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도 행복해야 희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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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도 행복해야 희생할 수 있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4.10.02 19:2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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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유감」 판사가 예비법조인에게 들려 준 말
司2차합격생에게 “행복한, 오래가는 법조인” 주문

“개인의 능력과 그에 맞는 눈높이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작은 희생을 즐길 줄 아는 법조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험난한 수험 여정을 마치고 사법연수원 입소를 코앞에 둔 올해 제56회 사법시험 제2차시험 합격생들에게 18년 경력의 문유석 판사(인천지방법원 부장)가 전한 말이다.

지난달 27일 법률저널이 주최한 「2014년도 사법시험 2차시험 합격자 대상 ‘명사 초청 강연 및 사법연수원 오리엔테이션」에서 문유석 부장판사는 ‘예비법조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통해 법조계 현실 소개와 향후 법조인들이 나아갈 방향을 조언했다.

문 판사는 먼저 법조인라는 직업에 대해 소개했다. “과거에는 여유가 있으면서도 힘들다고 우스갯소리로 했지만 이젠 정말 힘들어서 힘들다고 한다”면서 “그만큼 법률서비스 시장이 좁고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노동 사건 등이 새로운 시장으로 뜨고 있지만 모든 법조직역 시장이 침체기에 빠져든 것 같다”며 “외국 로펌의 진입, 로스쿨 출범 등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건처리를 사무장들이 맡고 변호사는 단지 공판장에서 변론서를 낭독하는 수준이었지만 부와 명예는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옛말이라는 것.

“변호사들이 프레젠테이션도 해야 하는 등 상인이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는 ‘왜 내가 당신의 의뢰인이 되어야 하는가’를 설득해야 하는 무한 서비스경쟁의 시대가 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문유석 부장판사가 법률저널이 주최한 명사초청 특강에서 올해 사법시험 제2차시험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예비법조인에게 전하고 픈 말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이성진 기자
최근 변호사업계로 진출한 부장급 판사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다. 실력은 비슷한데 ‘성실’이 덕목이 되고 있는 현실.

그는 “판사들도 갈수록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며 새벽 3시에 퇴근하는데 옆방 판사는 출근한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젠 법조인에 대한 막연한 로망(허황된 꿈)은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력과 성실의 시대다. 시험에 붙었다고 모든 것을 이뤘다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조인들의 출세관도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 “법조인도 자기 삶을 영위하는 중산층에 불과하다. 현재의 행복을 미래를 위해 늦추지 말아야 한다”면서 우선적 과제로서의 소소한 자기 행복 추구와 이차적 과제로서의 작은 사회적 희생이라는 주제로 말을 이어갔다.

“과거에는 부와 명예 등을 쫓으며 자신을 혹사하고 가정을 방기했고 그럼에도 일부만 승승장구하는 승자독식의 세태였다”며 “과거 선배 법조인들의 삶을 지양하고 내가 먼저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하는 그런 법조인상(像)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도 여성 진출이 크게 늘고 또 역설적으로 이기적인 시대가 맞물리면서 법조계 정서도 크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역시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휴가를 모두 챙기려고 노력 중이고 항공 마일리지 등 박봉에 발품을 파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판사로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 그래서 여행, 다이버, 합창 등 다양한 취미도 즐기고 있다.

“내가 행복하고 재밌는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남들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곧바로 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누가 누구를 재판할 수 있겠냐 만은 때론 그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역할이 판사”라며 “법정을 찾아온 이들에게 확신에 찬 재판을 통해 이들을 돕는 것이, 작은 희생이자 가장 보람된 일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좋은 판사란 어떤 것인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행복한 판사가 되려면 먼저 좋은 판사가 되어야 하고 그 이전에는 사회인으로서의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자문자답했다.

문 판사는 다년간 한적한 지방법원 지원에서도 근무했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꼽았다. 때론 법보다 야단과 타이름으로 화해를 이끌면서 작은 희생의 가치를 만끽하며 스스로도 소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

그는 모든 특권을 내려놓을 것을 재차 주문했다. “법조인에게 이젠 작은 도움과 희생의 특권만 남았다”며 “행복하되 건전한, 오래가는 법조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사법연수원 입소 후에도 부단한 자기 노력을 주문했다. “알아야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행복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알찬 연수원 생활을 당부했다.

문유석 판사는 최근 10여년의 법정 에피소드를 엮은 「판사유감」을 출간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문 판사는 서울대 법과대, 사법시험 합격(45회. 연수원 26기), 1997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현재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 한석현 사법연수원 45기 자치회장이 조만간 함께 생활하게될 후배 합격생들에게 축하를 전하며 사법연수원 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성진 기자
이날 행사에는 한석현 사법연수원 45기 자치회장도 강사로 나섰다. 한 자치회장은 “가슴 조리며 간절하게 합격자 명단을 보셨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찡하게 울린다”며 2차시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사법시험 면접 경험담을 소개 한 후 연수원 입소 전 향후 일정, 입소 후 연수원생활 등 다양한 안내를 통해 예비 사법연수원생들에게 알찬 정보를 제공했다.

한편 이날 강연 및 오리엔테이션에는 이번 합격생 203명 중 170여명이 참가했고 학부모들도 일부 참여했다.

이성진 기자 lsj@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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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좀 2014-10-05 13:51:04
감자는 조리는 거고 마음은 졸이는 거예요. ㅠㅠ

서민층 법조인 2014-10-13 15:24:37
매년 2,5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는데,
판검 채용인원은 그대로다.
채용인원을 늘려 졸속판결 없애고
칼퇴시켜 가정을 돌보도록 해야 한다.
판검사가 사랑과 평화를 모르면
행복한 사회는 요원하다.

맞춤법좀 2014-10-05 13:51:04
감자는 조리는 거고 마음은 졸이는 거예요. ㅠㅠ

서민층 법조인 2014-10-13 15:24:37
매년 2,5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는데,
판검 채용인원은 그대로다.
채용인원을 늘려 졸속판결 없애고
칼퇴시켜 가정을 돌보도록 해야 한다.
판검사가 사랑과 평화를 모르면
행복한 사회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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