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1987년 체제와 한국의 민주주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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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1987년 체제와 한국의 민주주의 (4)
  • 신희섭
  • 승인 2014.09.1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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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근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한국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왜 강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정치인에 대한 실망에서부터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문제인 모호한 이념간의 대결의 문제나 지역주의의 고착화문제로 인한 실망에 이어지기까지 한국정치에 대한 실망은 다른 한편 한국정치 개선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어진다. 한국정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도 정치개혁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치개혁을 막는 것인가? 비교정치이론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에서 공통된 원인을 제시해준다.

신생민주주의체제에서는 권위주의시절에 존재했던 차별적 기회 제공과 분배적 혜택구조를 개선하고 교정할 수 있도록 기존의 사회, 경제 운용양식을 변경시키는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데 누군가 혜택을 보던 구조를 변경시킨 다는 것은 그동안의 혜택으로 강력한 이해관계와 기득권을 가진 이들에게서 사활적인 기득권을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혁정치는 개혁의 주체와 대상과 방향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개혁에 대한 의미를 먼저 규정할 필요가 있다.

허쉬만(A. Hirschman)은 “기득권층의 힘(power)을 억제하고, 혜택 받지 못한 집단(underprevileged group)의 경제적 위치와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 개혁이라고 한다.1) 헌팅턴은 개혁을 “보다 더 큰 사회적, 경제적, 또는 정치적 평등의 방향에로 변화와 사회와 정체에의 참여의 확대”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허쉬만의 정의가 혁명적 변화없이 한사회의 질서가 바뀌는 것을 의미했다면 헌팅턴은 개혁의 기준으로 개혁에 있어서 민주주의의 성격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헌팅턴에게 있어서 개혁은 민중 부문의 상대적, 절대적 복지향상을 포함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증대를 의미하는 것이다.2) 두 기준으로 볼 때 개혁의 문제는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누구를 중심에 둘 것이지가 핵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생민주주의 국가들의 사례를 볼 때 개혁정치는 대부분 실패했다. 마라발(Maravall)에 따르면 체제변화를 경험한 여러 나라들 중에 스페인만이 경제, 사회적 개혁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3) 스페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절차적 수준에서 민주주의를 수립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를 달성하여 민주주의를 공고화 하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따라서 실패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혁을 다룰 경우 구조적인 문제로서 경로의존성을 다루어야 할 뿐 만 아니라 개혁의 주도세력이 누군지에 따라 이론적 접근이 다르다.

이외에도 개혁을 다룰 때 다음 요소들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왜 집권세력이 개혁을 추진하는가 하는 점이 설명될 필요가 있다. 둘째, 개혁의 이념이 무엇인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개혁의 범위와 대상의 문제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혁의 속도와 추진방법의 문제가 있다.

개혁정치에 대해서는 대체로 3가지 이론이 제시되어 왔다.4) 세 가지 이론 중 두 가지는 거시적이며 구조적 설명방식으로 이는 보편적으로 모든 국가들에 적용될 수 있다. 반면에 마지막 이론은 정치집단의 합리적 선택의 귀결로 민주화를 경험한 국가들에만 적용될 수 있는 이론이다.

첫 번째 이론은 세계체제론에 기반을 둔 모형이다. 이 모형은 브루스 커밍스와 베네딕트 앤더슨 등이 월서스타인의 세계체제론에 근거를 두고 주변부 국가의 개혁 실패를 설명하는 모형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주변부의 민주화는 중심부의 이해관계에 기인하는데 중심부 국가들이 주변부 국가들의 민주화를 통해서 중심부의 주변부에 대한 시장 접근을 강화하기 위해 주변부의 국가통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따라서 중심부는 그런 정도에서만 주변부의 민주주의에 지지를 보내는 ‘제한적 민주화’로 인해서 주변부의 정치개혁은 실패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이론적 경험적 설득력이 낮고 중심부의 정책변경이 주변부의 상황변화에 기인한다는 점 등에서 주변부를 종속변수로만 취급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주변부가 정치적 개혁을 하지 않더라도 자유무역을 통해 중심부가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면 중심부가 굳이 주변부의 국내정치개혁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주변부에 대한 착취가 주변부의 강압적 통치에 의해 훨씬 수월하게 달성된다면 중심부의 이해관계는 주변부의 정치질서유지에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모델은 경제개혁으로 인한 정치개혁실패 모형이다. 대표적인 이론가인 쉐보르스키는 정책학자 및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주장에 근거하여 경제개혁은 필연적으로 현재의 소비수준을 하락시키고 이는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실망내지는 저항을 유발하고, 이 저항으로 인해 위협을 느끼는 정부는 개혁정책을 수정하거나 포기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이론은 국민들의 경제적 동기와 기대에 지나치게 비중을 둔 일종의 경제결정론으로 한국처럼 거시경제 상황은 양호했지만 계급간의 분배문제가 심각했던 경우나 필리핀처럼 경제사회적 상황은 심각한 국면에 처해있어도 민중이나 기타 소외부문이 현 체제 또는 현 정부가 최선은 아니라도 다른 모든 가시적인 대안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여 계속 현 정부를 지지했던 경우를 설명하지 못한다.

세 번째 모델은 민주화양태 결정 모형이다. 오도넬과 쉬미터에 의하면 민주주의로의 체제변화의 양태가 신생민주주의 국가의 사회경제적 질서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군부라는 권위주의 강경파가 건재한 경우 이들의 이득을 보장해주는 것이 민주주의 정부 지속에 중요한데 군부의 이해를 반영해주게 되고 현존하는 사회경제적 질서의 존속을 보장하면서 무모하게 시도된 개혁정치를 철회하거나 유보하는 것은 협상을 통해 민주화를 이룩한 나라가 지불해야 하는 불가피한 대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스페인만이 군에 대한 문민 통제의 확립과 경제, 사회개혁에 비교적 성공했고 이들과 달리 필리핀에서는 체제와 시민간의 대치가 있는 중에 협상이 없이도 마르코스의 권위주의가 붕괴했으며 아르헨티나에서는 포클랜드 전쟁에서의 패배로 군사정권이 몰락하여 군부에 대한 “실질적인 보장”이 없이도 민주화를 달성했지만 경제, 사회적 개혁에는 실패했다는 점에서 설명력에 한계가 있다.

이런 모델들을 비판하면서 제시된 대안 모델도 있다. 대안모델로 제시된 모델은 6가지 요건을 제시하는데 다음과 같이 정리 된다.5) ① 노동자를 포함한 민중부문이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정치적으로 조직화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트로츠키 식의 부정적 인식이 있는가 하면 웨스트팔(Larry Westphal)과 같이 동아시아의 발전을 스마트한 국가의 역할을 통해서 설명하는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있다. ② 민중 부문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와 이긴다 해도 부르주아계급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는가가 개혁정책입안에 중요하다. ③ 그리고 이렇게 승리할 수 있도록 (선거와 같은)정치과정이 민중부문으로 하여금 자기들의 이익을 정책화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④ 국가가 경제적 지배계급으로부터 자율적이어야 한다. 국가의 자율성이 확보됨으로서 개별 자본가의 특수이익을 통제할 수 있고 자본주의를 재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⑤ 민중부문이 경제적 지배계급 보다 정부에 압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의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⑥ 직업적인 군대가 문민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프로레타리아 정부를 포함한 어떤 정부도 자기들의 정책적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

다음 시간에는 한국의 개혁정치에 대해 다룬다.

각주)-----------------

1)박기덕, ‘공고화와 개혁 정치’ 『한국 민주주의의 이론과 실제 - 민주화, 공고화, 안정화』(파주: 한울아카데미,2006), pp.86-87.

2)이강로, “한국에서의 개혁과 민주주의 공고화: 김영삼?김대중 정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사회과학논총』(전주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2002) Vol.18, No.0,pp,2-3.

3)Maravall, Jose Maria. 1993."Nation-States in Europe and Other Countries : Diversifying. Developing, Not dying." DAEDALUS 122-3., 박기덕, Idid.p.87.

4)박기덕, Idid. pp.88-91. 박기덕 교수는 3가지 기존 모형에 대한 비판이후 대안모형을 제시한 뒤 이를 통해 이후 2개의 장에서 노태우 정부의 개혁정책과 김영삼정부의 개혁정책을 분석한다.

5)박기덕, Ibid. pp.9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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