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지정학의 부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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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지정학의 부활 (1)
  • 신희섭
  • 승인 2014.08.0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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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지정학이 부활하고 있다. 최근 국제정치나 동아시아 지역 정치 모두에서 지정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의 이론이자 제국주의의 잔재로 여겨지던 지정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지리와 그에 따른 자원과 전략적 활용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시 중요해 진 것이 아니라 계속 중요했는데 중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돌아온 것이 다.

미국은 쉐일가스가 개발되면서 다시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석유부족이라는 제약조건을 극복하게 된 것이다. 다시 자원전쟁에 돌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은 해안지역 중심의 성장전략에서 대동을 꿈꾸는 사회로 가기 위해 내륙개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과정은 중국내부의 발전전략이자 타국가들과의 공조가 필요한 전략이 되었다. 동북삼성을 개발하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와 북한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본은 군사력증강을 꾀하면서 해군력을 대양해군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자국의 위상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인데 이로 인해 과거 일본침략의 경험을 가진 국가들은 안보의 불안을 다시 느끼고 있다. 북한의 지하자원이 중요하게 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 극동지역의 가스관 연결사업과 함께 시베리아철도와의 연계 사업을 통해 유럽과 동아시아의 물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사업도 진행 중에 있다. 북극해가 녹으면서 해로가 생기고 있고 이 해로를 이용하기 위해 그리고 해로를 통해서 제기될 수 있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들은 새로운 해양안보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흐름이 아시아외환위기와 미국의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것 역시 지리적 공간이 정치적으로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류는 지리의 새로운 관점을 자극한다. 문화가 어떻게 지리적 범위를 넘어서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이렇게 지리적 공간이 중요하게 되면서 지리적 공간을 활용하는 전략측면에서 지정학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간은 지정학에 대해서 간략히 다루어본다.

지정학은 지리적 공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변수(variable)라는 보다는 상수(constant)에 가깝다. 지리적 공간이 짧은 시간에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항상 일정하게 고려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지리적 공간에 있는 자원과 기술을 통한 지리의 활용은 변하기 마련이다. 영국에서 전함의 운용을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면서 내연기관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런 점에서 지정학은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인들을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지정학적인 중요성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지정학은 18세기에 만들어진 이론으로 19세기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은 국제정치학의 가장 오래된 이론이다. 생물학의 진화론적 관점이 사회과학에도 영향을 미쳐서 사회를 마치 생물체처럼 인식하게 되면서 발전한 사회유기체론이 지정학의 뿌리를 만들었다. 이후 지리적 공간과 인적 자원과 시간에 대한 3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지정학이 체계화되었다.

지정학은 국제정치학이 현대적으로 자리 잡기 전에 가장 융성하게 되었다. 미국의 마한제독이 해양력의 중요성을 이론화하였고 영국의 맥킨더 경은 해양력과 결합한 지리적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지정학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미국의 남북전쟁시기 철갑선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이후 증기기관이 철갑선을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하면서 전함공간을 확대하였다. 늘어난 배의 공간은 전함에 부착된 함포의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되었고 이것으로 해안선을 따라 구축된 도시에 대한 엄청난 규모의 포격이 가능해졌다. 과거처럼 배에 병사들을 싫어서 나르는 것이 중요했던 시기를 넘어 포격으로 상대국의 육군을 무력화할 수 있게 되면서 바다라는 지리적 공간은 이제 제약조건이 아니라 새로운 공격을 가능하게 해주는 한 가지 루트가 되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하에서 미국의 마한제독은 해군력을 강화하는 것을 주된 전략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미국이라는 지리적 조건에서 볼 때 양면의 바다를 지켜야 하는 것이 중요하며 해군력이 미국을 제국으로 확장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파나마운하를 건설한 것은 이러한 해양력 활용에 있어서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운하는 미국이 동부와 서부의 해군력을 이동시킬 수 있게 해주었고 미국은 육군을 키우는 대신에 해군력을 키울 수 있었다.

미국은 자국을 넓은 바다로 인해 지킬 수 있었지만 넓은 바다는 미국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데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제약조건이었다. 다른 나라가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서 이동해야 하는 만큼 미국도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해양력증강 시대에 해외교역을 같이 증가시켰고 이것은 상선과 상선의 보호를 위한 군함의 건조를 동시에 촉진하였다. 1898년의 문호개방정책을 표명하면서 미국이 스페인을 몰아내고 필리핀을 식민화할 수 있었던 것은 해군력이 뒷받침 해주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영국과 독일에서 지정학은 발전하였다. 영국은 지리적으로 작은 섬에 불과하며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다. 나폴레옹이 제국을 확장하면서 대륙에서 영국으로 물자이동을 금지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영국은 자원확보를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유럽의 경쟁국가들 사이에서 유럽을 장악할 패권이 등장하는 것을 막는 것이 영국으로서는 중요했다. 이런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핼포드 맥킨더는 유럽의 심장지역을 장악하는 것에 대비하라는 이론을 구축한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들어오는 제국 시대 국가들의 불안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러한 논리는 국가를 마치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생명체의 확장과 쇠퇴에 대한 주기적인 이론을 구축하게 한 것이다.

독일은 우수한 독일인들이 있지만 대륙 내에 자칫 고립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독일은 전략적으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러시아와 같은 대륙국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인구에서의 열세를 극복하면서 유럽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키우기 위해서 지정학에 초점을 두었다. 칼 하우스호퍼를 기반으로 하는 독일의 지정학은 독일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그의 이론은 히틀러를 자극하였고 히틀러가 독일의 생존 공간(lebensraum)을 확보하여 천념왕국 구성을 계획하게 하였다.

일본은 독일의 지정학을 모방하여 자신의 지정학이론을 세웠다. 대동아공영권은 일본판 생존공간(lebensraum)이었다. 미국과 같은 대국을 상대할 때 자신의 공간을 최대한 확대하여 방어선을 넓히면서도 인도네시아와 인도차이나의 자원과 인구를 이용해서 자신의 능력을 미국에 육박할 때 까지 확장한다는 대동아공영권의 논리는 권역을 구분하여 지리적 공간의 중요성과 전략적 자원의 배분에 초점을 두게 된다.
지정학과 관련해서 일본은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일본은 2차 대전직전에 야마토호를 건조했다. 당시 최대전함인 야마토호의 길이는 262m이고 높이는 51m이며 폭은 38.8m에 달했다. 야마토호의 주무기는 460mm함포로 18.1 인치나 되는 이 함포를 9문이나 가지고 있었다. 이 함포는 인류가 만든 함포 중 최대 구경이었다. 이포를 통해서 승용차 무게가 되는 1.36톤짜리 포탄을 30초당 1발씩 발사했는데 함포의 사거리는 42km나 되었다. 18인치나 되는 함포로 무장한 배를 만들려면 배의 폭이 넓어야 한다. 그래서 38미터가 넘는 폭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 38미터에 달하는 폭은 파나마 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다. 파나마운하의 폭이 32미터이기 때문에 일본은 미국이 이 이상의 전함을 구축하기 쉽지 않고 만약 폭이 넓은 전함을 구축하더라도 운하를 이용할 수 없다고 계산을 하고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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