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직 국가직화 “국가가 결단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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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직 국가직화 “국가가 결단 할 때”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4.08.2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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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의원 주최, 소방조직 개선 토론회 열려
“소방직 국가직으로의 전환 더 미룰 수 없어”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그간 미뤄왔던 소방직 국가직화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일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의원 주최로 의원회관 대회의실서 ‘소방조직 개선방안 토론회’가 개최, 2시 반 가량 이어진 토론회는 정치권 관계자 및 국민의 높은 호응 속에 성료됐다.

이날 주최측인 정청래의원을 비롯 박영선 새민련 원내대표, 진영 국회 안전행정위원장, 박남춘 의원(새민련), 유대운 의원(새민련), 조명철 의원(새누리), 문성준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총재, 17개시도 의용소방단 회장단, 현 소방공무원, 일반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정청래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소방공무원의 근무환경은 너무 열악하다. 국민의 안전을 제고하는 데 있어서 소방조직의 개선방안을 논하는 것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문제”라고 전했다.

박영선 새민련 원내대표와 진영 국회 안전행정위원장도 축사에서 이와 같은 의견을 피력하며 소방직의 국가직화 전환을 반드시 이루도록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이창원 교수(한성대 행정학과), 윤명오 교수(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가 발제를 맡았고, 발제에 대한 토론자로 김택 교수(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김창영 기자(경향신문), 고진영 회장(소방발전협의회/현 소방공무원), 전성태 조직정책관(안전행정부)이 발제에 대한 토론자로 나왔다.

▲ 우측 세번째부터 진영 위원장, 정청래 의원, 박영선 원내 대표
소방직을 국가직화로 전환하는데 안전행정부의 입장이 관건인 만큼 패널로 참석한 전성태 조직정책관의 발언에 큰 관심이 몰렸다. 현재 특정직이라 불리는 경찰, 군, 검찰 등 공무원은 모두 국가직이다. 특정 업무를 맡고 있는 소방직만 현재 지방직으로 분류돼 있다.

우리나라 재난 특성 및 규모 예전과 달라
재난환경 변화에 대응한 소방재정체계 검토돼야

이창원 교수는 “현재 소방행정체제는 광역자치체제 전환 이후 20년 이상 지속돼 왔다”고 전하며 “그간 우리나라의 재난 환경에는 급격한 변화가 있었고 갈수록 대형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는 추세”임을 말했다.
이는 현재 지자체 업무로 규정돼 있는 소방행정체제를 보다 일사불란하고 신속한 형태의 시스템으로 개편하지 않는 이상 변화하는 재난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방업무를 1990년대 초반의 재난의 지역적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은 화재 진압의 성격으로만 이해한다면 지방사무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1990년대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그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재난의 특성과 규모를 보면 단순히 지역 차원에서 접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재난환경의 변화와 환경 변화에 대응한 소방역량의 변화를 분석하고, 소방사무와 소방재정체계를 진단해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이 검토돼야 할 것을 주장했다.

시대적 차원으로 살펴볼 때 소방직의 국가직화 전환은 단순히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 수준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그는 재차 피력했다.

소방직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 국가적 차원에서의 일원화된 소방행정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보호될 수 있고, 지역 간 소방서비스 격차 역시 해소될 것으로 봤다.

또한 소방력의 지역별 편차를 개선해 소방정책의 일관성을 확보, 재난 발생 시 초광역 차원에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통해 가용자원 범위 내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지자체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지역 간 소방공무원들의 승진 격차 문제를 해소해 인사 운영의 탄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봤다.

그는 “소방직의 국가직화 전환은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지방분권 등 논리가 개입될 시 안전이라는 핵심가치는 뒤를 밀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소방직 국가직 전환이 비용대비 효율성 높아

윤명오 교수는 외국의 사례를 들며 소방직 국가직화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마이크를 잡는 순간부터 이제껏 있었던 외국의 대형 재난 사고를 읊으며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 소방직 국가직화를 강력 주장하며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세계적으로 동일한 주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일본과 미국, 이스라엘, 인도 등의 사례를 들었다. 윤 교수는 “일본은 약 1,000개소의 독립 본부를 통합해 500여 개 본부로 정리했고 다시 광역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적, 행정적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일부 현은 광역화 모델을 추진하고, 대도시는 광역 체제를 시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나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국가는 기초를 기본으로 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라 국가가 구난 역량을 국가직으로 구축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으며, 특히 이스라엘은 10년 간 국가직화를 추진하던 중 대형화재 사고를 계기로 논의가 급진전돼 지난 2010년 소방직을 국가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있음을 전했다.

▲ 축사하는 박영선 새민련 원내대표
윤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 밀도 및 도시화 비율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나의 특성을 감안해 “조직력과 기술력을 근간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직을 국가직화 하는 것이 비용대비 효율성이 좋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소방병원하나 없어…소방직 하대하고 무시하는 행위
안행부‧기재부‧국회의원‧지자체단체장 ‘소방직 나몰라라’

토론자로 나선 김택 교수는 앞서 발제한 두 교수의 말에 크게 공감하며 소방공무원의 지위 부분에 대해 덧붙여 설명했다.

그는 “국가안전과 재난관리체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소방조직과 인사역량을 선진적으로 과학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조직인사정책이 중요하다”고 밝힌 후

“소방공무원이 외상 후 스트레스 등 후유증이 깊지만 소방인력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하나 없다”며 “이는 소방직을 하대하고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해 청중의 공감어린 박수를 얻었다.

김창영 기자는 토론에서도 기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는 지금 소방직이 국가직으로 전환이 안되는 이유를 직설적으로 밝히며 또한 청중의 공감을 샀다. 청중들은 그의 속시원한 까발림(?)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를 연발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직 전환을 반대하는 이들은 안행부와 기재부, 국회의원, 지자체단체장이라고 꼽으며 이들이 결국은 말도 안되는 논리로 무조건적인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췄다.

그는 금번 세월호 사고에서 특별취재팀을 가동하고 긴 시간 취재를 했지만 세월호 사고의 최종책임자가 아직도 누구인지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은 현실이 참 어리둥절 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자실에서 소방직의 국가직 반대에 대한 기자설명회를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법안제출 시 관행적으로 해오던 정책설명회도 하지 않았다고 전하며 안행부의 소방직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음을 지적했다.

그는 소방직이 국가직으로 전환될 시 정부 위상은 격하될 수 있고 기재부가 말하는 예산타령도 타령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지자체장은 그간 소방직에 쓰는 예산이 국가직 전환시 국비로 전환되기 때문에 소방예산을 소위 ‘주무를 수가 없다’는 것에 내심 반대하고 있다는 것으로 그는 봤다.

국회의원은 생색내기용 법안을 발의하지만 정부의 고위관계자 전화 한통이면 없었던 일이 될 수 있다고 실제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 좌측부터 전성태 안행부 조직정책관, 김택 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정청래 새민련 의원, 윤명오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연구소 소장, 김창영 경향신문 기자, 고진영 소방발전협의회 회장(현 소방공무원)
그는 “최근 흥행중인 영화 명량에서 12척의 배로 배수진을 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킨 수군과 소방관은 닮아있는 것 같다”며 “국가개조와 적폐청산은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관이 순직해야 그때서 소방직에 관심

고진영 소방발전협의회 회장은 현 전북지역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으로 지난 16년간의 소방공무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현장에서 직접 근무하는 공무원인 만큼 청중은 그의 말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에 대해 국가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소방공무원이 순직을 해야 그때야 관심을 갖는다”며 잠시 목이 매인 듯 침묵했다.

그는 잠시 뒤 “소방사무가 지방사무고 지방자치법상 지방사무로 돼 있어서 국가직화가 불가하다는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다”고 말했다. 무엇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국민 안전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서는 국가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안행부 “지역주민 안전 서비스 질 제고 초점둬야”
대규모 화재‧재난은 지역 간 소방응원 강화해 운영

토론회에 참석한 6명의 패널 중 유일하게 소방직 국가직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전성태 안행부 조직정책관은 맨 마지막에 발언을 함으로써 자칫 지루할 수 있었던 시간을 기대에 부풀게 했다.

소방직 국가직화 전환에 안행부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안행부 입장을 대변하는 전 정책관의 입에 청중 모두가 주시하는 모습이었다.

전 정책관은 “오늘 반대입장을 말하는 분이 더 계실 줄 았았는데 혼자인 것 같다”며 머쓱해했다. 그는 발언에 앞서 “개인적으로는 소방직에 프렌들리 하지만 조직의 일원으로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과 반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전성태 정책관도 이 자리에 참석하기 참 어려웠을 것이다. 발언이 끝나면 힘차게 박수를 쳐주자”며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전 정책관은 재정, 외국사례 등 다른 부수적인 것을 떠나서 소방직이 국가직과 지방직 중 국민 재난서비스 제공 면에서 어떤 것을 취했을 때 더 나을지에 대해 고민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직화 했을 때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현행 재난 대응 체계는 지자체장이 재난대응을 조정, 지원하고 소속 소방본부장, 소방서장이 지역통제단장으로 현장을 직접 지휘하는 체계다.

▲ 토론회장 내 객석을 가득메운 청중들.
지방 소방직을 국가직으로 전환시 지역에서의 재난대응 체계가 국가직인 소방과 지방직인 지자체 재난안전 부서로 이원화돼 효율적인 대응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그는 봤다.

대형화재나 재난에 대응키 위해서는 지자체장이 지역 내 소방서 등 관공서와 지역주민, 시민단체, 각종 장비를 동원할 수 있어야 하지만 국가직이 될 경우 현장 전문성에 기반한 지역사회 중심의 재난관리 체계 구축이 어려워 질 것으로 봤다.

소방인력 및 장비 등 대폭적인 재정확보 적극 논의

지역 간 경계를 뛰어넘는 대규모 재난은 소방법상 다른 소방본부의 응원이 가능토록 체계가 갖춰져 있고 이에 국가직화 보다는 현행 소방응원 제도를 실효성 있게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또한 지역 수준의 화재‧재난 대응 기능은 해당 지역의 지리, 경제, 문화적 특성 및 인구구조 등에 따라 지역 특성을 반영해야 하나 국가직 전환 시 서비스가 표준화되고 획일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소방조직의 최종 책임을 시‧도시자가 갖고 주민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통제가 가능하나 국가직 전환시 지역주민 보다는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게 돼 대형재난 이외에 주민의 생활안전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중앙기관이나 언론의 눈치를 살피는 경찰을 예로 들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열악한 소방환경, 근무처우에 대해서는 “지방 소방인력이나 장비 등에 대폭적인 재정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피력, 지원할 것을 심도있게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아 기자 gosilec@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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