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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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11)
  • 신종범
  • 승인 2014.09.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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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등이용촬영죄와 증거능력

 

 
 

 

 

 

 

신종범 법무법인 더 펌(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아침에 출근 하면서 살갗에 닿는 기운이 어느새 가을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한없이 맑고 청명하여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고만 싶어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나의 발걸음은 오늘도 여지 없이 사무실로 향한다. 집을 나와 조금만 걸으면 지하철역이고 더 이상 탁 트인 하늘이 아닌 전동차 안의 자리를 찾아 헤매고 만다. 출퇴근을 비롯하여 법원에 갈 때도 대부분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간혹 난감할 때가 있다. 전동차안이 사람들로 붐벼 사람들 사이에 끼여 있을 때도 그렇지만 계단을 이용할 때 앞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있을 때도 그렇다. 앞을 보고 계단을 올라야 되는데 괜한 오해를 받을까봐 고개를 숙이고 오르게 된다. 어느 여성분들은 가방 등으로 뒤를 가리는데 뒤에서 걸어가는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아 난감하기도 하고 기분도 별로 좋지는 않다. 하긴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여성들의 신체를 촬영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으니 여성들의 행동이 이해는 된다.

어느날 사무실로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남학생 한 명이 찾아왔다. 자신이 지하철역 등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적발되어 검찰이 약식명령을 청구하였는데 법원에서 정식재판에 회부하였다고 하면서 어떻게 하였으면 좋겠냐는 것이다. 남학생이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다. 남학생은 서울에 있는 모 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여 왔는데 몇 번의 실패를 하면서 힘든 고시생활을 이어 왔고 그 와중에 우연히 친구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지하철에서 여성들의 하반신을 찍은 사진을 보고 자신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는 것이다. 친구가 가르쳐준대로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역으로 간 다음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계단을 오를 때 그 뒤를 따라 오르면서 스마트폰을 지갑과 함께 손에 쥔 후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었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떨렸지만 한 번 성공하자 왠지 모를 성취감을 느꼈고 촬영된 사진을 이용 성욕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 번만 해보고자 했던 생각은 어느새 습관이 되고 말았다. 그 날도 저녁을 먹고 지하철역으로 가 여자들을 촬영하였고 그러다 또 한 명의 짧은 치마를 입고 계단을 오르던 여자를 발견하고 그 여자를 뒤따르면서 촬영을 하였는데 그 여자 옆에 있던 남자친구가 이를 알아차리고 남학생을 붙잡은 후 112에 신고를 하여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남학생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3개월 동안 무려 200여회 이상 여성들의 속옷 등을 촬영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로 약식명령이 청구되었다가 법원에 의해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되었던 것이다.

사건을 수임하면서 법원이 왜 정식재판에 회부하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남학생에게 다른 전과는 없었고, 이 정도 사안이라면 약식명령으로 벌금 3,000,000원을 청구한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법원으로부터 기록을 열람, 복사한 후 기록을 천천히 들여다 보았다. 검찰은 체포될 당시 남학생이 휴대하고 있던 스마트폰과 집에 보관 중이던 외장하드에서 여성들 속옷 등이 촬영된 파일을 찾아낸 후 이를 증거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200회의 공소사실 중 185회는 외장하드에 있던 것이고(스마트폰을 교체하면서 기존 스마트폰에 있던 파일을 외장하드에 옮겼었다), 나머지 15회는 체포될 당시 스마트폰에 있던 파일들이었다. 그런데, 체포 당시 남학생이 소지하고 있던 스마트폰은 남학생이 임의제출하였기 때문에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었지만 집에 보관 중이던 외장하드는 증거능력이 심각하게 의심이 들었다. 경찰이 외장하드를 압수한 경위를 보면 다음과 같았다. ① 현행범 체포 → ② 스마트폰 임의제출 → ③ 경찰, 3시간 후 영장없이 주거지에서 외장하드 압수 → ④ 경찰, 검찰에 외장하드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신청(사후) → ⑤ 검찰, 법원에 외장하드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청구(사후) → ⑥ 법원, 외장하드에 대한 영장기각(사후영장청구 요건 결여) → ⑦ 2개월 후 경찰 외장하드를 임의제출형식으로 압수.

외장하드에 있어서는 체포 후 3시간이나 경과하여 체포현장도 아닌 남학생의 주거지에서 압수가 이루어져 법원은 ‘이미 체포가 완료된 상태에서 압수가 이루어졌고, 시간, 장소적으로 모두 체포현장으로 볼 수 없으며 긴급성에 대한 소명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검찰의 사후영장청구를 기각하였고, 경찰은 외장하드를 2개월 동안 보관해 오다 남학생으로부터 임의제출서를 제출받아 재압수하였던 것이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압수, 수색, 검증에 있어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도록 하고 있고,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지 못할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이 경우에도 반드시 사후에 영장을 발부 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 판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이거니와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또한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선언한 영장주의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위법한 압수가 있은 직후에 피고인으로부터 작성 받은 그 압수물에 대한 임의제출동의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하여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 이를 발부받지 아니하고도 즉시 반환하지 아니한 압수물은 이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고,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사진 및 압수조서는 위법한 수색이 계속되고 이것을 직접 이용해서 촬영되거나 작성된 것으로서...영장주의의 정신을 무시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들을 증거로 허용하는 것은 장래 위법한 수사의 억지의 관점에서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보여지므로, 비록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인하여 그 압수물의 사진이나 압수조서 자체의 성질·형상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어서 그 형태 등에 관한 증거가치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하여 영장주의에 위반하여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결국, 경찰의 외장하드에 대한 압수는 영장주의에 위반한 위법한 것으로 이를 근거로 한 ‘압수조서’, ‘수색조서’, ‘외장하드 제1차 분석보고서’ 등도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또한, 외장하드에 대한 사후영장이 기각되었으므로 경찰은 외장하드를 즉시 반환하였야 했음에도 이를 반환하지 않고 2개월이나 보관하고 있다가 임의제출서를 제출받고 재압수하는 형식을 취하였는데 이러한 재압수 또한 위법한 것으로 이를 근거로한 ‘압수조서’, ‘외장하드 제2차 분석보고서’ 또한 증거능력이 없다.

제1차 공판기일 증거조사시 위와 같은 점을 주장하였더니 제2차 공판기일 전에 검사가 외장하드와 관련된 공소사실을 전부 취소하였다. 결국, 200회의 카메라 등 이용촬영범죄사실이 대부분이 취소되고 15회만이 남게 되었고, 남학생은 약식명령의 청구액 보다 감액된 1,000,000원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고시공부를 할 때 형사소송법을 공부하면서 증거능력이 매우 중요하여 열심히 공부하였지만 실제 변호사로 형사사건을 변호하면서는 증거능력에 대하여 다투게 되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위 사건을 접하면서 증거능력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고 이후 형사사건을 변호할 때는 더욱 꼼꼼히 증거관계를 살피게 되었다.

위 사건 남학생을 보면서 고시공부하면서 힘들었던 시절이 생각났다. 필자도 시험에 조기에 합격한 사람은 아니어서 오랜 수험생활에 몸과 마음이 몹시 지쳤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스트레스를 푼다는 핑계로 술이나 게임 등에 빠졌다가 결국 합격도 못하고 장수생으로 남은 사람을 여럿 봤다. 공부를 하면서 스트레스는 생길 수 밖에 없다. 공부를 잘하는 기술적인 방법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목표에 좀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 술이나 게임 등 자극적인 것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지 못한다. 자극적인 것은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 힘들게 만들 뿐만 아니라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만든다. 등산이나 명상, 가벼운 걷기 등 나름대로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스트레스 관리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청명한 가을 여러분 모두 결실을 이루는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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