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생동차 합격수기>“본인의 특성 활용한 공부전략이 좋은 결실 맺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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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생동차 합격수기>“본인의 특성 활용한 공부전략이 좋은 결실 맺어”
  • 법률저널
  • 승인 2014.10.0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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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화 · 제56회 사법시험 제2차시험 합격 · 민족사관고등학교/고려대 법과대학 졸업


I. 글을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제56회 사법시험 2차 합격생입니다. 수석도 아니고 최연소도 아닌 제가 수기를 쓰게 되어 매우 부끄럽습니다. 또한 친구들에 비해 늦게 합격한 터라 쑥스럽습니다만, 몇 차례 고배를 마셨던 제가 합격하였다는 사실로부터 수험생 여러분이 용기를 얻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1년 1차 시험에서 총점 0.15점 차로 불합격하고 이어서 2년 간 계속 한 문제 차이로 1차 시험에 실패하자, 온통 좌절과 고독감에 휩싸여 다시 도전하기가 몹시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결국 다시 추스르고 일어서서 버텼기에 2차 합격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합격으로부터 멀어졌던 원인은 저의 교만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스스로 알아서 공부해왔듯이 사법시험도 혼자 공부하면 될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그것이 바로 자만심이었습니다. 몇 년 혼자 공부하면서 가족과 집안일, 주변에 대한 잡다한 관심 등으로 주의가 흩어져 예상과 달리 공부에 몰입하기 어려웠습니다. 처음부터 주변 분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함께 공부했더라면 합격을 조금 당길 수 있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올해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 자만심부터 몽땅 버렸습니다. 자존심을 바닥까지 내려놓은 끝에 1차 시험에 합격하고, 이어 2차 시험을 준비하는 내내 ‘배워서 남 주자’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습니다. 올해 법률저널 주최 장학생 선발 시상식에서 오윤덕 변호사님이 들려주신 “합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사회에서 빌렸다는 마음으로 갚아 나아가야 한다”는 말씀을 믿고 따랐습니다. 이번 초시 합격은 이런 마음으로 임했기 때문에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합격요소를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시험 준비 방법

 
본인의 특성
1차 시험 - “오답노트”와 “자투리시간”
2차 시험 - “답안쓰기”와 “법조문”
① 후4법 - “몰아치기”
② 기본3법 - “시나브로”
③ 막판 정리 - “순환별 모의고사”
④ 실전 - “사안의 포섭”과 “법조문”
- 강의집중력 ‧ 흡수력이 높다.
- 청각주의력이 높다.
- 지식의 관념적 구조화가 빠르다.
- 지식 간의 관계짓기를 좋아한다.
(ex. 대립관계, 유사관계 등)
- 부담감과 지루함에 약하다.

 

1차 시험이든 2차 시험이든 ‘자신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공부 방향과 방법을 설정함으로써 합격의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2차 시험에 일찍 합격할 수 있었던 토대로는 고등학교 시절 논술식 공부 방법을 다진 점과 대학교 학부시절 내내 강의를 매우 열심히 듣고 중간고사·기말고사에 충실히 임한 점, 그리고 작년 1차 시험에서 낙방한 후 상법 외 후4법 예비순환 과정을 5월까지 완주했던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지루함에 약한 점을 보완하고자, 1차 시험의 경우 시간 단위를 짧게 하여 자극을 주는 방식을 사용하였고, 2차 시험의 경우 하루에 후4법 중 1과목과 민법·형법을 동시에 공부하는 방식을 사용하였습니다. 부담감에 약한 점을 보완하고자, 1차·2차 시험 공히 민법을 매일 공부해, 민법을 하나의 거대한 독자적 과목이라기보다 ‘일상의 습관’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다음은 제 특성을 활용한 구체적 공부방법입니다.

II. 1차 시험 (2013년 9월 - 2014년 2월) - “오답노트”와 “자투리시간”

올해 1차 시험을 다시 준비하면서 지난날들과 차별화된 공부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 전략이 바로 “오답노트” 작성과 “자투리시간” 활용입니다.

1. “오답노트” 작성

[예시 1] 헌법 오답노트 작성례 <교재 : 차강진 객관식 판례헌법>

비고

 
위치
지문
사건번호
 
기본권
“거주자 1인과 그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사업소득이 발생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사업자 중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당해 특수관계자의 소득금액은 그 지분 또는 손익분배의 비율이 큰 공동사업자의 소득금액으로 본다” <違>
-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反하지 않음
- 헌법 제36조 제1항에 反하지 않음
- 비례원칙에 反하여 경제 활동의 자유, 재산권 침해 O
2004
헌가
19
동일
법리
기본권
“거주자 1인과 그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부동산임대소득이 발생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사업자 중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당해 특수관계자의 소득금액은 그 지분 또는 손익분배의 비율이 큰 공동사업자의 소득금액으로 본다” <違>
2006
헌가
16

[예시 2] 형법 오답노트 작성례 <교재 : 이용배 전범위 모의고사 5회> 

비고

 
위치
지문
 
전범위#4
문26.④
<참고인 ․ 피의자의 묵비 ․ 허위진술>
원) “범인은닉죄 X” and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X”
☒ 수사기관에 대해 피의자가 허위자백을 하거나 참고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것만으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범인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을 묵비하거나 허위로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가 아닌 한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이 법리는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공범에 관하여 묵비하거나 허위로 진술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vs
문37.다
예) 피의자나 참고인이 아닌 자가 자발적이고 계획적으로 “피의자를 가장”하여 수사기관에 허위진술한 경우, 범인 아닌 자가 수사기관에서 “범인임을 자처”하고 허위사실을 진술한 경우
= “범인은닉죄 O” but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X”
☑ 범인 아닌 자가 수사기관에서 범인임을 자처하고 허위사실을 진술하여 진범의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초래하게 한 행위는 범인은닉죄에 해당한다.
☒ 피의자나 참고인이 아닌 자가 자발적이고 계획적으로 피의자를 가장하여 수사기관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고는 할 수 없다.

[예시 3] 민법 오답노트 작성례 <교재 : 김동진 민법 필수지문 정리의 종결>

비고

 
위치
지문
 
p.679
채권자가 가압류한 부동산에 가압류채무자가 제3자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가압류채권자는 채권자취소권 행사 O
vs
 
채권자가 가압류한 부동산에 가압류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가압류채권자는 채권자취소권 행사 X
 
p.660
대위채권자는
☑ 동산 ․ 부동산의 인도, 금전의 지급 등 : 직접 자신 앞으로 청구 可 (= 급부의 수령을 필요로 하는 경우)
判) 부당이득금반환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 직접 대위채권자에게 이행하도록 청구 可
☑ 소유권보존등기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 : 직접 자신에게 이행 청구 可
vs
 
☒ 소유권이전등기는 직접 자신 앞으로 청구 不可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도별 모의고사 및 마무리 강의를 수강하면서 정리한 오답노트입니다. 오답노트는 각 과목 수업시간을 마친 직후, 해이해지기 쉬운 식사시간에 작성하였습니다. 강의집중력과 청각주의력이 높은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학원 실강을 수강했습니다. 민법은 김동진 선생님, 형법은 이용배 선생님, 헌법은 차강진 선생님 진도별모의고사 및 겨울판례강의, 마무리강의와 교재로 결정하여 시험 직전까지 공부했습니다. 주된 강의 외에 기상특강으로 형법은 정인수 선생님, 헌법은 이주송 선생님 기상특강을 활용했습니다. 선택과목은 국제법이었고 원혜광 선생님 특강을 수강했습니다.

오답노트 작성을 위해 각 판례의 결론을 정확히 파악하고자 형광펜을 사용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헌법에서 합헌은 노란색, 위헌은 연두색으로 결론 부분을 덧칠하였고, 형법에서 범죄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죄로 결론을 낸 판례의 키워드는 노란색, 범죄요건을 충족해 죄가 성립한 판례의 키워드는 연두색 등으로 표시했습니다.

이렇게 색상으로 분류한 내용을 보며 한글파일로 오답노트를 작성했습니다. 컴퓨터로 작성하니, 빠진 부분을 끼워 넣거나 지문의 배치를 변경하는 것이 용이했습니다.

오답노트 작성은 강의 직후 기억이 생생할 때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유사한 지문,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지문을 ‘vs’나 ‘=’ 등의 기호를 활용해 관계 지어 기입하면서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시험 2주 전쯤 오답노트를 인쇄해 제본하니 과목당 200쪽 정도 되었는데 이를 반복해 읽었습니다. 그 결과, 종전처럼 막연하고 흐릿한 지식이 아니라 정확하고 선명한 지식을 채운 머리로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오답노트는 나만의 고유한 무기(武器)입니다. 내게 부족한 지식만 골라 모은 ‘효율적인 자료’인 동시에, 치열하게 공부했음을 증명하는 ‘자신감의 원천’입니다.

2. “자투리시간” 활용

자투리 시간의 낭비를 없애고자 1시간 내지 1시간 반 단위로 일과표를 촘촘히 작성했습니다. 이렇게 단시간으로 쪼개어 시간을 활용하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특히 12월 말부터 2월 시험 직전까지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까지의 “민법공부시간”과 매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의 “가족법 강의 반복청취”, 매번 독서실에서의 공부 시작 직전 20분간 “워밍업 문제풀이 시간”을 확보하여 습관으로 만들었습니다.

① 민법공부시간에는 김동진 선생님 진도별모의고사 문제지만 다시 구해, 사례의 사실관계를 그림으로 일일이 그려가며 모의고사 1회분 내지 1회 반 분량을 속도감 있게 풀었습니다. 해설지에서는 자주 틀리는 문제풀이만 확인하는 방식으로, 할당한 시간을 넘지 않게 했습니다.

② 가족법 강의 반복청취시간에는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김동진 선생님 가족법 강의를 1.8배속으로 계속해 들었습니다. 식사시간을 활용한 결과, 별도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부담 없이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③ 워밍업 문제풀이 시간은 학원강의 수강 외 오후 공부시간대와 저녁 공부시간대에 독서실 자리에 앉은 직후 각각 20분씩이었습니다. 김현석 선생님 객관식 헌법판례집의 제본을 뜯어 낱장으로 만든 뒤, 문제 7개 내지 10개를 풀고 모르는 지문을 체크하고 남은 부분은 곧바로 버리는 식으로 마치 퀴즈를 풀듯 활용했습니다. 공부에 몰입하기 위한 두뇌 컨디션을 조성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짬을 내어 법률저널 전국모의고사에 응시하였습니다. 실제 시험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실전경험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늘어지기 쉬운 일요일을 낭비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되었고, 객관식 문제풀이 감각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전범위임에도 모의고사를 잘 치렀다는 자신감이 결국 1차 시험 합격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III. 2차 시험 (2014년 3월 - 6월) - “답안쓰기”와 “법조문”

1차 시험 당일 저녁 채점을 하고서는 (작년 유난히 높았던 1차 합격선을 감안해) 불합격했다고 생각하여 아예 고시촌에서 방을 뺐었습니다. 그런데 2주쯤 지나 수험가 분위기를 보니 합격선이 대폭 하락할 것 같기도 해서, 어쨌든 2차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옳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다시 고시촌으로 돌아왔습니다.

공부 계획을 세우면서 예비순환 과정과 3순환 과정 중 무엇을 수강할 지 몹시 고민하였습니다. 사시2차 다음카페의 전년도 생동차 합격수기를 정독하며 3순환 수강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이후 3월 10일 개강한 민사소송법 3순환부터 시험 직전 6월 17일 종강한 4순환까지 실강을 수강하고 빠짐없이 모의고사 답안을 제출하였습니다.

2차 시험 합격의 필수조건은 “답안쓰기”와 “법조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답안쓰기”는 합격의 필수조건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본 수기를 쓰며 3월부터 시험 전날까지 작성한 답안지를 다시 세어보니 학원에서 쓴 답안지만으로도 약 120장이었는데, 무리다 싶을 정도로 거듭한 연습 덕분에 긴장하지 않고 시험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아는 것이 없으므로 아직 답안을 쓸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갖기 쉬운데, 오히려 답안을 써 봄으로써 모르는 부분을 확실히 자각하고 비로소 ‘답안에 필요한 지식’을 선명히 채워 넣을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하였습니다.

“법조문”은 공부의 출발인 동시에 답안의 기초입니다. 1차 시험 때부터, 기본서 본문의 괄호에 적시된 법조문 하나하나 법전을 찾아가며 조문번호에 노란 형광펜으로 색칠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2차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이 습관을 줄곧 유지했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느렸습니다만, 하면 할수록 가속이 붙을 뿐더러 법조문을 자동으로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귀찮을 때도 급할 때도 ‘우리나라는 성문법 국가’라는 사실을 거듭 떠올리며, 법조문 찾는 일을 절대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2차 시험을 준비하며 다음의 강의와 교재를 활용하였습니다.

과목

 
기본서+사례집
강사
막판에 본 교재
민사소송법
통합 민사소송법, 사례 민사소송법
이창한
1, 2, 3, 4순환 모의고사
형사소송법
최종정리 형사소송법, 강의안
정주형
1, 2, 3, 4순환 모의고사
상법
상법신강, 기출문제자료집
김남훈
1, 3, 4순환 모의고사
행정법
행정법 엑기스, 엑기스 핸드북,
행정법령 핸드북
정선균
1, 2, 3순환 모의고사
헌법
헌법핵심정리 300, 기출문제
김유향
헌법핵심정리 300
2, 3순환 모의고사
형법
더형법, 기출문제, (이케바)
이재상
1, 2, 3, 4순환 모의고사
민법
민법기출의맥, 암기장, (민법의맥)
윤동환
2, 3, 4순환 모의고사

 
1. 후4법 - “몰아치기”

3월 10일부터 4월 19일까지 후4법 3순환 실강을 수강하며 모의고사에 응시하였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완주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싶을 정도로 몹시 힘들었습니다. 억만금을 준대도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간입니다. 3순환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모의고사 전날 저녁부터 당일날 새벽에 2회분(총 6강)에 해당하는 1순환 인터넷강의를 미리 들어야 했습니다. 열심히 듣고 들어도 조금씩 밀리는 진도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습니다. 결국 상법 회사법 외 부분과 행정법 각론 부분은 일정대로 마무리 짓지 못해 6월에도 짬짬이 들어야 했습니다.

당시 저의 하루 일과는 “① 새벽 4시부터 (그날 오전 응시할 3순환 진도 범위에 해당하는) 작년 1순환 인터넷강의 수강 ② 오전 8시부터 3순환 모의고사 응시 및 강평 수강 ③ 오후 12시 반부터 낮잠 및 점심식사 ④ 오후 2시부터 모의고사 해설지 복습 및 (다음날 오전 응시할 3순환 진도 범위에 해당하는) 전년도 1·2순환 문제 및 해설지 정독 ⑤ 저녁 6시부터 저녁식사 ⑥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오전 응시할 3순환 진도 범위에 해당하는) 작년 1순환 인터넷강의 수강 ⑦ 밤 11시 취침”이었습니다. 물론 계획을 가장 잘 지켰을 때의 일과이며, 중간 중간 체력의 문제로 어그러진 날도 많았습니다.

2차 시험공부는 하루하루 해치워야 할 공부량이 어마어마해 매순간 절망을 느꼈고, 겨우겨우 다음날 시험을 위한 진도를 마친다 해도 또 어김없이 더 많은 진도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늘 막막했습니다. 망망대해를 헤매는 것 같은 기분을 주체하지 못해 새벽에 운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해 과목 순환이 끝나면 아무리 그 과목 진도가 밀렸다 해도 다음 과목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표시만 해 둔 후 다음으로 미루어 두었습니다. 완벽주의 성격상 이렇게 밀린 부분을 남겨둔다는 것 자체가 찜찜했습니다만, 전 과목이 펑크 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만 진도가 밀릴지언정 3순환 모의고사 답안작성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준비가 덜 되어 두렵더라도 꼭 답안은 작성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 예상 밖의 문제가 출제되었다는 상상을 하며 어떻게든 답안을 썼습니다.

이러한 공부방법이 2차 시험 합격으로 이어진 것은 후4법 과목의 특성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후4법은 아무리 평소에 잘 이해해 둔다 해도 “답안지에 현출할 키워드의 정확한 암기와 시험 직전 날 전 범위 훑어보기”를 하지 않으면 시험장에서 실력발휘를 할 수 없는 과목들입니다. 후4법은 그야말로 폭포수를 쏟아 붓듯 3순환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몰아치며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몰아치듯 공부하는 기회를 꼭 가져야 후4법 실력이 쑥쑥 느는 것 같습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작년 1순환 인터넷강의입니다. 민사소송법은 이창한 선생님, 형사소송법은 정주형 선생님, 상법은 김남훈 선생님, 행정법은 정선균 선생님 강의와 교재로 공부했습니다. 강의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매분매초 꼼꼼히 수강하였습니다. 형광펜으로 법조문은 무조건 노란색, 쟁점은 연두색, 다수설(내가 취한 학설)은 빨간색, 소수설은 주황색, 판례는 파란색, 검토는 갈색으로 표시하였습니다. 암기를 최소화하고자 검토는 대부분 판례의 태도를 취했고, 간혹 (판례에 대한 학계의 비판이 통일된 경우) 다수설에 의하였습니다.

강의 중간중간, 각 선생님께서 당해 과목 답안작성방법을 알려주시는데, 이 부분을 수업 내용만큼이나 유심히 챙겨들었습니다. 방대한 강의내용을 답안지에 현출가능한 지식으로 빨리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기본3법 - “시나브로”

‘시나브로’라는 말처럼, 기본3법은 3월 10일부터 시험 전전 날인 6월 23일까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실력을 늘려갔습니다. 후4법 3순환 과정의 진행과는 별개로, 일요일과 아팠던 날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기본3법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도 기본3법은 최소한 목차라도 잡아보곤 했습니다. 처음 한 달은 민법 기출문제와 형법 기출문제 일부의 답안을 작성해 합격생 분의 첨삭을 받았고, 이후는 기출문제 목차잡기 스터디를 하면서 스터디 직후 민법 또는 형법 답안을 혼자 작성했습니다. 기본3법 모두 특히 4순환을 실전 시험으로 여기고 전력을 다해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총 100여일의 2차 수험기간 중, 적게는 100점(학원에서 오전 후4법 3순환 50점, 스터디 마치고 오후 민법 50점), 많게는 하루에 총 200점 분량의 답안(학원에서 오전 후4법 3순환 100점, 스터디 마치고 오후 민법 50점, 카페에서 저녁 형법 50점)을 작성한 날도 있었습니다. 내용을 머리에 채울 시간도 부족한 와중에 답안을 작성한다는 사실이 정신적·체력적으로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만, ‘답안지에 현출하지 못할 지식은 죽은 지식’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재촉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어떻게 소화했나 싶을 정도로 무리한 일정이었습니다만, 초시라서 겁이 없었던 데다 시험까지 남은 기간이 짧았기에 가능했던 ‘무모한 도전’입니다.

기본3법은 ‘어학’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후4법과는 대조적으로, 기본3법은 하루에 많은 양을 쏟아 붓기보다는 적은 양이나마 매일 조금씩 꾸준히 익혀두는 습관이 시험장에서의 실력발휘를 가능케 합니다. 하루만 쉬어도 민법이나 형법 감각이 떨어진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으므로, 이 두 법과목 만큼은 합격자발표 전날까지도 스터디에서 매일 2~3개의 사례를 읽어왔습니다.

3. 막판 정리 - “순환별 모의고사”

막상 6월이 되어 시험이 코앞에 다가오자, 잘 정리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것저것 가필해 둔 기본서가 부담스러워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 때 주교재로 삼아 반복해 읽은 자료가 바로 ‘과목별 각 순환 모의고사’입니다. 평소 기본서를 평면적으로 읽기보다는 ‘先사례풀이-後기본서발췌독’ 순의 입체적 읽기를 재미있어했고, 순환별 모의고사야말로 각 과목 선생님들께서 출제가 유력한 판례와 쟁점을 엄선해놓은 자료인 만큼 실전출제적합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55회 합격생 이태호 선배님의 조언을 참고해 내린 결정입니다.)

시험 전날에도 새벽까지 운영하는 카페에서 1·2·3·4순환 모의고사를 쌓아놓고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둔 부분을 반복해 읽었습니다. 단권화할 시간이 없었던 대신 눈으로 열심히 읽겠다는 생각으로 사례풀이구조와 흐름을 거듭 익혔습니다. 이렇게 시험 전날까지 모의고사 위주로 정리함으로써 강약조절과 사례에 대한 친숙함을 유지한 것이 (사례풀이를 기본서보다 좋아하는 저의 개인적 특성상)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4. (7법 공통) 실전 - “사안의 포섭”과 “법조문”

시험을 치른 4일 내내 모든 환경이 편안했습니다. 학원에서 자주 뵌 분들과 같은 고사실에 배정되어, 학원모의고사를 치르는 느낌으로 실전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모든 과목 모든 답안작성에서 습관적으로 다음 두 가지를 염두에 두었습니다.

① “사안의 포섭”에 주력했습니다. 과목별 특성상 민사소송법과 상법은 일반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반면 행정법과 민법은 사안의 포섭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는 차이점은 있으나, 7법 공통으로 사실관계를 법논리에 정치하게 포섭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사법시험 답안은 “사안의 해결을 도출해온 과정”인 동시에 “사안의 해결 자체”이기도 합니다. 법논리가 사안과 동떨어진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 검토에서 취한 판례의 각 요소를 세밀히 분설하고 ㉡ 사실관계를 각 요소에 대응시켜 하나하나 포섭하는 데 만전을 기했습니다.

② 관련 “법조문”을 반드시 적시했습니다. 실전 시험에서 예상 밖의 설문이 출제되었습니다만, 당황하지 않고 ㉠ 당해 설문에 적용 가능한 법조문을 적시한 후 ㉡ 문리해석·체계적 해석에 근거해 사안을 포섭했습니다. 이재상 선생님께서 평소 “사법시험은 완벽한 답안을 작성하는 사람을 선발하는 시험이 아니라 연수원 교육을 받을 자질이 있는 사람을 뽑는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떠올리며, 법학도의 기본은 법조문 해석이라는 사실로부터 용기를 얻으려 애썼습니다.

절대 백지를 내지 말자는 각오로 매 과목 시험에 임했습니다. 그 결과 4일간의 시험을 끝내고서는 모든 과목 8면을 알차게 채웠다는 사실 자체로 행복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5. 발표일까지 (2014년 7월 - 9월)

시험을 마친 후 논점누락이 많다는 생각을 하였고, 곧이어 개강한 1순환을 열심히 따라갔습니다. 초시를 열심히 준비하면 재시를 준비할 때 힘이 빠진다는 말을 경계하고자 수업 필기조교를 신청했습니다. 필기조교로 일하며 지식을 체계적·효율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고, 시간적 여유 속에서 후4법 지식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하루일과를 워낙 빡빡하게 잡은 터라 시험 합격을 기대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찾아온 합격 소식이 얼떨떨했습니다.

IV. 글을 마치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올해 2차 합격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삶의 멘토이자 든든한 후원자이신 부모님과 할아버지, 무한한 사랑을 주시고 2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 군 생활 내내 누나를 걱정해 준 동생에게 가장 먼저 합격의 영광을 돌립니다. 특히 작년 3월 고시촌에 들어온 이후 살뜰히 저를 챙겨준 세연 언니와 대학시절부터의 절친 지현 언니, 뜻밖의 합격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준 우집이에게 참으로 고맙습니다. 서로 아낌없이 격려하며 공부해 온 주형 언니, 지훈 오빠, 훈수 오빠와 호준 오빠, 신영 언니, 민욱 오빠께 감사를 표합니다. 관심을 갖고 응원해 준 노아 언니를 비롯한 고려대학교 동기들과 법조계 등 사회 각 분야에 먼저 진출한 민사고 친구들에게도 진심어린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올해 1순환 이후 필기조교로 일하도록 배려해주신 한림법학원 담당자님과 조교님들께도 고맙습니다. 장학금으로 격려해주신 법률저널 및 대한변호사협회 사랑샘재단 관계자분들께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어 더욱 기쁩니다.

사법시험은 제게 합격의 기쁨 뿐 아니라 열린 마음을 주었습니다. 제가 가진 작은 능력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쓸 수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제 합격의 에너지를 사회에 갚아 나가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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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 2016-06-09 13:12:14
유정화 예비법조인의 수기 잘읽었습니다

고마워요 2016-04-16 03:12:14
가장 도움된 수기입니다
고마워요 잘 지내시나요

짱짱맨 2015-09-30 09:19:58
오답 강의듣자 마자 바로 쓰셨다고 하셨는데 그럼 틀리거나 애매한건 다 넣으셨던 건지 궁금하네용
그리고 유사판례, 비교판례를 껴넣으려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니 오답을 반복공부하셨을듯 한데 언제 어떻게 따로 오답을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2015-02-06 14:41:57
저도오늘부터열심히할께요

asdf 2014-10-25 22:53:18
ppt 짱짱짱!!! 진짜 고맙고 존경스럽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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