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교수 “현 변호사시험, 본래 취지와 동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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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교수 “현 변호사시험, 본래 취지와 동떨어져”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4.08.28 13:02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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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시험, 최소한의 실력검증에 그쳐야” 이구동성
아주대·인하대 학술대회서 “연수원 1년 수준 무리”

2012년부터 지금까지 세 번의 변호사시험이 치러졌고 당초 법무부 예고대로 정원 대비 합격률이 75%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지문이 길어지고 난이도도 높아지면서 “사고를 통한 기본적 법적해결 능력 검증”이라는 로스쿨측과 “사법연수원 1년 수료 실력”이라는 법무부간의 갑론을박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위 75% 수준에 해당하는 응시생들이 고민은 하되 답안을 충분히 작성해 낼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0일 인하대 로스쿨관에서는 아주대·인하대 로스쿨이 주최하고 양 대학 법학연구소가 주관한 ‘변호사시험, 과연 적정한가!?’라는 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조소영 교수(부산대 로스쿨)는 공법과목 변호사시험의 적정성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기존 사법시험은 소수정원을 염두에 둔 선발시험이었다면 변호사시험은 의치대 등과 같이 최소한의 능력과 소양을 평가하는 자격시험인 ‘최소한의 컬팅’이 제도의 기본성격”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는 “따라서 사법시험 통과와 그 이후의 실무교육과정을 마친 사법연수원 1년차생과 수준상의 동일성을 강조하는 것은 무리이며 난이도 또한 이에 근사치를 두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 선택형, 지문 너무 길고 난도 높아

조 교수는 실제 3회 시험 공법과목에 대한 분석을 통해 ▲문제풀이 시간 대비 지나치게 긴 지문의 길이와 이에 따른 가독력 저하 ▲주요판례 중심 출제에 따른 (이론성이 강조되는) 공법과목의 특성 약화 ▲특별법 출제 범위와 출제방식에 대한 기본적 구조 부재 ▲출제영역의 편중 등을 지적했다.

그는 “선택형 시험내용이 어려워지면서 응시생들의 주된 시험준비가 선택형에 전념하게 되는 변형적 현실을 가져왔다”면서 “법학이론 체화능력과 정도를 가늠하는 시험문제의 비중이 선택형에 더 주어지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심스럽다”며 우려했다.

논술형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쟁점제시형으로 출제됐다고 비판했다. 헌법 사례형의 경우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구체적 권리내용을 열거해 줘 주어진 상황에서 변호사로서 어떤 기본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인지를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들이었고 행정법은 자치 OX의 연장선으로 인식될 정도의 단문적 질문들로 구성됐다는 것.

그는 “사례형이 변호사로서 고민해야 할 구조적 출발점을 아예 문제에서부터 제시해 주는 형태로 출제된다면 결국 변호사시험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법 통합형 문제와 관련해서도 헌법적 쟁점인지 행정법적 쟁점인지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입장과 결론이 다르듯, 조화로운 통합문제가 될 수 없는 한계를 지적하면서 일부 부자연스러운 출제를 지적했다.

그는 “변호사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서 어려워지면 로스쿨의 강의내용과 방법이 시험준비에 용이한 강의내용과 교육방법에 몰리게 돼 제도 도입의 근본취지를 흔들게 된다”며 “법무부 방침대로 75%의 합격을 목표로 한다면 상위 75% 수준에 해당하는 응시생들이 무난하게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문제가 출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혜욱 교수(인하대 로스쿨) 역시 형사법 주제발표에서 변호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실무능력을 평가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로스쿨 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행돼야 한다는 변호사시험법의 원칙대로 로스쿨의 학사과정을 충실히 이수했다면 합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현 정원 대비 75% 합격률 제도는 교육 파행을 야기시키고 있어 교육과정 중심의 로스쿨제도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각 영역별로 총론, 각론, 이론, 실무의 비율이 적정하게 출제되고 있고 범위 역시 로스쿨의 교육과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주어진 시험시간에 비해 선택형 지문이 점차 길어지고 있고 사례형도 1시간에 최소 7개의 논점을 찾아 풀어야 하므로 시간 대비 문제가 너무 길고 논점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본적 사례에 근거해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지식을 묻는 시험이 아니라 사법시험과 유사한 형태를 띤 것이라고 우렸다.

안 교수는 선택형의 경우 판례 암기 및 세세한 조문 숙지를 지양하고 실무상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례해결에 필요한 법률적 지식을 중심으로 출제할 것을 주문했다. 또 다수의 보기그룹을 주고 서로 연결하는 등의 복잡한 구성이 아닌 간략하지만 주요논점이 무엇인지를 찾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유형으로 전환할 것도 주장했다.

사례형에 대해서는 1문제당 5개의 논점을 넘지 않으면서 요건사실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정도의 출제를 제안했다.

▲ 지난 20일 인하대 로스쿨관에서는 아주대·인하대 로스쿨이 주최하고 양 대학 법학연구소가 주관한 ‘변호사시험, 과연 적정한가!?’라는 공동학술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교수들이 진지한 토론이 펼쳐졌다 / 사진: 아주대.인하대 제공
■ 논술형, 실무지향적 출제 지나쳐

민사법에 대해 권대우 교수(한양대 로스쿨) 또한 “기존 법조인의 역할을 뛰어넘어 기업, 행정기관 등에서의 다양한 기능을 필요로 한다면 로스쿨의 교육 내용과 변호사시험도 이에 부합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택형은 민법 35문제, 상법 20문제, 민사소송법 15문제로 출제됐고 민법에서는 물권법의 비중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유형별로는 판례의 태도를 파악하는 것이 주를 이루지만 옳은 것을 연결하는 복합형이 많았다는 것.

그는 “전부 확실히 알지 않으면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며 “복합형이 사고력을 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런 테스트가 법률가에게 요구되는 법률지식 점검에 효과적인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논리적인 사고력과 표현력을 사례형에서 점검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주요한 영역에서 고루 출제해 빨리 판단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의 논술형 출제경향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소송연계적이라고 분석했다. 변호사는 소송에서 권리를 주장하고 상대방에게 반박하는 역할인 만큼 일응 합리적일 수 있지만 이 역시 실체법 해석론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전제로 것이어서 권리 의무의 실체적 현상을 분석하는 과제도 필요하다는 주장.

시험범위가 어떤 영역에서 어떠한 사항이 포함되는지에 대한 시행령 규정 등과 같은 시험대상 범위 확정을 주문했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어지는 제일 답답하다”며 “학설의 소개를 어느 정도 요구하는지, 판례에 대한 인용을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는지, 또 어떤 평가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루어져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일반적인 모델 제시가 필요하다”며 주문했다.

특히 그는 상설위원회를 통한 출제나 평가시스템에 대한 보완작업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 선택과목, 과목 이수자만 응시케

한편 선택과목에 대해서 임성권 교수(인하대 로스쿨)는 구체적 출제분석보다 제도적 보완에 무게를 뒀다. 전국 로스쿨의 특성화 과목 등 교과목으로서의 선택과목과 시험에서의 선택과목간의 교육부실을 지적한 뒤 “변호사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아무 제한 없이 선택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안으로 변호사시험의 선택과목을 수강한 학생들만 그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하자고 주문했다. 즉 선택과목군으로 이루어진 교과목들 중 3과목 이상을 수강한 학생들만 그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시험을 치르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성진 기자 lsj@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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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ㅎ 2014-08-31 15:57:22
애초에 우리 나라 법체계에서는 로스쿨이 맞지 않다고 솔직히 시인하시는 편이 ...

나그네 2014-08-30 13:15:54
난이도 적절한 것 같던데; 그리고 절대평가가 아닌 이상, 합격인원 조정이 학생들에게는 큰 이슈지. 난이도는 그렇게 큰 이슈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나물에 그밥이로세. 2014-08-29 20:58:13
대충 갈키고 편하게 합격만 시키고 사회로 내몰면 된다 .이거네..저질 법조인 양성 발기대회네..

ㅅㅅ 2014-08-28 15:59:20
이것도 못통과하면 도대체 실무는 어떻게 하려는거야 ㅡ_ㅡ? 커리큘럼이나 선발방식에서 문제를 찾을생각은 안하는구만.

ㅅㅅ 2014-08-28 15:02:46
사법시험 강평에는 사시생들 기본도 없고 천편일률적 답안이라고 실력없다고 한사람들이 누구셨더라...
5년 사이에 강산이 변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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