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 합격수기]커피의 한모금 한모금이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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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고시 합격수기]커피의 한모금 한모금이 언젠가는…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3.11.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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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성
제47회 행시 재경직 수석합격자


1. 들어가며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컴퓨터 앞에 앉은 지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자판에 손을 얹게 되었습니다. 지나간 세월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앞이 흐려지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이 많이 여려졌나 봅니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미고 들어와 차가운 기운이 심장의 한 구석을 더욱 시리게 하는 이맘때쯤 미래의 함박웃음을 기대하며 오늘도 열심히 수험생활에 매진하고 있는 수많은 분들에게 격려와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시간 죽이기조차 되지 못하는 무의미한 글이 될까봐 두려움이 앞서는군요. 합격생의 수기라기보다는 여러분 주위에 있는 친구 분들이 담배 한 대 태우며 늘어놓는 넋두리라고 생각하시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2. 수험생활


1) 행정고시로의  입문 : 시작은 미약하였다.

2학년 1학기를 마친 채 입대를 하게 되었는데 자유로운 대학생활에 중독되어 그때까지의 학점은 2점을 겨우 넘을락 말락 한 상태였습니다. 98년 1월에 제대를 한 후 그 해 2학기에 복학을 하여 무의미하게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그 동안 구멍 난 학점을 메우는데 급급하며 마치 고3처럼 바동바동 교과목 따라가기도 바쁜 상황에서 부모님의 바람과 주위 친구들의 고시 열풍에 전염되어 43회 행정고시에 처음으로 지원을 하였습니다. 고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경제학과 재정학은 학교에서 배운 전공지식만으로 준비를 하였고 영어는 재껴두고, 헌법과 국사만을 각각 한 권씩 수험서를 준비하여 약 2달간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시험을 보러 갔는데 1000명의 수험생 중 가방을 메고 오지 않았던 수험생은 저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그렇게 처음 본 99년도의 행정고시는 헌법 37.5를 비롯하여 평균이 40점대로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그 후 1년 동안은 '어이 37.5'라는 별명으로 불려지게 되었습니다.


2) 1차 합격의 기쁨과 함정 : 자만심의 싹이 트다.

99년도 늦가을부터 다시 시작한 1차 공부는 여전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실력은 그대로인 듯 하고 아무리해도 헌법과 국사의 방대한 암기량은 머리 속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입시원서를 낸 것은 나름대로의 고시를 탈출하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2000년에는 4학년이었기 때문에 2000년도의 1차를 불합격할 경우 '아버지 보십시오. 2번을 해도 안 됩니다. 이제 졸업하고 취직을 할까 합니다.' 라는 변명거리로 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1년간의 전공수업과 시험 날의 찍기 실력이 궁합을 맞춘 듯 눈부신 5월의 첫 합격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잘해야 60점대 점수를 기대하던 저에게는 의아심과 함께 자만심이라는 놈이 기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비관적인 생각과 더불어 수험생의 2대 주적 중의 하나로 꼽히던 그 자만심이 말입니다.


3) 2차 시험의 첫 경험 : 아.. 뭔가가 다름을 느끼다.

2000년도의 2차 시험은 처참했습니다. 학교 공부에 치어 2차 공부는 거의 안 했기 때문이죠. 통계학 8점에 회계학 21점은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그래도 다음해 시험에 나름대로의 자신이 있었던 것은 바보처럼 그 해 합격한 친구의 서브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6과목의 서브만 달달달 외우면 합격할 것처럼 생각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는 일이었습니다. 더 바보 같은 짓은 그 서브를 얻지도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하튼 그렇게 시작한 본격적인 2차 공부는 제대로 될 리 없었습니다. 1년 동안 하루에 10시간 이상 공부한 날이 열 손가락으로 꼽을 만했을 정도였죠. 2001년도의 행정학시험에서 원리주의가 출제되었을 때는 '원리주의란 사회의 제반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라는 한 줄짜리 명쾌한 답안을 적어놓고 나왔습니다. 채점하신 교수님께서는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 보더군요.
 
4) 동차를 위한 1.5순환  : 고시생의 면모를 갖추다.

전면적인 정신적 무장과 혁신이 필요함을 새삼 느끼게 된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불합격 사실을 두 눈을 통해 확인하던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이 서면서 그 동안의 무늬만 고시생의 가면을 벗어 던지게 된 바로 그 순간이 제 고시인생의 시작이었던 듯 합니다. 주위의 바람대로만 시험을 준비하던 수동적인 모습에서 탈피하여 제 스스로 고시의 길을 걷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까지 혼자 공부하던 방법을 버리고 스터디에서 함께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불꽃처럼 공부하던 보람이 있었던지 다행히 1차를 합격하고 동차를 위해 4개월간 다시 고삐를 조였습니다. 자신은 없었지만 내년에 다시 한번의 기회가 있다는 생각에 약간은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마쳤습니다. 으레 떨어졌으려니 생각했는데 점수 발표를 보니 컷보다 약 4점 정도 높은 평균에 경제학 과락이더군요. 자신감은 회복했지만 경제학을 9년 동안 전공한 놈이 경제학 과락이라니 창피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5) 합격의 순간 :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울다.

합격자 발표를 하던 날 명단에 있는 제 이름을 발견하고 심호흡을 한 번 하는 순간 흘러내리는 눈물이 주책 맞게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면서도 목소리를 가다듬느라 혼이 났습니다. 제 자신을 위해 흘린 눈물은 마음속 깊이 고여 아주 먼 훗날이라도 두고두고 삶을 돌아볼 계제가 될 것 같습니다.


3. 2차 공부시의 학습상황


1) 공부시간의 절대량

첫 순환에서는 고시생답지 않은 모습이었기에 제외하고 2순환부터 말씀을 드리면 시험이 다급하지 않았던 늦겨울까지는 평일에 예닐곱 시간 정도 공부하였고 휴일에도 자주 휴식을 취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개나리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10시간 이상씩 독서실에 앉아 있었으며 휴일에도 꾸준히 학습을 했습니다. 조금은 공부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1순환 시절 서당개 삼년에 풍월을 조금은 읊었나 봅니다.


2) 학습계획

6과목 모두를 1회독 할 만한 기간의 계획을 먼저 세우고 세부적인 과목별 계획을 일주일 단위. 그리고 하루에 시간별 단위로 그날그날 아침에 생각한 후에 공부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전 과목 계획은 처음에는 약 2달간의 기간을 필요로 하였으나 점점 단축되어 4월 이후로는 보름정도에 모든 과목을 1회독하는 정도로 되었습니다.


3) 학원 강의

첫 순환 때는 학원의 순환강의를 많이 들었습니다. 빠짐없이 출석했다는 말은 아니고 당시의 자료를 많이 받아왔다는 얘기입니다. 2순환 때의 학원 강의시에는 어느 정도 각 과목에 대한 개념이 잡혀 있었고 학원의 자료 역시 지난 순환 때의 자료와 대동소이하였으므로 기본강의는 거의 듣지 않고 모의고사 위주로 학원을 수강하였습니다.


4) 슬럼프의 극복과 스트레스 해소

서울대전철역 부근에서 형과 함께 살았으므로 공부를 마친 후 집에 가면 외롭다거나 쓸쓸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주말이면 형과 함께 당구를 치거나 스터디를 같이 하던 친구와 워크래프트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곤 했습니다. 어느 누구나 다 겪으셨을 바지만 빠듯한 생활을 몇 달하다 보면 극심한 스트레스와 짜증이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부모님 생각을 해도 주위의 합격한 친구 소식을 들어도 도저히 펜을 잡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는 이를 득득 갈면서 자리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과감하게 하루 정도는 젖힐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놀다보면 왠지 공부가 하고 싶어집니다. 불안한 마음 때문일 수도 있고 꾸준히 해온 공부에 나름대로의 재미를 느껴서일 수도 있습니다.


5) 서브노트에 관한 생각

제 경우에는 서브를 하지 않고 공부를 하였으며 단지 기본서에 부족한 내용을 한두 줄씩 첨가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물론 단권화라는 것도 하지 않았는데 뭔가를 정리하여 기본서에 끼워 넣거나 복사를 하여 풀로 붙이는 일을 귀찮아하는 성격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서브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행정학과 회계학 정도였습니다. 올해 새로 제정된 회계기준서의 내용이 조금 복잡하다는 생각 때문에 재무회계만이라도 서브를 하자는 결심이 서게 되었으나 그나마도 절반도 채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재무회계의 반쪽짜리 서브는 이후로 단 한번도 들춰보지 않았으나 작성할 당시에 꼬박꼬박 정리하던 기억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행정학의 경우에는 함께 스터디를 하던 일반행정직 친구의 도움 하에 예상 가능한 주제에 대해 약 50문제 정도의 서브를 작성했습니다. 그냥 연습장에 흘린 글씨로 죽죽 써 놓은 것에 불과했지만 여러 번 정독하여 암기하다보니 행정학의 특성상 어떤 문제라도 이를 응용하여 쓸 수 있었던 듯 합니다. 조금은 피상적인 결론이지만 서브는 개인마다 필요한 과목과 중요도가 다를 수 있으므로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능동적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리라 생각합니다.


4. 마치며

신달자님의 '커피를 마시며' 라는 시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물론 사랑에 관한 시지만 시라는 것이 독자의 해석 나름이므로 고시생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옮겨봅니다.


견디고 싶을 땐 커피를 마신다. 남보기에라도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내 속으로는 수평은커녕 몇 번의 붕괴가 있어도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하기에, 배가 아파도 다섯 잔째 커피를 깡소주를 들이키는 심정으로 아니 사약처럼 커피를 마신다.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삼키면서도, 새벽녘에 잠을 깨어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면서도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약해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겉으로는 태연히 고시생의 영원한 친구인 자판기커피를 담담하게 마시던 경험은 모든 고시생들에게 공통된 경험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노력과 커피잔이 언젠가는 크나 큰 보상으로 돌아올 것을 바라 마지않으며 시험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의 앞날에 기쁨과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합격의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며,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할머님과 부모님을 비롯해 많은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항상 옆에서 지켜봐 주고 격려해주던 형, 올해 결혼한 누나와 경제적 후원자가 되어준 매형, 합격했다고 비행기타고 고향에 가라면서 굳이 비행기표를 보내준 절친한 친구 유성환, 취업문제로 고민하면서도 진심으로 축하해준 친구 김병국, 사법시험 발표를 기다리는 친구 강경국, 영원한 워크래프트 파트너 이창섭, 함께 합격한 제 행정학선생님 김현주, 같이 스터디했던 정수, 은정 외에 축하해 준 많은 선배, 친구, 후배들에게 아울러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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