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지정학의 부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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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지정학의 부활 (2)
  • 신희섭
  • 승인 2014.08.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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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지정학은 지리적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다룬다. 집안의 가구와 소품들을 어떻게 배열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공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기 위해서인 것처럼 국가도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식인지를 세심하게 다룬다. 그런데 지리적 공간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지리적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은 변하지 않고 연속된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반드시 지정학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변화가 지리를 활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이 전함의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면서 석유시대가 열리고 이로 인해 중동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마찬가지로 최근 미국이 셰일가스를 퍼내는 방법을 개발한 것은 셰일가스를 중요한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지정학에 민감하다. 지리적 공간이 좁고 작은 반도로 구성되어 있고 주변에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은 한국이 지정학적 고려를 명민하게 구사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과거 일본이 한국침략을 위해서 한반도를 대륙을 향한 단도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한 것처럼 한국은 한국의 지리적 조건을 이용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륙과 해양세력의 가교(bridge)를 만들겠다는 ‘한반도 가교론’은 지리적 조건과 대응전략을 논리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지리적 조건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해야 하는가? 한국은 해양력과 항공력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정학에서 대륙세력을 강조할 수 있겠지만 한국의 조건에서는 해양력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수출입의 비중은 34%대 정도가 된다. 대외의존도는 측정하는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92%정도 된다. 이것은 한국이 해외와 연결되어있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외와의 연계의 핵심은 여전히 해양이다. 물동량의 90%가 바다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해상수송로(SLOC)를 확보하고 수송로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해양의 길과 통신망이 연결되어 있는 해상수송로를 어떻게 유지하는가는 국가의 존망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바다의 수송로 확보를 위해서는 하늘도 지켜야 한다. 초음속 제트기의 시대에 한반도는 1시간이 안되는 거리에 횡단할 수 있다. 따라서 항공력을 이용해서 한국의 영공뿐 아니라 수송로의 안전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영공을 지켜내는 공군력의 확장은 상당한 비용을 감내해야 하며 주변 국가들의 안보전략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한국은 방어적 입장에서 전략을 짜야한다. 현재 한국의 주력기인 F-15의 작전거리를 감안할 경우 일본의 본토와 중국의 해안라인이 포함된다. 장기적인 안보확보를 위해서 차세대전투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사업의 경우 한국의 안보위협을 현재만 고려하지 않고 장기적인 위협도 고려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간의 영토분쟁과 군사력 증강 특히 해군력 증강을 감안한다면 한국도 장기적으로 지역분쟁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양을 이용하고 해양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것은 군사안보전략에서 해군력을 강조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과거의 이론가지만 해양력(sea power)을 강조했던 마한의 이론과 아이디어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에도 의미있는 일이다.

알프레드 세이어 머핸(Alfred Thayer Mahan, 1840년- 1914년)은 미해군 제독이자 해군대학의 교수였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기반하고 과거 유럽의 역사에 기반하여 해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해양력(sea power)은 단지 해군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해양력은 해군력과 물류와 해운을 합친 개념이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해양력을 지배한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

해군의 역사를 볼 때 지리적으로 불리한 조건과 역량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세계패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이 해군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민지를 통해서 물자를 공급하고 이것을 지켜낼 수 있는 해군력이 있었기 때문에 영국은 유럽에서 작은 영토와 부족한 인구에도 불구하고 세계 패권이 될 수 있었다. 반면에 대륙에서 비교되는 프랑스는 해군력을 키우지 않게 되면서 19세기 들어 식민지를 상실하게 되었고 결국 영국에 지배력을 내주게 된 것이다. 마한은 1889년 자신이 해군대학의 교장으로 있을 때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이란 책을 저술한다. 이 책에서 마한의 주장은 간단하지만 명확하다. 미국이 해양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볼 때 바다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해양력은 자국의 항구를 보호하고 항구와 항구를 이어주는 운송에 중요한 해양수로를 장악하게 한다.

이 책에서 마한은 4가지 제한을 했다. 첫 번째 미국이 해양수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양해군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 바다까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거대한 전함들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해외에 해군지기가 있어야 한다. 해군기지는 전함이 작전을 하기 위해서는 물자와 연료를 채워야 한다. 따라서 대양해군이 대양에서 자국의 해군력을 투사하기 위해서는 기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 번째 파나마운하를 건설해야 한다. 미국이 대서양과 태평양의 양 면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파나마운하를 통해서 해군력을 이쪽 바다에서 저쪽 바다로 신속히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와이를 식민지로 만들어야 한다.

마한의 제안은 미국 해군정책에 영향을 주었지만 자신이 책이 나오고 나서 바로 미국의 해군 정책을 바꾸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메리카라는 천혜의 요새와 같은 섬으로 구성된 지역에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해군력 증강은 필수적이었다. 1898년 미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을 하고 해외식민지를 구축하는데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테오도르 루즈벨트의 해군력증강정책에 영향을 주었다.

마한의 주장은 미국보다는 다른 국가들에서 더 먹혔다. 당시 독일의 빌헬름 황제는 마한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먹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빠졌고 결국 독일이 해군력을 증강하면서 제국주의로 나가는데 일조했다. 한편 메이지유신을 마치고 성장하고 있던 일본의 해군도 이 책에 관심을 가졌다. 훗날 일본 해군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는데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마한의 대양해군을 키우라는 조언은 당시 강대국들의 해군력 증강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제국주의정책을 정당화하고 국가들의 안보정책에 기반이 되게 하였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제국주의경쟁이 1차 대전으로 가는 동력이 되었다는 점으로 마한의 이론이 비판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1, 2차 대전의 승전국이 되었고 해군력을 기반으로 하여 세계 패권이 된 현재 미국의 위상 역시 마한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에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해군력을 통해서 세계바다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미국뿐 이다.

마한의 영향은 여전하다. 지금 현재 미국해군도 마한을 배운다. 물론 한국 해군에서도 마한을 배운다. 뿐만 아니라 중국해군과 일본 해군도 마한을 교과서로 배운다. 그렇게 보면 동북아시아 지역의 해군전략은 마한이라는 공통된 스승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2020년 까지 대양해군력을 구축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일본 역시 해군력 증강을 꾀하고 있다. 일본은 자신이 자위대를 해외에 파병하면서 자국의 위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대양해군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전통해양 강국인 미국과 일본이 있고 신흥 해양강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이 가세하면서 이 지역은 해군력경쟁의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다. 한국 역시 이들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찾고 우리의 역량을 찾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력의 지원 속에서 우리 역시 해양력을 키우고 해군의 역량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이지함과 상륙함을 구비했다고 자랑하는 우리 해군력이 과연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 그간 정치논리에 의해 그 목적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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