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소, 싱크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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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소, 싱크홀
  • 오시영
  • 승인 2014.08.22 10:46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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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현대사회에서, 정치인들이 가장 강력하게 내세우는 거짓구호는 “당신을 배부른 돼지로 만들어주겠다.”라는 것이 아닐까? 신자유주의경제체제 아래에서 위 배부른 돼지만들어주기 구호는 더욱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데 배부른 돼지를 만들어 주겠다는 정치인들, 행정가, 경제학자들의 위 구호는 점점 거짓임이 밝혀지고 있다. 국민을 배부른 돼지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만 배부른 돼지가 되어 가고, 국민은 점점 물만 마시고 살아야 하는 불쌍한 돼지가 되게 하다가, 나중에 제사상 위의 돼지머리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몇몇 농장주인들의 배만 채워주며, 노동을 착취당하고, 인건비를 착취당한 채 최저층의 생활고에 허덕이다가, 사육되다가 결국 잡혀 먹히는 돼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울 뿐이다.

지난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였다. 전세비행기 트랩을 내려온 그의 첫행보는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는 위로였다. 많은 환영객들 가운데에서도 유독 그들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그들의 애통에 귀 기울이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과 소통하였다. 그 옆에 방한하는 교황을 영접하기 위해 공항에 나온 박근혜 대통령 모습은 왠지 초라하고 왜소해 보이기조차 하였다. 세월호문제, 국내문제를 해결할 최종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옆에 세워놓고, 대한민국 국민이 바티칸왕국의 대표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위로와 해결책을 구하는 넌센스를 모든 국민, 아니 세계인들은 티비생중계를 통해 지켜보아야 했다. 청와대 환영식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에 대해 위로해 주심에 감사한다는 인사말을 하였다. 주객이, 본말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된 역행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럴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지 못한 채 한 쪽 편, 반쪽짜리 국민의 대통령이 되는 길을 저리도 고집하고 싶을까? 참으로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스스로 해결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자가 120일이 넘도록 문제를 해결하기는 고사하고 여야 정쟁의 불씨를 제공함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덧붙여 이정현 새누리당최고위원의 박근혜 대통령이 바빠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변명은 코미디의 정점을 찍었다고 할 것이다.

청와대 만찬장에서, 8.15광복절 기념식장과 세계청년대회에서 두 분은 각각 자신의 소리를 외치고 속삭였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녹음기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이 말은 뒤집으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말은 우리는 지금 전쟁 중, 휴전 중이라는 말이다. 반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화해와 소통을 말했다. 화해하면 모든 것이 풀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 먼저 조금 더 넉넉한 남쪽이 변해서 쪼들리고 있는 북쪽을 변화시키라는 완곡한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통과 소통의 극렬한 대비를, 무한하게 큰 인물과 왜소해질 대로 왜소해져 버린 인물의 차이를 보게 되어 버렸다. 도덕적 권위를 밑바탕으로 하여 낮은 자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자와 강력한 공권력만으로 지지기반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의 극명한 차이를 보고 말았다. 손에 칼을 들지 않은 약한 자의 부드러움이 손에 총칼을 든 강한 자의 힘을 무력하게 만드는 위대한 순간을 보는 것은 감동이었다. 밝은 빛이 비추자 어둠이 물러가듯, 사랑과 실천을 몸소 실천하며 겸손의 길을 걸으며 낮아지는 분의 진정성이 순전히 말뿐으로 자신의 약속을 매순간 뒤집고 번복하는 자의 교만을 가소롭게 만들고 있다.

교황의 4박5일간의 방한에서 던진 메시지를 세 주제로 요약하면 화해와 위로, 깨어남과 불의한 세상에 대한 거부, 무한한 용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잘못을 계속 지적하고 비판하기만 하면 현실은 개선될 수 없는 것이니,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의 손을 먼저 내밀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슬픔에 잠겨 있는 연약한 이를 위로하고 같은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동료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졸고 움츠리고 있으면 춤을 출 수 없으니 깨어 일어나 행동하라는 것이다. 사회의 부조리 앞에 무릎 꿇거나 맹종하지 말고 과감하게 거부하고 분노하고 앞으로 미래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는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는 연약한 자일 수밖에 없으니 하나님이 우리를 용서하듯 우리도 서로를 용서하라는 것이다. 그 용서의 횟수도 일곱 번씩 일흔 번에 이르더라도, 무한대로 용서하라는 것이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성경의 기록은, 7을 완전수로 보는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용서의 상징이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무한대의 용서를 해서라도 종내 용서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예수의 십자가 정신이라는 것이다.

교황은 무사히 바티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짧은 체류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었고, 가르쳐 주었다.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 의문을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가장 작은 차인 Soul을 타고, 우리의 영혼을 흔들었다. 가장 크지만 공용인 고속철을 타고 우리와 소통하였다. 방탄차를 타는 대신, 아무 것도 가진 것 없기에 죽어도 별로 이 세상에 손해될 것이 없다며 가장 약한 차를 탔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진정한 신앙인이었다. 거짓이 없으면 두려울 것이 없고, 감출 것이 없으면 무서울 것이 없다. 잃을 것이 없으면 세상이 담담하다. 공포스러워할 것도 없고 염려할 것도 없다. 우리가 욕심을 버릴 때 우리도 그의 모습을 닮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석촌동에서 싱크홀, 지하공동의 허방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이 우르릉 쾅 무너져 내릴 기세이다. 언제 어디가 내려앉을지 몰라 모두가 불안해 하고 있다.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주요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싱크홀 가까운 곳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제2롯데월드빌딩이 공사 중이다. 하늘 높이높이 치솟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제2롯데월드빌딩이 지어지고 있는 반경 내에서 반대로 땅이 무너져 내리는 싱크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이 반역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실상이 아닐까?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것을 알지 못한 채 하늘로 치솟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는지 그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대한민국 최대의 건설회사인 삼성에서 짓고 있는 9호선지하철공사 구간에서 싱크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찌 된 일인지 대한민국 최고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길목에서는 거의 언제나 싱크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고가 제대로 된 최고가 아니라 도둑질에, 사기질에 최고인 것은 아닌지 두려울 뿐이다.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입법로비를 받은 후 특정 계층에 유리한 입법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수사대상이 되고 있다. 대형교회 종교지도자들이 거액의 교회 헌금을 횡령했다고 기소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이 군에서 고참병이 되어 하급병사를 수십 회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대북심리전을 펼치라고 조직된 군사이버사령부가 지난 대선 때 조직적인 선거여론조작행위를 한 것으로 22명이 기소되었다. 정말이지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이 모든 잘못된 첫 단추는 누누이 강조해왔듯 이 땅에 진정한 정의가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수많은 가르침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정의를 세우라는 것”이라 할 것이다.

정의를 세우는 것, 곧 진리가 우리 모두를 자유케 하리라는 원칙이 보편적 기준으로 집행된다면 이 모든 혼란은 순식간에 잠잠해 질 것이다. 모두가 제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회계에 전혀 문외한인데다 조직생활을 해보지 않은 78살의 코메디언인 쟈니 윤을 한국관광공사 감사 자리에 앉히는 코미디, 또 다시 현직 검사를 사표수리하는 편법으로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케 하는 선거공약위반 등이 이 땅에 정의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관피아, 철피아, 해피아 등을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반대로 공직자를 그런 자리에 임명하는 것은 정말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군사훈련, 을지훈련을 한다면서 또 다시 청와대 지하벙커에 대통령을 비롯해 각료들이 모여 있다. 한쪽에서는 싱크홀이 생기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하실에 스스로 모여 군사작전 중이다다. 그러면서 대북 유화정책을 발표한다. 상대방이 결코 들어줄 수 없는 전제조건을 내걸면서.

일본 산케이 신문의 세월호사건 발생일의 대통령 행적 7시간에 대한 보도기자에 대해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수사를 벌이자 이로 인해 한일 간에 외교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왜 먼저 의문을 제기한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으면서,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 보도한 산케이 신문의 기자만을 형사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첫 번째 발설자는 내버려 두면서, 이를 인용해 보도한 2차 전달자를 형사처벌하겠다며 외교마찰을 일으키는 것이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이다. 모두가 정의롭지 못하다. 시중에는 산케이 신문과 조선일보의 보도내용에 이어 7시간 동안 보톡스 시술을 받느라 초동대처에 소홀했다는 유언비어까지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히면 조용해질 수 있는 것을 불명료하게 하기 때문에 마치 무엇인가를 감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는 것이다.
교황은 말한다, 용서하라고. 아니 그냥 어린 아이를 보며 웃는다. 왜 그 할아버지의 잔잔한 미소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 힘이 있을까? 우리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4일 동안 지었던, 대한민국 국민을 향해 보여주었던 그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표독스러운 눈빛과 판에 박힌 듯한 강인한 연설이 아니라, 침묵 속의 따스한 미소를 말이다. 상처받은 영혼들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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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서 2014-08-22 11:49:15
받을 자세가 된 국민이어야만 웃음이 보인다

한영민 2014-08-22 17:08:26
왜 손자들은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좋아할까? 육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없기 때문이네. 육아에 대한 책임이 있는 부모들은 그저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만은 없는 일이네.

임현지 2014-08-23 07:37:46
당신도 천주교도군요 거액의 국비를낭비하면서 겨우 그메시지를듣자고 부르다니니 참한심하군요 그정도의자리 그위치에서면 누구라도 할수있는말과 행동들이 당신들은 진정으로 위대해 보이나보죠 그가 다녀가고 변한것이무엇인가요 메시지만 전할것이 아니라 비천주교도에게도 무엇하나 변하게만든것이있나요 그냥 천주교도들의 비싼 잔치였을뿐 우리국민 언론은물론 내손으로 찍어준 대통령 참 한심하군요 우린 갈길이 너무 멀.

박병서 2014-08-22 11:49:15
받을 자세가 된 국민이어야만 웃음이 보인다

한영민 2014-08-22 17:08:26
왜 손자들은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좋아할까? 육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없기 때문이네. 육아에 대한 책임이 있는 부모들은 그저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만은 없는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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