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가 가져다 준 행운-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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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가 가져다 준 행운-김연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3.11.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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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제47회 행정고시 일반행정직 수석합격

2차 합격자 명단 발표가 나기 두 달쯤 전,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바로 그 때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창문을 통해 돌고래 10마리가 밤하늘을 날아서 차례로 제 방에 들어오더니, 집 욕실에 차곡차곡 모이는 것이 아닙니까. 이런 기이한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방송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러 집에 몰려들었을 때에, 알람이 울렸습니다.

꿈을 거의 꾸지 않던 제가 아무런 이유 없이 돌고래가 집안에 들어오는 꿈을 꾼 것이 참 신기하고 이상했지만 금방 잊어버렸습니다. 그 후 2차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고, 제가 일반행정직 최고득점을 한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갑자기 그 꿈이 떠올랐습니다. 부족한 실력에 정말 운이 좋아서 합격한 것 같았는데 수석 합격이라니 꿈에 나타났던 돌고래가 가져다 준 행운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험기간이 길지 않았고 실력에 비해 얻은 것이 너무 큰 것 같아 송구스럽지만, 제 글을 보시고 도움이 될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리라는 생각에 감히 제 수험생활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1. 고시에 입문하기까지...

2001년 약대를 졸업한 뒤, 진로를 고민하고 있던 제게 아버지께서는 넓은 안목을 갖고 공직에서 일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씀을 해 주셨고 약대에서 배웠던 여러 전문적 지식들을 정부에서 정책 등을 마련하는 데에 활용하여, 보다 현실적인 정책 입안에 기여할 수 있다면 약사 못지않게 보람있고 의미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보건복지부에서 일해보고자 하는 꿈을 갖게 된 저는 행정고시에 대한 정보를 모으면서 사회복지 직렬과 일반행정 직렬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정기적으로 시험이 있고 정보도 많은 일반행정 직렬을 선택해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2. 수험 기간과 어려웠던 시간들

1) 1차 시험 준비과정

2001년 8월부터 학교 도서관에서 2002년 1차 시험 합격을 목표로 한 1차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사법시험을 막 마쳤던 남자친구를 통해 신림동에 있는 학원 정보 등을 듣고 인터넷 까페 등을 통해 수험 정보를 알아보면서 의욕이 넘쳤습니다. 7개월 만에 합격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본격적으로 열심히 해보고 싶었습니다. 영어는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고 행정학, 헌법, 한국사, 행정법 등은 학원수강과 테이프 등을 통해 공부하기 시작하였는데 처음 접하는 과목에 대한 생소함은 오히려 재미로 다가왔고, 나름대로 고시 공부를 즐기며 1회독을 마쳤습니다.

 

2회독부터는 바쁘게 지나갔던 내용들을 혼자서 다시 꼼꼼히 보면서 문제를 풀었는데 지난번에 분명히 이해하고 넘어갔던 내용들이 다시 처음인 것처럼 느껴지고 기억이 나지 않자 불안했지만 문제를 많이 풀면서 내용을 되새기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공부하는 과정 중에 시험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시간 분배 연습도 하지 못한 채 시험을 보았습니다. 결과는 지난해 발표되었던 커트라인 점수였고, 합격 여부가 불확실했지만 일단 학원에서 진행되는 2차 예비순환 강의를 들으며 1차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아슬아슬하게 평균 1점 차이로 합격한 저는 정말 신이 주신 기회라는 느낌이 들었고 바로 2차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2) 용기를 얻었던 그 해 2차 시험

1차 발표가 난 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저는 인터넷 까페를 통해 스터디원들을 만났습니다. 2차 시험 전까지는 교재 등을 의논하고 서로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형식으로 경제학 스터디만 진행했습니다. 그 해 2차 시험은 물론 합격의 기대는 없는 시험이었지만, 시험의 감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선택과목까지 1회독 이상 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했습니다. 선택과목은 정책학과 정보체계론이었는데 기본서와 테이프로 공부했습니다. 특히 정보체계론은 평소 관심이 있었던 IT를 활용한 전자정부, 정보화 정책 등이 주요 내용이어서 더욱 흥미 있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크게 긴장하지도 않았고, 부담도 없었던 그 해 2차 시험은 물론 불합격이었습니다. 경제학은 과락이었지만, 50점에 가까운 평균 점수는 다음 2차를 준비하고 있던 제게 큰 용기가 되었습니다.


3) 2003년 2차 시험 준비과정

2차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학원 순환과 비슷한 스케줄로 공부했고,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학원 강의를 골라서 들었습니다. 강의를 들을 때에는 여러 강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장점들을 취합했고, 학교 교수님 수업을 청강하기도 하고 다른 대학교의 교수님 특강을 찾아가 듣기도 했습니다.

스터디는 과목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진도를 맞추어 내용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 논문을 돌려 보면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학원 모의고사 답안지를 바꾸어 보고, 모의고사 문제들을 바로 보고 목차를 잡아서 비교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모의고사 스터디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으면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을 보고 논리의 틀을 빨리 세우는 연습을 할 수 있어서 효과적이었던 같습니다.

그 해 가을, 신림동 독서실로 자리를 옮겨 공부했고 2003년 1월부터는 학원 3순환 강의 일정에 맞추어 수업을 듣거나 혼자서 정리하면서 서브노트 또는 단권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미시 경제학은 이준구 교수님 책에, 행정법은 홍정선 교수님 책에 각각 단권화하고 다른 과목은 모두 서브를 만들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무렵이 그동안 공부하면서 분산되어 있던 자료들을 모으고 자신의 생각도 정리하는 가장 중요한 기간인 것 같습니다. 학원에서 매일 1시간씩 보는 모의고사 또한 답안을 작성하는 요령에 익숙해지고 다른 모범 답안을 보면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4월부터 시험 전까지는 단권화된 책과 서브를 반복해서 보면서 각 주제들 간의 흐름을 찾으려 노력했고, 각 과목들 간의 연결 고리나 공통된 배경 등을 연관지어 생각하려 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2시간짜리 학원 모의고사는 시간 안배 연습에는 유용하였지만 체력과 시간 소모가 큰 것 같아 1문제만 작성하여 1시간으로 줄여서 시험을 보았고 나머지 문제는 목차만 잡아서 코멘트를 받는 형식을 택하였더니 답안 쓰는 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이었습니다. 이 기간이 긴장감으로 인해 오히려 공부가 가장 안 되었던 시기였지만 답답할 때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길인데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로 집중하려 노력했고 집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도 어록이나 용어 등을 정리한 작은 단어장을 보았습니다.


3. 드리고 싶은 말씀

1) 1차 준비와 관련하여

문제집을 과목별로 여러 권 구입하여 이해하고 있는 바를 확인해 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1차 수험기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잘 이해가 안 가거나 암기가 되지 않는 부분은 다양한 문제를 풀다보면 저절로 반복되면서 외워지고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고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2) 2차 준비와 관련하여

2차 과목은 사회과학 과목이 대부분이어서 공부해야 하는 범위가 모호하고 정답이 없다는 점이 참 힘들고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기본서나 수험서, 합격생들의 서브, 학원에서 나누어주는 자료 뿐만 아니라, 서점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보면 사서 읽어보려 했고 신문을 꼼꼼히 보면서 과목별로 스크랩하는 등 가능한 폭넓게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가장 어렵고 부담이 되었던 과목인 정치학은 학원 강의에서 나누어 주는 논문을 직접 읽어보면서 요약하면서 정리했고, TV 시사 토론 등은 인터넷에서 스크립트를 찾아 읽어 봤고 교수님들의 신간, 계간 사상 등으로 최근 이슈 등을 파악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려 했습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다 보니 서브가 다른 사람들보다 두꺼워지면서 시험 전까지 다 외울 수도 없었고 시험 전날 꼼꼼히 다 볼 수도 없었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많이 출제되었던 이번 시험의 사회과학 과목에서 비교적 풍부한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공부하시기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3)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저는 잠이 무척 많은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적어 하루 평균 9~10시간 정도밖에 공부하지 못했지만, 잠을 줄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멍해져서 잠을 줄이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깨어있는 시간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2년 내내 큰 슬럼프 없이 꾸준히 성실하게 공부했던 것이 합격의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입니다. 가장 좋은 수험 방법은 자신에게 맞는 방식과 스타일로 공부하는 것일 겁니다.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투자하시길 바랍니다.
 
4. 감사를 드리며...

늘 옆에서 보살펴 주시고 격려해 주셨던, 고생하신 부모님과 언니에게 우선 가장 큰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같이 고생했던 스터디원들, 정말 제게는 행운이었습니다. 언제나 믿음을 보여주고 응원해 준 친구, 선후배들과 많은 도움을 주신 학원 강사 분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수험 기간 내내 자신감을 갖게 해 주고 적절한 당근과 채찍을 제공하며 저를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 남자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누구에게나 수험기간은 외롭고 어려운 시간일 것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긴다는 마음으로 슬기롭게
힘든 기간 극복하시고 좋은 결과 얻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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