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5-29 08:52 (금)
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10)
상태바
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10)
  • 신종범
  • 승인 2014.09.12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여행 사고에 대한 여행사의 책임

 

 

 

 
 

 

 

신종범 법무법인 더 펌(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올 초 가족들과 함께 사이판으로 해외 여행을 떠났다. 항공기, 숙소, 현지 여행 일정, 현지 가이드 등 여행사가 만들어준 상품을 선택하고 계약을 하였다. 가격은 비쌌지만 항공기와 숙소를 예약하는 등의 수고는 덜 수 있었다. 사이판에 도착하니 따스한 기온에 습도도 높지 않아 쾌적한 기운이 느껴졌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바다 속을 노니는 물고기들, 그리고 탁 트인 해변가를 거닐며 해방감을 만끽하였다. 아이들은 숙소 내에 있는 수영장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냥 즐거워 하였다. 저녁이 되어 숙소로 돌아가는데 둘째인 아들 녀석이 추워서 떨고 있어 수건으로 몸을 두른 후 안고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만 수영장 내 바닥에 방치되어 있던 튜브를 밟고 미끌어 지면서 몸이 하늘로 붕 떴다. 순간,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를 가슴에 꼭 안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아이가 없었다면 뒤로 손을 짚었을텐데 그러지 못하고 엉덩이와 등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어딘지 모르게 통증이 밀려 왔지만 아들 녀석의 상태가 걱정되어 벌떡 일어나 살펴 보았다. 다행히 아들은 아무 곳도 다치지 않았다.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내가 아픈 것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팔꿈치에서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았다. 조금은 큰 상처였지만 뼈가 부러지거나 하는 큰 부상은 아니었다. 상황이 정리되고 안심이 되자 직업병이 발동했는지 만약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장을 관리하는 숙소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여기는 해외이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여행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까 ?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일과 씨름하고 있는데 지인 한 분이 찾아 오셨다. 2년 전에 태국으로 골프 여행을 갔다가 현지 숙소 차량 운전사의 과실로 차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어 여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얼마 전 패소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억울하여 항소하고 싶은데 1심에서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하였음에도 전부 패소하여 항소심에서 승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랬다. 위 지인(편의상 ‘S'라고 한다)을 비롯한 그 친구들은 A 여행사와 태국 M 골프장으로의 4박 5일 골프 여행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여행계약은 A 여행사가 여행자를 위하여 여행의 목적지, 일정, 여행자가 제공받을 운송 및 숙박 등의 서비스 내용과 그 요금 등에 관한 사항을 미리 정하고 이에 참가하는 여행자를 모집하여 실시하는 형태의 ‘기획여행’ 이었다. S를 포함한 여행객들은 태국에 도착하여 A 여행사의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M 골프장 내에 위치한 M 리조트에 숙박하였다. 다음 날 S를 포함한 여행객들은 A 여행사가 준비한 일정에 따라 골프를 즐긴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숙소와 골프장 사이를 운행하는 차량에 탑승하였다. 위 차량은 양 옆이 뚫려 있고 안전벨트도 없어 의자 양 끝의 손잡이가 유일한 안전장치인데 운전자는 S가 탑승하고 자리에 앉아 손잡이를 잡았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차량을 출발시켰고, 곧 이어 유턴이 이루어지면서 S가 차량에서 추락하여 좌측경골 근위부 분쇄골절상을 입고 말았다. S는 현지에서 수술을 하고 귀국하여서도 입원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S는 A 여행사에 치료비 등을 청구하였지만 거절 당하자 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이다. S는 자신의 일실수익, 치료비, 위자료를, S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위자료를 각 청구하였다.

1심에서 S를 대리한 변호사는 A 여행사는 전문여행업자로서 S의 생명, 신체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행목적지, 여행일정 등에 관하여 충분히 조사, 검토하여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수단을 강구하거나 여행자에게 그 뜻을 고지하여 여행자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하여 선택의 기회를 주는 등 합리적 조치를 취할 신의칙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 사건 차량의 안전상태를 확인하거나 차량에 동석하지 않는 등 S의 안전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여행계약상의 부수의무로서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1심 법원은 A 여행사가 M 골프장의 운영에 관여할 여지가 없어 A 여행사가 제공할 용역의 내용은 여행객들의 국내외 이동, 현지에서의 숙박, 골프장 이용 안내에 한정될 수 밖에 없고, 골프를 마치고 언제 복귀할지는 여행객들 스스로 정하였으며 현지 가이드가 차량의 구체적인 운전행태나 운전상의 모든 위험까지 사전에 파악하기는 어렵고 그 운행방법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않았다고 하면서 S의 추락사고는 A 여행사가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는 위험영역 밖에서 발생하였고, 가사 위험영역 내에서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A 여행사의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는 정도를 벗어났다고 하면서 S 등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S의 이야기를 듣고 판결문을 읽어 본 후 S가 무척이나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사가 제공한 계획에 따라 현지에서 운행하는 차량에 탑승하여 운전자의 과실로 사고를 당하였음에도 여행사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S에게 1심에서 전부 패소하여 항소심에서 뒤집기가 어렵긴 하겠지만 한 번 해보자고 하고 항소심을 수임하였다. 1심에서는 1심을 대리한 변호사가 주장한 여행사의 부수적 주의의무로서 안전배려의무만이 쟁점이 되어 다루어졌다. 그러한 의무가 있기는 하지만 부수의무라는 것이 너무나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시켜 입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차량의 결함과 운전자의 과실 - M 골프장의 과실 - A 여행사의 과실을 연결하여 A 여행사의 책임을 물을 방법이 필요했다. 나는 A 여행사의 약관을 입수하여 살펴 보았다. 이 약관은 1심에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약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여행업자는 여행 출발시부터 도착시까지 여행업자 본인 또는 그 고용인, 현지 여행업자 또는 그 고용인 등이 여행업자 임무와 관련하여 여행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로 손해를 가한 경우 책임을 집니다’ , ‘ 현지 여행업자 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여행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여행업자는 여행자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합니다’ 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한편, 민법 제391조는 이행보조자의 고의, 과실을 채무자의 고의, 과실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행보조자는 반드시 채무자의 지시 또는 감독을 받는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고 이행보조자가 제3자를 복이행보조자로 사용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그렇다면, M 골프장은 A 여행사의 이행보조자로서 약관상의 ‘현지 여행업자’에, 이 사건 차량 운전자는 A 여행사의 복이행보조자로서 약관상의 ‘현지 여행업자의 고용인’에 해당하게 되어 이 사건 차량 운전자의 과실은 곧 A 여행사의 과실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항소이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항소심 변론에서 A 여행사의 약관에 따른 책임을 주장하였다. 결국, 항소심에서는 A 여행사의 책임이 인정되었다. 다만, 차량에 탑승하여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 않은 S의 과실을 일부 인정하여 여행사의 책임을 50%로 제한하였다.

나는 S에게 인정된 과실 비율이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상고는 하지 않기로 하였다.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한 것이 아닌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견해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실무에서는 추상적인 법리의 주장보다 구체적인 입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사건은 채무자의 부수의무라는 어려운 교과서 내용에서가 아니라 당사자가 주고 받은 약관이라는 실생활에서의 문서에 그 해결책이 있었다.

상상하기는 싫지만 모두에서 이야기한 사이판 여행에서 필자가 부상을 당하였다면 필자가 여행계약을 체결한 여행사에게도 책임이 있을까 ? 판례는 아니지만 지난 6월 26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홈쇼핑 단체여행상품을 구입하여 해외여행을 떠난 여행객이 자유시간에 해외리조트 수영장에서 방치된 튜브를 밟아 미끄러지면서 넘어진 사건과 관련하여 여행사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튜브를 방치한 리조트 직원의 과실이 있고, 리조트 직원은 여행사의 여행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이행보조자에 해당하므로 여행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이 국내여행 만큼이나 많아진 요즘 여행사의 책임이 넓게 인정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아름다운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해외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산이라도 올라 봐야겠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