로 대표되는 군비축소회담과 부전조약의 체결과 같은 평화구축방안을 제시하였다.

다음 시간에는 평화학이 현대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게 되는 과정과 평화에 대한 이론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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