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합격자 명단 비공개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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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합격자 명단 비공개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4.09.12 12:0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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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성 기자

명절을 보내고 회사에 나와 일을 시작하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올해 사법시험 2차시험을 치른 후배의 전화였다. 괜스레 마음이 싱숭생숭해 법률저널 홈페이지의 기사들을 읽고 있다가 생각이나 걸었단다. 합격자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아 불안하고 조바심이 드는 마음이 전화선 너머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느낌이었다.

요새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것이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고시촌에서만 볼 수 있는 가을 풍경들이 몇 가지 있었다. 모강을 듣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수험생들의 모습, 그리고 서점 벽에 붙여 놓은 합격자 명단 주위에서 자신의 이름을, 혹은 함께 공부해 온 친구나 선?후배들의 이름을 찾고 있는 모습들....

하지만 사법시험의 폐지가 예고된 이후 점점 사법시험 수험 인구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옛날 사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 되고 말았다. 벽에 게시된 명단을 통해 이름을 찾는 모습이 실종된 것은 사법시험 폐지 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발달도 크게 영향을 미쳤으리라. 벽보 앞에 서서 지인들의 이름을 찾는 일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발표일이 되면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아는 이름들을 찾아 봤다. 비단 사법시험 뿐 아니라 변호사시험이나 노무사, 법무사 등 전문자격사 시험 발표일에도 종종 아는 이름 찾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이마저도 어렵게 될 것 같다. 변호사시험은 올해부터 이미 합격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고 안행부에서 주관하는 각종 공무원 시험도 수험번호만으로 합격자를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합격자를 발표한 공인회계사 시험도 마찬가지로 수험번호만을 공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사법시험은 어떨까. 올해는 기존에 해 오던대로 명단을 공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사법시험도 합격자 명단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인데다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3자에게 합격여부가 노출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 향후에도 계속 공개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합격 사실이야 널리 알려질수록 좋겠지만 불합격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수험생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될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특히 공부한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혹은 불합격자가 많지 않은 시험일수록 더 부담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합격자 명단 비공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올 초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합격자 명단의 공개로 개인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가 침해된다는 근거가 미약하고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된다는 점을 이유로 합격자 명단 비공개를 비판했다. 변호사시험의 경우는 합격점수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보의 통제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합격자 명단 비공개의 부작용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합격 여부가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수험생들을 보호할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명단 발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수험생이 아닌 입장에서 명단은 불합격 여부를 알아내기 보다는 합격자를 확인하고 축하를 전하는 의미에 기울어 있다는 의미다.

합격자 명단이 붙어 있는 고시촌 서점 앞으로 가면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합격한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의 인사를 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인의 이름을 발견하고 축하의 인사를 전하던 기억도 난다. 앞으로는 발표를 앞두고 싱숭생숭한 마음을 전하는 지인의 이름을 합격자 명단에서 발견하는 일,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일이 쉽지 않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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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2014-09-14 05:39:42
잘 읽고 갑니다~

정말 2014-09-12 17:00:18
변시를 보는 사람들은 특정집단이고, 사시를 보는 사람들은 특정집단이 아니다라..정말 이유가 이상하네요. 사법시험 1차는 불특정집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2차의 경우는 1차 합격자에 한해서 치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특정집단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정말 변명을 위한 이유인 것 같아요.

김효진 2014-09-14 05:39:42
잘 읽고 갑니다~

정말 2014-09-12 17:00:18
변시를 보는 사람들은 특정집단이고, 사시를 보는 사람들은 특정집단이 아니다라..정말 이유가 이상하네요. 사법시험 1차는 불특정집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2차의 경우는 1차 합격자에 한해서 치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특정집단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정말 변명을 위한 이유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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