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의 '공감'(16)-수험생도 하루쯤은 여행갈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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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의 '공감'(16)-수험생도 하루쯤은 여행갈 수도 있지.
  • 이유진
  • 승인 2014.10.0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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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KG패스원 공무원 국어 강사

조금만 더 있으면 찬바람이 쌩하고 불겠지요? 찬바람이 혼자 걷는 이를 더 외롭게 만들기 전에, 수험생도 하루쯤은 여행갈 수도 있는 겁니다. 가을은 정말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니까요.

어렸을 때에는 친구들과 모여 왁자지껄 떠들며 차로 반나절쯤은 가서,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먹고 머리가 터지기 직전까지 마신 뒤, 다음날 숙취와 함께 일어나 헉헉대며 돌아오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가 정말 힘이 들 때 ‘힐링’이 되어 준 여행은 그렇게 요란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조용히 내면을 치유하고 긍정적인 기운이 차오르게 하는 여행, 그런 여행을 하려면 시간을 ‘화려한 이야기’가 아닌 ‘담담한 여백’으로 채워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답답한 생활 속에 같힌 수험생들에게는 ‘혼자 걷는 여행’을 추천합니다.

 
풍경이 좋은 곳이라면 무조건 붐비는 주말이 아니라, 조용한 평일 오전을 골라서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바람에 팔락이는 옷을 입으세요. 그리고 휴대폰이나 mp3에 소울 충만한 음악들을 잔뜩 담아 집을 나서는 겁니다.

노량진에서 하루에 다녀오기에 좋은 여행지로 두 곳 정도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작정하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면, 가까운 카페거리들이나 공원에서 바람을 쏘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왠지 익숙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는 ‘나’보다 ‘남’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심한 경우, 행복해 보이는 행인들의 표정에서 박탈감과 소외감까지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들도 사실 모두 각각의 짐을 지고 살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행복한 표정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어쨌든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고, 혼자 걷는 사람이 어색하지 않은 낯선 풍경의 여행지 두 곳은 ‘남이섬’과 ‘헤이리 예술 마을’입니다. 너무 식상한가요? 나참, 여기 혼자 가보신 분들 있으세요?

혼자 걷는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가보았던 곳이 처음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어른이라면 혼자 밥을 먹더라도 음식에 감사하고,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혼자라도 보고, 여행지에서 풍경 속의 자신에 집중할 수 있어야죠.

‘남이섬’은 연인들의 여행지로 알려져 있지만, 연인들로 붐비는 주말만 피한다면 아름다운 가을을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볼거리가 많다고 할 수 없지만 그냥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걷는 거죠. 요즘에는 청량리역에서 itx를 타고 가평역에 금방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뭐 여행까지 꼭 그렇게 급하게 갈 필요가 있을까요? 어쨌든 버스보다는 기차를 추천합니다. 기차를 탈 때는 커피가 절대로 빠지면 안 됩니다.

관광지인데도 역 자체가 서울의 역과는 사뭇 다른 것이 여행하는 기분이 납니다. 만 원을 내고 배를 타면 남이섬에 들어갈 수 있는데, 섬에 들어가 자연을 즐기며 걷는 것이 지겨워지면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는 것도 좋습니다.

겨울연가의 주인공은 둘이 함께였지만, 혼자서도 가을의 쓸쓸한 맛은 학원가의 답답함보다 달콤합니다. 4시간 정도 산책하면 딱 적절하니,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해서 서울로 돌아오면 저녁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 가방에 간식을 하나 넣어 가면 낯선 곳에서 식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거리입니다.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은 순전히 제 취향입니다. 남학생들에게 추천하기에는 약간 망설이게 되는 부분이 있죠.(섬세한 감성을 지닌 남자분이라면 즐길 수 있을지도!) 다양한 테마의 전시관들과 카페 등이 오붓하게 모여 있기 때문에 볼거리는 충분한 대신, 남이섬 같이 자연 속의 힐링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곳이 다양한 예술인들의 작업실과 미술관, 박물관이 모여 있는 곳이라,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것을 추구하면서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강박으로 시험에 매달려온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 아름답거나 신기하거나 재미있는 것들을 추구하고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이건 뭐 수험생으로서는 정신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것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누구나 일탈의 순간은 필요하니까요. 작은 카페들도 많아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기도 좋습니다.

누군가 가을은 ‘타는 것’이 아니라 ‘불태우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재미있는 말이죠? 반나절 정도는 감성을 불태워서 다시 마음잡고 공부할 수 있다면, 여행 나쁘지 않아요~

▲ 그림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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