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59 / 타당성 분석기법과 감정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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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59 / 타당성 분석기법과 감정평가
  • 이용훈
  • 승인 2014.10.0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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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25년 전, 자장면이 500원 하던 시절 필자의 상수리 털기 추억담이다. 추수의 계절이 돌아오면 잘 익어 고개 숙인 볏단 너머로 뒷동산 상수리도 청록색에서 검은 갈색으로 알이 꽉 찬다. 상수리 털이는 가을 한 철 장사지만, 수입의 규모에 비춰 스포츠머리 중학생에겐 전업으로 뛰어도 될 만한 고 수익성 투자 사업이었다. 50원 짜리 아이스크림을 오전, 오후 1개 씩 제공하기로 약속하면 초등학교 저학년 코흘리개 두 어 명은 손쉽게 포섭이 가능했다. 점심 먹는 것도 잊은 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망치를 허리춤에 차고 상수리나무를 올라가 허벅지만한 가지를 연신 내리치면 소나기 오듯 잘 영근 상수리가 풀밭에 여기저기 나뒹군다. 아이스크림 약발이 다할때까지 아이들이 망사 형태 양파 포대에 서둘러 상수리 낱알을 담아 채워주면, 필자는 이를 들고 시장 골목마다 들어 선 **상회에 들러 얼마에 사 줄지 타진한다. 시세는 부침이 있으나 kg에 500원 이상은 너끈히 쳐 줬다. 토요일 오후 한나절에 10kg을 수확하는 날이면 자장면 10그릇 값을 벌게 된다. 자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초기 투자비용으로 1000%가까운 수익률을 보이는 사업이 어디 있을까.. 시골 마을, 수익성으로는 여타 아르바이트와 견줄 수 없는 대박 투자 건이었다.

요즘 기금 고갈 문제로 공무원 연금 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연금 대부분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편되는 건 요즘 추세다. 증세는 없다 했던 이 정부가 조세저항을 우려해서인지 직접세 대신 간접세에 손을 대고 있는 걸 보니, 국가 재정에 빨간 불이 켜졌음이 능히 짐작된다. 최초 연금 구조를 짤 때 향후 재직자의 연금 납부액을 유입 항목으로, 연금수혜자의 수령액을 유출로 해 모형을 설계했을 것이다. 매년 기금 잔액이 줄어들고 있다면 고갈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부득이 세입을 늘리고 세출을 줄이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짜 맞춰 설계하는 연금 구조와 같이 모든 투자 사업도 현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길목을 검토한다. 연금 설계의 타당성은 사전에 체크할 부분이다.

가장 많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자영업이 치킨집이라 한다. 별다른 창업 노하우나 전문 기술이 요구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이들 중 개업의 타당성을 꼼꼼히 검토해 본 이가 얼마나 있을까. 퇴직금과 주택담보대출로 목돈을 모으긴 했으나 그저 장밋빛 전망만 세우고 개업한 이가 한 둘이 아니다. 창업 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직업이 이 나라에 발붙인 것도 어림셈법으로만 접근하는 어수룩한 개업자의 누적된 투자 실패 때문이다. 목돈을 들여도 되는지, 수익과 비용의 분석이 동반되는 타당성 분석은 뒷전인 채 낙관 일색의 사업 전망에 몰두하지 않았던가.

부동산과 관련된 개발 사업의 타당성 분석 용역이, 가치 추계 업무를 담당하는 감정평가사의 일거리로 등장한 건 본업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타당성 분석의 과정이 수입과 지출을 분석하는 일일진대, 개발 후 발생하는 수입은 개발 후 부동산 가치 혹은 임대수입이므로 감정평가의 개입 여지가 생긴다. 타당성 분석의 범위를 넓게 잡으면 사업자체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물리적 타당성), 법적으로 허용되는지(법적 타당성), 투자가치가 투자비용을 상회하는 경제성이 담보되는 사업인지(경제적 타당성)를 확인하는 과정을 포괄하고, 좁게 해석하면 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인지만을 검토하는 것, 곧 경제적 타당성 분석만을 지칭한다. 하중 지지가 안 되는 지반, 개펄에 관광호텔을 지으려는 시도에 대해선 논의는 벽에 부딪힌다. 수 십 년 간 농림지역, 농업 진흥 구역으로 지정된 경작지가 대규모 관광지로 전용됐을 때를 분석하는 것은 지구단위계획 등 별도의 개발 계획이 없다면 불필요한 검토다. 이런 물리적, 법적 제한을 분석하는 일은 사전 작업, 지정된 용도로 개발했을 때의 수익성을 기준으로 분석하는 것이 본 게임이다.

권리금과 점포 인테리어, 집기 등 시설 투자로 2억 원을 쏟아 붓는 만두집을 개업할 때 경제적 측면의 사업 타당성은 약식과 정밀로 검토할 수 있다. 향후 5년 간 2억 원의 투자비용을 뽑아 낼 수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은 대표적인 약식이다. 이를 회수기간법이라고 부르는데, 기준 회수기간 5년 안에 명목상 순수익 누계가 2억 원에 못 미치면 투자를 안 하겠다고 결정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약식 타당성 분석 기법은 화폐의 시간가치에 대한 고려가 없다. 투자 후 5년 째 순수익 4천 만 원과 투자한 이듬해 4천 만 원의 순수익은 등가로 처리된다. 4년 간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명목상 화폐가치 하락은 염두에 두지 않으니 약식이라 부를 만 하다.

정밀 타당성 분석 기법은 수입과 지출의 발생 시점을 고려해 명목금액 조정을 한다. 수입이 연차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운영자 입장에선 안정적이나 투자자 입장에선 역 방향의 현금흐름이 더 타당한 수입 구조다. 발생 시점을 고려한 명목 금액 조정은 화폐의 시간가치로 할인하는 과정이며, 할인 폭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투자비용으로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고리의 이자를 내야 할 경우 시간의 기회비용은 크게 잡아야 하고 장래 시점의 수익은 큰 폭으로 할인돼 현재가치로 환산된다.

투자금과 투자수익의 지급·발생 시점 보정을 거쳐 ‘조정현금유입-조정현금유출’을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라고 부르고 한 푼이라도 남았다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 타당성 분석 기법을 ‘순현재가치법(NPV법)’이라고 부른다. 운영 기간 매 년 순수익이 상당했다면, 투자비용과 등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조정된 현금유입을 낮춰야 하니, 시간의 기회비용을 크게 잡고 할인율을 높여도 괜찮다. 최종적으로 투자비용과 등가를 이룰 때의 할인율을 내부수익률, 곧 기대수익률로 보고 사전에 정해 놓은 요구수익률을 넘게 되는 투자 건은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정하는 기법을 ‘내부수익률(Internal rate)법’이라고 부른다. 매년의 현금흐름을 10%로 할인해야 투자비용과 같아지는 유·출입구조에서, 사전에 8% 수익률에 만족하기로 했다면, 10%의 내부수익률이 요구수익률 8%를 넘겼으니 타당한 투자 건으로 결론짓는 방법이다. 할인의 과정을 거친, 곧 조정된 순수익의 합계를 조정된 투자비용의 합계로 나누면 전 기간 최종 수익률이 나온다. 등가일 때가 ‘1’이므로 분자가 분모보다 커지는 상황을 모두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는 기법을 ‘수익성지수(Profitability index)법’이라고 부르는데, 조정된 수익이 비용의 2배라면 수익성 지수는 2가 된다.

개발 후 순수익이 변동될 여지는 충분하다. 분양수입이 줄어들 수 있고, 반대로 경상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불황기, 호황기에 따른 결과는 차이가 날 것이다. 시나리오를 쓰고 각각의 상황에 확률을 부여해 분석하는 확률분석 기법은 독자적인 타당성 분석 기법이라기보다는 정밀 분석 기법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수입과 지출 예산을 짤 때 비용과 수익의 항목이 1단위 바뀔 때마다 전체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해 보는 것을 민감도 분석이라 하는데, 이 역시 보조 수단으로 이름을 올린다. 발표를 듣던 오너가 ‘인수 금액이 100억 더 들면 수익률은 얼마나 떨어지지?’ 물을 때를 대비한 보완장치다.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누구라도 타당성 분석 기법대로 계산해 볼 수 있다. 규모가 있는, 체계적 투자라면 현금 수지 테이블이 등장한다. 경비비율을 조정해 보고, 화폐의 시간가치를 나타내는 할인율에 손 대 보고, 분양 수입을 조금씩 건드려 보면 함수식으로 연동된 최종 결과는 출렁인다. 꽤 남는 장사처럼 보여도 수익률 면에서 정기예금 이자율에도 못 미치는 구조였다면 ‘순현재가치법’외에 ‘내부수익률법’의 병용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타당성 분석은 모든 예측을 함에 있어 사심을 배제해야 한다. 낙관적인 쪽에서 수입을 늘려 잡고, 비관적인 쪽에서 지출을 확대 책정하면 배는 산으로 간다. 감정평가의 과정이 중립적이어야 하듯, 타당성 분석과정도 다를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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