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1987년 체제와 한국의 민주주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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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1987년 체제와 한국의 민주주의 (2)
  • 신희섭
  • 승인 2014.09.0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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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민주화가 진행된 1987년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지난 시간에 본 것처럼 1987년과 그 의미를 규정하는 1987년 체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있었다. 이것은 1987년의 어떤 면을 부각할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다. 다른 이야기로 하면 민주주의의 어떤 면을 강조하는가에 대한 입장차이를 나타낸다. 이는 민주주의의 다양한 이해가 가능함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1987년체제에 대한 논의는 단지 학자들만의 논의로 끝나지는 않는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정당과 지역주의가 정치문제의 본질에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해소하는 것으로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제안한 바 있다. 노대통령은 자신이 ‘87년 체제의 막내’라고 생각했다.1) 즉 자신이 지역주의의 마지막세대라고 정의를 내렸다. 이런 의미에서 노대통령은 87년 체제의 정의를 지역주의로 귀결된 민주주의체제로 본 것이다.

2007년 12월 19일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당선인은 당선소감에서 1987년 체제 다음의 시대가 온다고 하였다. 이제 산업화, 민주화 시대를 이어 선진화의 시대가 온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당시 이명박 당선인의 주장은 1987년을 민주주의의 가치와 지향점이자 체제로 구분을 하고 이 체제를 뛰어넘어서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1987년 체제정의는 크게 보면 주로 시대정신으로 표시되는 이념과 가치나 지향점을 지칭하는 포괄적인 ‘정치제제로서 87년 체제’나 ‘레짐이나 권력구조로서의 87년 체제’와 좀 더 좁게 ‘정당체계로서의 87년 체제’논의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분석수준을 조금 더 높여 민주주의를 일국수준의 민주주의로 한정해서 정의하지 않는다면 분단체제가 주장하는 한반도 수준의 민주화체제의 문제이거나 미국과의 관계를 규정해야 하는 대외적 관점에서의 정치제제로 넓어질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논의는 체제의 개념을 확장과 축소했을 때 생기는 이론적 장점이 있을 것이고 이로 인해 현실에 주는 함의가 다르다. 협의적인 수준에서 권력구조로서의 87년 체제는 헌정구조와 그와 관계된 정당체계와 개별정당의 구성 그리고 선거제도와 관련이 있다. 반면에 정당체계로만 파악하는 견해는 지역정당이 만들어지고 정치가 사당화된 정당‘체제를 중심으로 1987년 체제를 본다. 전자는 권력구조의 변화와 그에 연관된 정당체계나 선거정치 등의 변화를 복합적으로 고려하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정당정치의 변화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이념으로 체제를 확장할 경우 한국 정치체제가 가지는 이념의 규정이나 이념의 부족 현상과 확장되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과 문제들을 다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욱 급진적으로 확장할 경우 민주주의가 분단구조에 그리고 대외적 종속의 문제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개념을 무한히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이런 다양한 시각의 난립은 1987년 체제에 대한 개념 규정의 문제에 기인한다. 특히 ‘체제’의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체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즉 체제를 보기 어렵게 하는 것은 ‘체제’의 정의를 각각 ‘정당체계(party system)’로 보거나 헌정주의와 관련된 ‘정권(Regime)’으로 보거나 아니면 더욱 큰 틀에서 이념을 포괄하거나 국제문제 속에서의 ‘정치체제(agent)’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87년 체제에 대한 엄격한 개념규정을 시도하고 있지 않다. 이런 경향이 87년 체제를 보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체제의 개념규정의 문제는 곧바로 1987년 체제의 시기구분의 문제를 가져온다. 1987년 체제를 언제까지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가 하는 문제(1987년 6월 항쟁이 있고 대타협이 있고나서 대통령선거와 1988년 총선의 기간에 형성된 체제)는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1987년 체제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어려운 문제로 남다.

1987년 체제를 넓게 정의하는 민주주의 구축과정으로 본다면 1987년 체제는 아직 진행 중이며 1987년을 민주화의 이행으로 파악하면 1997년 김대중 정부의 등장과 IMF에 따른 세계화의 급진전을 새로운 1998년 체제라고 할 수 있기에 1987년 체제는 이 지점에서 막을 내리게 된다. 반면에 3김 정치로 정의할 경우 2002년 대선은 그간 정당의 총재권한과 대권을 장악하고 공천권을 가지고 있던 정치체제가 붕괴됨으로서 2002년에 종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87년 체제를 지역정당체계로 규정할 경우 1987년 체제는 2008년 총선과 2012년 총선에서도 나타나고 있기에 아직 진행 중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개념을 넓힐수록 1987년 체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체제를 협의로 정의할수록 87년 체제는 단절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987년 체제의 건설적인 논의를 위해서 개념화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시기 구분의 문제 역시 해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1987년 체제의 특징과 그 해체 그리고 해체를 위한 노력과 정책논쟁을 유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에서 본 87년 체제의 규정은 정치 개혁과 관련해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다.

현실적으로 정치변화를 원한다면 87년 체제를 어떻게 규정하는가하는 문제가 가장 우선시 되는 문제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87년 체제를 제도적으로 규정할 경우 정치 개혁은 제도개혁에 국한될 것이다. 만일 87년 체제를 3김 정치로 규정한다면 제도개혁은 3김의 정치적 입지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고 이를 위해서 제기되어온 상향식 공천과 정치 자금의 관리 및 투명화 조치가 어느 정도 상과를 거두게 된다면 87년 체제는 이미 종식되었고 정치 개혁은 더 이상의 논의가 필요 없게 될 것이다.

반면에 87년 체제를 민주주의 중에서도 실질적 민주주의(사회주의적 의미로 민주주의를 확장하여 정치수준을 넘어서서 사회경제적 수준의 민주주의로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입장)의 이념으로 규정하고 민주주의 확장을 87년 체제의 극복으로 파악한다면 민주주의를 실질적 수준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존재하는 한 87년 체제의 극복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가 시대적 요구에 대한 끊임 없는 대응이라고 볼 경우 87년 체제는 실제 불가능한 민주주의의 정점이 될 것이다. 이런 경우 87년 체제는 구체적인 분석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부족한 민주주의의 전형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도 이념과 운동을 넘어서는 정치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서 도덕이나 경제적 성과를 민주주의 이전에 놓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서 좁게 정의한 87년 체제와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87년 체제를 어떻게 규정하는가는 곧바로 어떤 영역을 어느 정도 그리고 누구를 주체로 해서 개혁에 나설 것인가를 정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화 이후의 모든 정부가 그러했듯이 정치를 변화하기 위한 시도는 결국 87년 체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려고 했는가의 문제와도 같다. 87년 이전의 권위주의체제의 유산이 남아있고 그것이 민주화이후에도 영향을 미치는 까닭에 이 부정적인 유산을 제거하는 것은 모든 정부의 핵심적인 숙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87년 체제의 규정을 구체화하기 이전에 우리는 민주화라는 것이 만들어 지던 당시의 상황이 그 이후 상황을 규정하며 그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민주화 당시에 만들어진 상황과 환경이 곧 87년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의 문제도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민주화가 만들어 지던 당시의 상황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이론적인 문제만을 ‘경로 의존성’이라는 개념으로 다룬다. 경로의존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면 그 것이 체제의 구속력이 역사적 경로를 따라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경로 의존성의 파악을 통해 개혁정치에 대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개혁 정치이론들을 파악하도록 한다.

다음 시간에는 한국의 민주화과정을 다룬다.

각주)-----------------
1) 윤상철, Idid.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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