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정감사 폐지와 국정조사 활성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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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정감사 폐지와 국정조사 활성화 방안
  • 이관희
  • 승인 2014.09.0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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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 / 대한법학교수회장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가정책을 입법화하고, 국민의 혈세로 된 국가예산을 심의·확정하고, 국정 전반을 감시·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국회가 국정 전반을 ‘감시·통제‘한다는 말은 ’감사’한다는 말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즉 국회는 국정전반에 대한 ‘감시·통제’ 기관일 뿐이지 ‘감사’ 기관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국정감사’는 행정부의 자율권을 침해하면서 3권간의 견제균형을 원칙으로 하는 3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국회의 국정전반 감시·통제 기능은 각 상임위원회를 통하여 일년 내내 상시적으로 하면서(국회법 제121조, 제128조) 특정사한에 대하여 문제가 발생할 때는 일차적으로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며(동 제127조의2), 그것으로 부족할 때는 국정조사권을 발동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동 제127조,국감조법). 서구 법치주의 선진국의 국회운영이 모두 그러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일 기간을 정하여 국정전반을 감사하는 ‘국정감사제도’를 따로 두어 국정을 마비시키고 정치를 혼란케 하는 경험을 매년 반복하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정감사제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폐지되어야 하고 그 대신에 국정조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 국회와 국정운영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세계에서 20일 기간을 정해놓고 국회에서 국정전반을 감사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는 2005년 8월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개최된 미·일·독·불 등이 참가한『국정감사·조사제도의 합리화방안』한국헌법학회 국제학술대회(필자 회장)에서 확인 된 바 있다. 즉 우리의 국정감사제도는 1948년 제헌헌법 당시 영국의회의 국정통제기능으로서의 국정조사제도를 국정감사로 오해하여 규정하였고 이를 1953년 국정감사법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그 후 많은 폐해와 부작용으로 1972년 유신헌법에서 폐지되었는데 유신헌법의 비민주적인 성격상 국정감사제도가 마치 민주적인 국회의 상징으로 오해되어 1987년 현행헌법에서 부활된 것이다. 그러나 제도자체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다시 시행한 이후에도 오늘날까지 국정감사가 끝나고 한 번도 잘됐다고 한 경우가 없고 매년 국정운영에 차질과 깊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매년 피감기관이 증가하여(1997년 300곳 정도) 작년 2013년에는 무려 628개 기관으로서 그것은 누가 봐도 20일의 기간(주말 빼면 15일)으로는 원천적불가능(특정 위원회는 하루 평균 4-6개 기관, 질의시간 1인당 20분 정도)으로 국회의원들의 인기영합적인 한건주의만을 부추기는 제도(호통형 질의, 묻지마 폭로)라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몰아치기’ 또는 ‘수박겉핥기’ 국감인 것이다. 셋째, 국정감사가 정책국감, 민생국감 아닌 90% 이상이 여야 정치공세로서의 정치감사로 운영되고 본회의 대정부질문과 예결위 정책질의와 대부분 중복된다. 넷째, 국정감사는 제도적으로 불필요한 여야 정쟁의 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 결실의 계절 가을 100일간의 정기국회는 민생법안과 예산심의에 집중해야하는데 국정감사로 인해서 처음부터 싸움으로 시작하여 여야 감정의 골만 깊게 만들고 결국 극한 대결과 파행으로 가기 일쑤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느라 1개월 이상 시간을 낭비하며 실제 국감기간까지 매년 2개월 정도 국정이 표류한다고 보아야 한다.

국정감사제도를 폐지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국정조사권 발동을 독일식으로 국회 재적 1/4 소수야당이 요구하는 경우에 그것이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면 본회의에서 그대로 승인되도록 해야 한다. 소수 야당이 다수 여당과 정부를 통제할 수 있는 현대적 기능적권력분립론의 핵심이다. 국회의원들에게는 국정감사제도의 폐지가 대단한 기득권을 내려놓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불필요한 한건주의 강박관념으로부터도 해방되고 국민으로부터 진정으로 국사를 논의하는 국민대표로 존경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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