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변리사시험 개편인가” 이구동성
상태바
“누구를 위한 변리사시험 개편인가” 이구동성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4.08.12 16:44
  • 댓글 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변리사회, 변리사 시험제도 개선 토론회 개최
특허청공무원 특혜∙전문기술지식 검정 약화 ‘우려’

특허청이 추진하고 있는 변리사시험 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뜨거운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8일 특허청이 제도개편안을 두고 수험생 대상 설명회 및 의견수렴을 가진데 이어, 대한변리사회가 주최한 ‘변리사 시험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1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됐다.

특허청 강윤석 사무관과 변리사회 전광출 법제이사, 서울시립대 로스쿨 구대환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기업체 패널로 OCI중앙연구소의 서영호 부장이, 수험생 패널로 한광현씨가 참여했다.

가장 먼저 발표를 진행한 강 사무관은 1차시험과목에 저작권법을 포함해 기존 산업재산권법을 지적재산권법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비롯해 자연과학개론의 P/F제 도입, 2차시험 과목 중 특허법과 상표법의 실무형 위주 출제, 선택과목 P/F제 도입 등 변리사시험 제도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 “특허청도 이해관계자”…공정성 확보된 주체에 의한 재검토 필요

이어진 발표는 특허청이 내놓은 변리사시험 개정안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이어졌다.

먼저 전 법제이사는 시험에 관한 사항과 일부면제대상자 등을 심의하는 변리사자격∙징계위원회의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시험과목의 일부면제 대상자를 보유하고 있는 특허청 차장이 위원장, 소속 공무원이 위원으로 포함돼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

그는 “변리사시험제도는 특허변호사제 도입 등 문제로 변리사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고 변리사자동자격의 특권을 누리고 있는 로스쿨그룹을 포함한 법조계, 일정 기간 근무시 시험면제 혜택을 받는 특허청 공무원, 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수험생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수험생과 변리사 내부에서도 이공계출신과 비이공계 출신으로, 이공계 내에서도 전공과목이나 선택과목 등에 따른 갈등이 적지 않다”며 “이처럼 복잡한 이해관계를 안고 있는 변리사시험제도 개편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올해 안에 제도 개편을 매듭지으려고 서두를 것이 아니라 이해를 초월하는 논의 주체가 공정한 가치기준을 가지고 우리 현실과 문화에 맞는 실질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지난 11일 개최된 ‘변리사시험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특허청 강윤석 사무관이 변리사시험제도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구 교수는 “실무자에게 유리한 이번 제도 개편은 특허청 행정직 직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라며 “만약 실무형 과목을 채택하려면 실무수습을 원하는 일반수험생이 실무수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특허청이 보장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체 패널로 참여한 서영호 부장도 “개정안은 특허청 공무원에게 혜택을 주려는 제도 개편으로 오해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며 “공무원의 자격시험 면제 혜택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높은 상황에서 이같은 개편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고 변리사의 전문성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한광현씨는 “개정안에 따르면 1차시험 면제자는 실질적으로 2과목만 보면 되고 2차시험과목까지 일부 면제를 받는 사람의 경우 1과목만 봐도 변리사가 될 수 있는 셈”이라며 “선택과목 P/F제 도입은 수험생간 형평성을 해결하려다 계층별 형평성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차시험에 저작권법이 도입되는 경우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실무상 도입 필요성은 인정되나 저작권법을 도입하는 경우 저작권 실무가 없는 특허청 직원에게 1차시험을 면제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 개정안, 국가별 차이 도외시…전문기술지식 검정 강화 필요

개정안이 변리사시험 개선의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 법제이사는 “개정안에 관한 용역보고서를 보면 변리사시험제도 개선의 기본방향에 관해 묻는 항목에서 확대된 직역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검증이 26%, 융합지식 및 융합능력의 검증이 2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개정안에서 강조되고 있는 명세서작성 등 실무처리능력 검증은 20%에 그쳤다는 것. 특히 3대 산업재산권 중 하나인 디자인보호법을 시험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점도 실무능력을 강화한다는 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자격시험은 해당 분야의 업무처리를 위한 최소한의 자질검증이지 완성된 지재권 전문가를 뽑는 시험이 아니다”라며 “변리사시험은 특허는 물론 상표와 디자인보호 등 3대산업재산권의 문제해결능력을 검정할 수 있는 시험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교수는 개편안이 변리사의 역량과 위상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1차시험의 자연과학개론과 2차시험의 선택과목에 P/F제를 도입해 중요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이들 과목이 변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인 전문기술지식에 대한 담보임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외에 개정안이 증가하고 있는 국제분쟁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우기 위해 실무능력 평가를 강화가 필요하다는 특허청의 설명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2012년 국제특허분쟁 건수는 224건으로 2007년에 비해 5년간 13건이 증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국제분쟁에 대한 대응은 영어능력과 전문기술지식을 길러야 하는 것이지 명세서 작성과 같은 실무자 문제가 답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서영호 부장은 개정안이 참고한 미국 등 외국 사례가 우리 현실에 적합한 모델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미국 등 변리사시험을 실무형으로 출제하는 국가는 이공계 전공자나 로스쿨 출신 등 응시자격을 엄격하게 한정해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차이를 무시하고 미국형 실무형 제도로 바꾸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

한광현씨는 “이미 종합적 법률지식을 요구하는 실무형 문제가 출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뭘 어떻게 더 바꾸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실무역량을 강화하려면 실효성이 분명치 않고 수험생의 부담을 늘리는 실무형 문제 도입에 앞서 수습교육을 강화하는 등 시스템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씨는 선택과목 P/F제 도입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실질적인 난이도 보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결국 P/F 비율에서 어차피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청중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한빛고시학원에서 디자인보호법을 강의하고 있는 김인배 변리사는 “실무능력을 강화한다면서 변리업계의 디자인 업무 실무능력이 약화되고 있어 전문인력의 보강이 필요한 상황에서 디자인보호법을 시험과목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오규환 변리사는 20년간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실무능력자를 시험을 통해 뽑는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당장 몇 달 쓰기에는 실무경험자가 좋지만 6개월도 못간다”며 “오히려 탄탄한 이론을 갖춘 사람이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으면 더 나은 변리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소에서 1~2달이면 배울 수 있는 명세서 작성 능력보다 분쟁해결능력을 보다 강화해달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 특허청, 일정대로 개정 진행…“반영하지 않을 의견 청취 왜하나”

특허청은 개정안 도입을 위한 의견 청취를 위해 2차례의 공청회를 실시한 바 있다. 이 날 토론회에서 취합된 의견들을 포함해 개정안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은 2018년 시행을 목표로 이 달안에 최종 개정안을 도출, 8~9월 중 입법예고를 거쳐 10월 규제심사, 11월 법제처 심사, 12월 차관회의∙국무회의 통과를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토론회에 참여한 발제자와 패널은 물론 질의∙응답 등 의견을 개진한 청중들도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개정안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특허청 강윤석 사무관은 “개정안은 급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2012년 10월부터 다양한 논의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며 “공청회와 토론회를 통해 취합된 의견을 반영하겠지만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광현씨는 “의견이 수렴이 되려면 다시 검토가 이뤄져야 할텐데 일정에 변화가 없다면 의견을 반영할 의사가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도 “2012년 10월부터 준비했다는 것이 충분한 숙고기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제도는 한 번 잘못 만들면 다시 되돌리거나 고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재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빛고시학원에서 회로이론을 강의하고 있는 이종훈 변리사도 같은 입장에서 “이번 2차시험은 선택과목 형평성 논란이 가장 컸던 시험인데 난이도 조절과 같이 더 용이하게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두고 숙고가 필요한 제도 개선은 지나치게 빠르게 처리하려고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혜성 기자 desk@lec.co.kr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14-12-21 18:37:27
아무리 변리사가 리뷰하는 차원에서 끝난다 하더라도, 변리사는 반드시 이공계열 지식을 갖추어야 변리사로써 자격이 있는게 아닌가요. 괜히 특화가 아니잖아요. 이공계 소양을 약화시켜서 다시 변호사가 이를 핑계로들어올 구실을 만드는걸로 밖에 안보입니다. 변리사는 변리사로 있어야 합니다. 이공계열 지식을 심화 시켯으면 심화시켜야지 이건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2014-08-23 01:23:36
변리사가 공학적 지식?

대표변리사는 영업만하고 명세사들이 일처리 다 하고 있는데..

물론 대표변리사가 리뷰하지만 사인하는 차원에서의 리뷰지..

변리사가 공학적 지식이 있어야만 할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배 2014-08-21 13:04:36
자연과학개론은 변리사의 기술적 능력을 나타내는 것인데, 변호사가 지닐 수 없는 이공계쪽·기술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통과시켜서 앞으로의 미래 사회에 그 치열한 분쟁을 어떻게 대변해 줄거라는거지요?
또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우리 미래의 위험을 담보로 하네요. 안타깝네요. 특허청 담당자님 제발 좀 냉철히 판단하시기를 바랍니다.

ㅇㅇㅇ 2014-08-16 20:23:54
당근 누구의 로비를 받기는, 현재 특허청 인사적체가 아주 심하다. 나이든 심사관들은 변리사 시험에 붙지 못하고 있다. 즉 시험을 쉽게 해서 변리사 붙게 하고 빨리 나가게 하려는 심산이다. 그래야 인사적체 해소할 수 있고, 심사관들 사기 높게 만들 수 있겠다.

ㅇㅇ 2014-08-13 10:37:18
아무리 담당주무관이라 해도사무관 정도 선에서 들어주고 끝낼 일이 아닌데, 이런식으로 진행하는군요..

이렇게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특허청을 제외한) 학계, 산업계, 수험계 모든 관련된 사람들이 반대하는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계속 강행하려면 특허청장이 직접 나서서 해명을 하든 반박을 하든 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꿏은 사무관들만 앞세워서 일을 진행하는 것은 좀 비겁해보이기까지 하네요.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