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는 진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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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는 진실이 필요하다
  • 차혜령
  • 승인 2014.09.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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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령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전국으로 (세월호특별법 제정 청원) 서명을 받으러 다니면서 제가 많이 울었습니다. 순천에서, 부산에서, 울산에 가서도 울었고. 잘 우는 아빠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때문에 웁니다. 내 새끼가 죽은 지 88일이 지났는데 이 병신 같은 아빠는 내 새끼가 왜 죽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의 잘못으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고, 내 새끼는 죽었는데, 책임자는 없습니다.”

7월 12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4.16 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단원고 2학년 4반 고 최성호 군의 아버지 최경덕 씨는 끝내 절규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고개를 떨구고 함께 울었다. 절망과 비통, 울분, 아이를 잃은 이유를 알 수 없어 ‘병신같다’는 무력감은 비단 이 아버지만의 것은 아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최첨단의 기술과 장비를 갖고 있는 시대에 수천만의 국민이 동시에 실시간으로 현장을 지켜보면서도 침몰하는 배에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우리의 무력감은 5개월이 지난 현재 다른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여전히 참사의 진상 규명 시작은커녕 그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월호특별법 이야기다.

485만 명(9월 2일 기준)의 시민들이 국회에 청원한 세월호특별법(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핵심은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4.16 참사 특별위원회’이다. 법안은 위원회가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의혹 해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대한 모든 조사와 수사, ‘참사 발생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된 제도와 관행’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서 조사, 동행명령, 청문회, 상임위원에게 독립적인 검사의 지위와 권한, 위원회에 공소제기를 결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기존의 수사와 재판, 국회의 국정조사 등이 가능하고 일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특별위원회라는 특별한 기구를 만드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이미 행해진 국정조사에서 요청한 자료 중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개한 자료는 요청된 것의 5% 미만에 불과하다. 과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강제력 없는 조사권한으로 인해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을 수 없었고, 그 성과를 모두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피해자와 관계자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의 진실을 밝혀낸 경험이 우리에게 있었는지 돌아볼 수밖에 없다. 한편, 국가에 의한 진상 규명은 공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과도 직결될 것이다. 그것이 형사책임이든, 민사책임이든, 정치적인 책임이든.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참사 이후 시민들이 가장 많이 다짐한 그 말 그대로, 우리는 모든 희생자들의 생전 모습, 생전의 꿈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라는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사실, 우리가 배 안의 사람들을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사실, 그 모두를 우리는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이 여기에서 그치고 만다면 그것은 또 얼마나 허망할 것인가. 정작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을 우리는 아직 갖고 있지 않다. 그것은 바로 ‘왜?’라는 질문에 대해서 한국사회의 역량으로 최대한 답해야만 하는 것, 곧 참사의 총체적 진실이다. 진실이 밝혀지는 때, 그때 비로소 길 잃었던 우리의 분노는 정확한 대상을 찾을 것이고 ‘진짜’ 분노가 시작될 것이다. 진짜 분노 이후에만 가능할 진정한 치유 또한 거기서 시작될 것이다. 그 치유는 2014년 도피하지 않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아낼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진실이 필요하다.

<공감 뉴스레터 2014년 9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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