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60 / 골프장 얼마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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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60 / 골프장 얼마쯤 할까
  • 이용훈
  • 승인 2014.10.0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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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최근 국회의장까지 지낸 원로 정치인이 골프장에서 단순한 추태를 넘어 범죄로 보이는 일탈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세평에 따르면 ‘재미’만을 따질 때 앉아서 하는 것 중 ‘도박’, 두 발로 서서 하는 놀이 중에는 골프가 단연 으뜸이다. 참여정부 시절 실세 총리의 낙마 사유도 부적절한 골프였고, 나라에 우환이 있을 때마다 공직에 있는 군 간부나 고위 관료가 근신 지시에도 아랑곳없이 골프를 즐기다 뒤늦게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전례를 볼진대, 이 운동이 분명 매력적인 건 부인치 못할 것이다.

2014년 골프장 경영협회가 집계한 자료를 들춰보니, 전국에 500여 곳의 골프장이 등록돼 있고 이중 460곳이 운영중이다. 구성 비율은 회원제와 비회원제 골프장이 엇비슷하다. 근 십년 골프장이 우후죽순 들어차면서 적지 않은 곳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으나, 연초 기준 39곳이 건설 중에 있는 걸 보면, 후발주자는 골프장 성수기면 월 200만 명이 훌쩍 넘는 고정 수요층을 단단히 신뢰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골프장의 하소연이 엄살만은 아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집계한 2013년 골프장 업체의 경영실적 분석(잠정)자료에 의하면,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2.10%, 대중제 골프장은 28.3%를 보이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 조사업체 138개 중 절반이 조금 넘는 업체가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니, 상대적으로 대중골프장의 수익성은 완만한 하락세고 회원제 골프장은 급감한 측면이 도드라진다. 업계는 골프인구 정체, 골프장 공급과잉 심화, 고객 유치를 위한 과도한 할인 경쟁 등으로 사정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필자 주변, 골프장 회원권을 사용가치가 아닌 투자가치로 매입했다 수 억 고스란히 날린 이 역시 골프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낙관했다가 낭패를 본 셈이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시행령 별표 1에 열거한 체육시설 중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게 골프장이다. 동법 12조는 등록 체육시설인 골프장을 운영하려면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특별시장, 광역시장, 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에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한편, 동법 시행령 20조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업의 등록 시 골프장 부지를 골프코스, 주차장 및 도로, 조정지, 조경지, 관리시설부지, 유지·관리 예비 토지로 구분 등록하도록 했지만, 감정평가사는 골프장 부지를 조성비용이 들어간 개발지와 순수 소지 상태의 원형보전지로 단순 구분한다.

골프장이 어느 정도 가치를 지니는지 감정평가 혹은 컨설팅 하기 위해서는 개별로 평가해서 더하거나 일괄 평가하는 방법 모두 적용 가능하다. 개별 평가는 골프장 구성 요소의 가치를 낱개로 평가해서 다 합치겠다는 것. 일단, 클럽하우스 등 건축물과 구축물은 상각자산이므로 원가법이 적용된다. 토지를 평가할 때는 취득한 토지가격과 조성비용 상당액에 주안점을 둘 수 밖에 없다. 잔디만 심으면 골프장으로 쓸 수 있는 토지에 조성을 한 게 아니고, 농경지, 임야를 성토·절토해 현재 상태로 이행한 것이다. 매입한 농경지, 임야 가격도 순수 경작용 혹은 자연림의 가격이라기보다는 골프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목 좋은 곳 이점이 반영돼 얼마간 웃돈이 포함돼 있다. 입지의 수혜자인 경우 꽤 비싸게 매매되곤 한다. 골프장으로 조성하는 비용은 ‘홀당 얼마’로 정형화돼 있다. 입지·주위환경·지세를 기준으로 산악형, 평지형으로 구분하는데, 각각의 대략적인 홀당 조성 비용 수준이 시장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어느 누가 한 홀만 따로 떼 내서 매각할 수 있겠는가? 9홀, 18홀, 36홀을 모두 묶어 평가할 수 밖에 없다. 골프장 구성요소를 개별 평가하지만 토지만 봐서는 홀 전체를 묶음으로 평가하며, 등록된 토지 전체 면적에 동일 단가가 적용된다. 개발지와 원형보전지의 가격을 각각 내고 이를 면적별로 가중평균하는 논리와 다를 바 없으나, 그렇다고 각각의 단가를 반드시 구할 필요는 없다. 한편, 골프장 역사, 브랜드, 명성 등 무형의 가치에 대해 거래 당사자가 충분히 공감한다면 별도의 목록으로 신설하지 못해도 토지단가에 이를 충분히 녹여내면 될 것이다.

일괄 평가의 논리는 다분히 시장친화적이다. 골프장 부지, 그리고 클럽하우스 등 건물과 구축물, 카트 등으로 나눠 장부에 구분 등록하긴 해도 골프장이 매매 될때는 한 통속이니 평가도 묶어서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여러 홀 중 한 홀만 매매할 수 없듯이 골프장 부지만 취득하고 클럽하우스를 매매목록에서 빼 버리는 건 상식 이하의 매매 유형이다. 골프장의 매매금액 책정 시에도 홀당 얼마로 계산하는 게 관행이다. 전국 수백 여 곳의 골프장이 있고 손이 바뀐 곳도 적지 않아 신뢰할 만한 거래 전례가 구축돼 있다. 지역, 입지, 조성 된 상태의 품질, 시장의 평판 등에 따라 홀당 매매가능 금액은 일정한 범위를 보인다. 골프장 간 순위를 매겨 내 앞자리와 뒷자리에 위치할 경쟁 골프장을 순서 맞춰 세워 놓으면, 위 아래 거래 내역을 확보하는 순간 대상 골프장의 시장가치 도출 과정은 마무리된다. 회원제 골프장이라면 회원권 시세로 순위를 매기는 것도 약식 방법으로 볼 수 있다.

대상 골프장의 영업이익 자료를 활용해 수익환원법을 적용한 일괄 평가도 가능하다. 다만 기간 수익의 성격은 부동산 임대차소득이 아닌 골프장 운영수입이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골프장을 구성하는 부동산 가치 총합이 아닌 경영, 기술, 인력, 브랜드의 기여분이 포함돼 있는 골프장 기업가치가 도출된다. 시장에서는 골프장 부동산 가치와 골프장 가치를 구분하지 않는다. 매매할 때 역시 시장에 공공연히 노출된 해당 골프장의 영업이익 자료가 매매금액을 저울질하지 않는가.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세부적으로 단일 기간의 영업이익을 환원할 수도 있고, 기간 할인 모형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기업이라면 회사 명의의 골프장 하나쯤은 보유하고 싶어하고 중간급 간부에 올라선 직장인도 골프채 세트 한 묶음은 구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분간 골프장의 공급이나 수요에 큰 변화는 없을 듯싶다. 서서 하는 가장 재밌는 놀이라 하니, 나라 전체 인구 감소율 이상으로 전체 이용자수가 줄어들 위험도 크지 않다. 부적절한 접대 현장이라는 불명예도 여전할 것이고, 생활의 안정기에 접어든 이와 여유로운 노후 세대의 사랑받는 스포츠의 위상도 견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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