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생들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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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생들 왜 이러나
  • 이상연
  • 승인 2003.11.18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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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생 4명은 연수원생 561명의 서명을 받은 '파병반대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별정직 공무원 신분인 연수원생들이 예민한 사회 현안에 집단 의견을 표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사법연수중인 33기(2년차)와 34기(1년차) 연수생들은 지난 10일부터 의견서를 회람한 뒤 자치회와는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서명에 참여했고 그 숫자는 전체의 25%에 해당된다. 이들은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자 공청회 등을 개최하는 등 연수원생들끼리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히 파병에 반대한다는 것보다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논의의 판단기준이 국가의 최고 지도원리인 헌법과 법치주의가 되어야 함에도 단순히 파병에 따른 이익의 정도에 대한 논쟁으로만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데 연수원생들이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미국 등의 이라크 침공은 헌법 제6조 제1항의 국제법 존중주의와의 조화적 해석에 따를 때 헌법 제5조 제1항의 '국제평화주의'를 침해하는 '침략전쟁'이며, 이에 따라 한국의 이라크 파병 결정도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들은 헌법 10조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핵심적 내용인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군을 파병할 경우에도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고, 이러한 위험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상황에서 헌법상 국군통수권의 범위를 벗어나서 국군을 파병하고 그들에게 점령군의 지휘와 명령에 복종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핵심적 내용인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정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국군에게 이라크 국민들을 상대로 총을 들도록 명하는 것은 위와 같은 헌법적, 국제법적 문제가 있고, 대통령의 헌법수호책무에도 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는 사회의 예비 법조인으로서 사법연수생들의 '헌법적 원리'를 강조한 순순한 의견 표출로 규정하면서도 한편으론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는 판단이다. 그것은 의견 표출의 방식이다. 이번 서명은 자치회 차원에서 한 것도 아니고 개별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의견서 전달에 불과한데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마치 대표성을 지닌 연수생들의 집단 행동으로 비춰지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예비 법조인과 공무원 신분으로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에게 '헌법적 의견'을 밝히는 취지라면 사전에 언론에 공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했어야 했다.

 
또한 파병문제는 정부의 방침도 손바닥 뒤집듯 오락가락할 정도로 미묘한 문제다. 이에 대한 여론도 '우리 자식을 사지에 보낼 수 없다' '막강한 동맹국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로 갈려 있다. 따라서 '헌법적 원리'로만 접근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미래 지향의 국가전략 등 다각도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물론 그동안 대통령이 왜 파병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밝히고, 이에 대한 국민적 설득을 구했더라면 지금 같은 국민적 혼란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국민적 혼선을 막는 것도 대통령뿐만 아니라 공무원 신분인 사법연수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의 짐을 덜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이번 사법연수생들의 행동은 파병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이 된 듯 하다. 극단적으로 갈려 있는 국론을 모으는데 대통령의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에 사법연수생들의 이번 행동은 볼썽 사나운 일이다. "법이 엄연히 존재하면서도 혜택을 못 받고 있는 불쌍한 민초들의 법의 보호를 위한 작은 일에서부터 사회를 향하여 외쳐라"며 "인기를 얻는 법조인이 아니라 현실에서 법 때문에 고통받는 민초들의 법의 보호를 위한 개혁을 외쳐야"한다는 한 시민의 충고에 귀 기울이며 차제에 오해를 사는 행동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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