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로스쿨 입시에 이런 해괴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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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로스쿨 입시에 이런 해괴한 일이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4.08.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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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 결정에서 매우 놀랄 정도로 괴상하고 야릇한 일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 졸업장을 취득하지 못한 채 로스쿨에 입학, 졸업을 1년 앞두고 로스쿨로부터 합격취소통지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010년 2월 전남대 법과대를 졸업예정이던 A씨는 대학 졸업자격 인정기준 중 컴퓨터관련 자격증을 졸업 직전에 취득했으나 이를 대학에 제출하지 않은 채, 그해 로스쿨 입시를 준비, 전남대 로스쿨에 합격해 2011년 3월 입학했다. A씨는 학사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2014년 3월 중순, 로스쿨로부터 합격취소통지를 받아 제명됐다. A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합격취소처분취소소송을 냈지만 법원 역시 “합격처분은 원고가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까지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입학 전까지 학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한 이상 합격처분은 그 효력을 소멸시키기 위한 피고의 행정처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당연히 그 효력을 상실한다”면서 부적법을 이유로 각하했다.

판결 내용을 보아서는, A씨는 대학교를 나오면 당연히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으로 알았고 또 로스쿨 입학을 위해서는 학사학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또 로스쿨로부터 합격통지를 받는 과정에서 대학 졸업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 어떠한 통지를 받지 못했고 대학 측이 입학 전에 이를 고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끔 했어야 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이를 취재한 기자로서는 아직도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그것도 예비법조인을 선발하는 격인 로스쿨 입시에서. 첫째, A씨 역시 같은 대학 법대를 나왔고 입학한 로스쿨 역시 같은 대학 법학교수들로 구성된 마당에, 이를 3년이 지난, 졸업을 불과 1년 앞둔 상황에서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는지가 의문이다. 둘째, 설령 A씨의 과실 또는 고의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최종합격자 확정과정에서 로스쿨은 당연히 졸업증서 등을 통해 지원자격에 하자가 없는지를 살폈어야 했다는 점이다.

2011학년도 전남대 로스쿨 모집요강에서는 ‘학사학위를 가지고 있거나 (2011년 3월 1일 이전에 학사학위 취득 예정자) 법령에 따라 위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인정된 자’로 지원자격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 제출서류 항목에서는 졸업예정자는 졸업예정증명서를 제출하고 졸업증명서에는 학위번호가 기재토록 했다. 또 자기소개서 등 서식에서는 ‘기재한 모든 내용들이 추후 허위로 기재된 부분이 있으면 입학 무효처분 등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상식선에서도 로스쿨 입학에 학사학위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를 몰랐다는 A씨의 주장은 당연히 변명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선다.

무엇보다 로스쿨측의 입시관리능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취재결과, 한 로스쿨의 관계자는 “1차적 책임은 A씨에게 있지만 로스쿨측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합격이 확정되면 3월 입학과 동시에 졸업여부를 해당 학부대학을 통해 공문으로 확인절차를 받고 또 학생들에게는 졸업증명서를 제출토록 하는, 2중의 확인절차를 거치는 것이 통상적 관례”라며 “특히 같은 대학이면 학적과에서 조회만으로도 가능한데, 이해할 수 없다”고 의아해 했다. 로스쿨에서 학위취득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법적 의무는 없지만 일반적 의무를 위배했다는 설명이다.

A씨의 속내를 알 수 없는 마당에, 여하튼 로스쿨측 역시 입학관리능력에 의문이 드는 것은 분명하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구제할 필요가 없다’고는 하지만 상식이 법과 제도보다 앞서기 마련이다. 특히, 법조인을 양성하는 기관에서 이같은 상식이 무너진 입학사정이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비난을 사도 할 말은 없는 법이다. 2015학년도 입학전형을 앞두고 전국 모든 로스쿨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완벽하고 철저한 입시전형을 치르길 당부한다. 아울러 모른다고 해서 무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법언처럼, 수험생들 역시 로스쿨제도에 대한 최소한의 양식과 또 기본적인 지원요건은 숙지할 것을 차제에 주문한다.

lsj@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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