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저질의 시대, 박희태와 김부선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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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저질의 시대, 박희태와 김부선의 비교
  • 오시영
  • 승인 2014.09.19 10: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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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오늘, 대한민국은 저질스럽다. 말 뒤집기가 다반사이다. 품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슬프지만 저질의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중 상당수는 인격적으로 고통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이 저질의 시대에,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결정권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은 사태해결을 방관하거나, 무시하거나, 오히려 국민을 모욕함으로써, 일부 깨어 있는 국민을 분노케 해 죽게 하거나 지쳐서 죽게 만들고 있다. 합리적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못하는 세상, 다시 말해 저질의 시대에는 막말과 폭행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말과 이성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사람은 폭력적이 되기 때문이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세월이 흐르면 기억이 흐려지고, 고통이 무디어지기도 한다. 심각했던 것이 사소해지기도 하고, 중요했던 것이 별 것 아닌 것이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정말 세월이 약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세월이 약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병을 완쾌시키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약을 먹었다고 모든 병이 치유되는 것이 아니듯 말이다. 그래서 약을 오래 먹다 보면 내성이 생겨 약을 더 독하게 써야 하거나, 약발이 듣지 않아 다른 약으로 바꾸어 처방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마찬가지로 세월이라는 약을 아무리 먹어도 고통이 치유되지 않고 더욱 깊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바로 세월호참사 피해자가족이 그러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세월은 흐르는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약자는 모욕당하고, 모욕당하다 끝내 죽임을 당하기조차 해도 입도 벙긋 못하던 세월이 있었다. 우리의 역사에는 그런 슬픈 비극이 상존해 왔다. 세도정치가들 앞에서 평민과 노비는 말 그대로 수탈의 대상이었을 뿐이었다. 총칼과 황금을 손에 쥔 자들의 일방적 강요 앞에서 수많은 약자는 그냥 끌려 다니면서도 제대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했던 암흑의 시절도 있었다. 아니 지금도 그 암흑의 시대는 현재진행형이다. 배가 고팠고, 몸이 아팠고, 마음이 병들어도, 하루 세끼를 해결해야 할 절박한 문제로 벙어리 냉가슴 앓듯 복종을 강요당하며 살았던 세상이 있었다. 그러한 굴종과 강요의 시대는 슬프게도 미래지향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세상의 유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존심이나마 갖게 되었음은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모욕당하는 자는 그 모욕을 배로 갚아줄 수 있는 “공개시장”이라는 무기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여전히 미약하지만 뭉칠 수 있는 활용수단을 많이 갖게 되었다.

최근에 박희태 새누리당 상임고문의 골프장 여자 캐디 성추행사건과 영화배우 김부선의 아파트난방비비리관련 폭행사건이 시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골프장 한 코스는 18홀이다. 그런데 골퍼들에게 공공연한 농담의 언어가 있으니 그건 바로 19홀이라는 말이다. 입에 올리기 거북스럽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 골퍼들은 19홀이라는 성적 농담을 나누며 키득거려 왔다. 홀, 구멍을 상징하는 이 말을 여성으로 비하해 표현한 농담이다. 속된 말로 18홀 골프경기가 끝나면 여성 캐디와의 성적 뒷풀이를 일컫는 19홀을 잘 쳐야 한다며 농담거리로 삼는 것이다. 골프가 많은 대중의 관심 운동이 되기 전 골프는 특권층만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되던 시절, 골퍼들은 골프장에서 종종 갑질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특권의식, 19홀의 성적 의식에 젖어 있는 박희태 상임고문의 일상적 한 행태가 공개된 이번 사태라고 할 것이다. 노동조합도 결성할 수 없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모든 불이익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캐디들은 골퍼들의 짓궂은 성적 농담에 참을 수밖에 없다 보니 그런 비속 농담이나 터치에 익숙해 있는지도 모른다. 인격이 덜 된 일부 골퍼들의 19홀 성적 농담에 많은 캐디들은 그냥 웃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속으로는 욕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웃으며 참아 오지 않았을까. 당장 싫은 내색을 했다가는 그런 덜떨어진 인간들의 갑질로 공개적 고통을 당한 경험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캐디가 공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둥, 숲속으로 들어간 공을 제대로 찾아주지 않는다는 둥, 홀과의 거리를 제대로 조언해 주지 않는다는 둥 별의 별 트집을 잡아 캐디를 괴롭히다가, 나중에는 캐디를 바꾸어 달라고 하거나, 경기 끝난 후 골프장에 가서 캐디의 사소한 잘못을 침소봉대하여 고자질하여 캐디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못된 갑질을 하는 골퍼들도 더러 있다. 골프장에서 여성 캐디를 성적 대상으로 보아 몸의 여기저기를 만지거나 툭툭 치면서 노욕을 해소하려 한 비인격적 작태는 철저히 비난받아도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오죽 하면 캐디가 경기 도중 자진해서 캐디를 바꾸어 달라고 구원요청을 했겠는가? 사태가 이럴 지경에 이르렀으면 당연히 자신의 노추를 사과하고 잘못을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딸이 둘이나 있다느니, 딸 같아서 친밀감을 나타내기 위해서 그랬다느니 등등 말도 되지 않는 헛소리를 하며 두 번째 비난거리를 만드는 후안무치함이 서글플 뿐이다. 늙어가면서 곱게 늙어가지 않고 젊어 하던 못된 행태를 반복하다 덜컥 쥐덫에 걸리듯 걸려 버리는 것은 참으로 자업자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형사합의금이나 위자료 등을 지급하며 돈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니, 참으로 비싼 골프를 치게 될 모양이다.

영화배우 김부선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의 폭행사건 또한 그러하다. 아파트 입주자들 중 일부 입주자에게 아파트 난방비가 0원이 부과된 것을 알게 되고, 그러한 혜택을 받은 이들의 상당수가 아파트 동대표나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인 것을 알게 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한 언쟁 가운데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이다. 많은 이들은 그녀의 이미지를 그녀가 1982년 데뷔한 영화 애마부인에서 찾는다. 당시 5공 정권 하에서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에로티시즘 영화였던 애마부인에서 그녀는 성적 욕망을 적극적으로 연기한 여자배우로 널리 이름을 알린다. 어찌 보면 그녀의 삶도 그 애마부인의 삶처럼 뜨겁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김부선은 2013년 3월 18일 방송된 JTBC 표창원의 시사돌직구 프로에서 “성상납이나 스폰서 제의”를 거절한 적이 있음을 밝혔었다. 인기 절정이던 80년대 중반 청와대 초청을 받은 적도 있었으나 이마저도 거절했다며 강단 있는 삶을 밝히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이면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5공 군사독재시대였다고 할 것인데, 당시로서는 힘없는 배우에 불과했을 그녀가 그러한 어마어마한 힘의 제의를 거부했다면 그건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할 것이다. 그 후 대마초 흡연으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는 등 굴곡 있는 삶을 살아온 것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뜨거운 삶의 기질이 우연히 알게 된 난방비비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여태 이익을 추구하던 어둠의 사람들은 그러한 비리의 공개를 참을 수 없고, 그녀를 배제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한 폭력을 핑계 삼아 그녀를 형사고소한 것으로 이해된다. 달을 가리키니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잡고 물고 늘어지는 형국이라 할 것이다. 처음에 이를 보도한 일부언론은 애마부인의 그녀가, 대마초의 그녀가 다시 폭행사건의 가해자로 고소되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또 트러블을 일으키는구나 하는 시선으로 사건을 가십성보도하였다. 이를 본 많은 국민들은 그녀의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에 매달려 그 언론의 보도방향에 세뇌되는 듯 하였지만, 결국 본질에 대한 그녀의 저항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형국으로 반전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어둠의 사람들에 의한 집요한 반대여론형성공작이 전개되고 있는 듯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니 예의주시할 일이다.

애마부인의 그녀, 김부선은 이번 폭행사건에 대해 말한다. 나는 배운 것이 없는 잊혀져가는 여자배우에 불과하지만, 나는 말을 타고 초원을 달렸던 여자라고 말이다. 실재로 서울시의 감사결과 난방비비리가 사실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관련자들은 적어도 횡령이나 배임죄로 처벌받는 것이 타당하다. 서울시의 감사적발에 이어 통보를 받은 구청장들이, 실재 아파트관리비 등에 감사권, 시정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왠 일인지 “예산타령”과 “인력부족”을 핑계삼아 제대로 아파트관리비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부조리가 있음이 밝혀졌으면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그 비리를 밝혀 바로잡는 것이 공직자의 근본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예산타령을 하고 인력부족을 핑계삼아 이를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직무유기가 아니겠는가? 5천만 국민이 모두 이해관계를 갖는 부조리의 피해를 시정할 각오와 결단을 공직자들이 한시적으로라도 하지 않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국가예산은 그런 데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위를 바로 잡아 정의를 세우는 일, 그래서 다시는 그런 비리가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발본색원하는 일을, “단 한 번이라도 전면적 시정”을 하는 정의로운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전국 생방송 눈물담화중계”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삼권분립체계상 자신이 세월호특별법 입법에 관여할 수 없다, 그러니 새누리당이 제시한 제2차합의안을 최종안으로 삼아 국회에서 세월호특별법을 입법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두 문장 중 전문은 삼권분립체계상 입법에 관여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후문은 내가 이렇게 입법의 한계를 정해 주었으니 그대로 입법하라며 입법에 관여하고 있다. 필자는 진짜 이렇게 한 입으로 동시에 두 가지 반대말을 하는 이를 주변에서 알지 못한다. 이런 말은 전지전능한 신도 하지 못한다. “모두 대통령 내 책임이다, 유가족의 뜻에 맞도록 특별법을 제정하겠다, 언제든지 만나주겠다.”는 말이 몇 달 뒤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특별법은 국회의 소관이다, 만나지 않겠다.”라고 바뀐 것은 시차를 두고 이루어진 것으로 심경의 변화가 있어 그랬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저 말은 같은 순간에 이루어진 말이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행정부(대통령)에게 “법안발의권”을 인정하고 있다. 국회에서 통과되는 법의 7-80%는 정부가 제안한 법률이다. 국회의원들이 제안하는 법안도 정부가 직접 발의하기 껄끄러운 법안을 친한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하여 발의토록 한 경우가 상당히 된다. 국회의원들은 법안발의를 자기 실적으로 둔갑시킬 수 있어 좋고, 정부는 국민에게 욕 얻어 먹지 않아서 좋고, 소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다.

따라서 세월호특별법은 국회의 소관일 뿐 대통령이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은 “헌법상 명백한 거짓말”이다. 대통령은 당시 세월호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국민 앞에 나와 티비중계를 통해 약속했었다. 지키면 될 일이다. 필자는 걱정이다. 유가족들이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한 생각이 자꾸 드니 말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을 자꾸 고통으로 몰아넣는, 일부 정치지도자들로 인해 저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고질의 시대가 와서 꼭 좋은 것인가? 저질과 고질 사이에서 중용의 길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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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2014-09-19 12:31:46
공무원 인력부족이라....근무시간에 골프장가서 부킹할생각말고 이런거나 단속해라 낮에 퍼블릭에 다 공부원만 있더라.. 그공무원은인력많은 부서라서 골프치고 놀구 있나???

연주 2014-09-19 12:31:46
공무원 인력부족이라....근무시간에 골프장가서 부킹할생각말고 이런거나 단속해라 낮에 퍼블릭에 다 공부원만 있더라.. 그공무원은인력많은 부서라서 골프치고 놀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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