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2014년 5급 공채 정치학시험 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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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2014년 5급 공채 정치학시험 복기
  • 신희섭
  • 승인 2014.07.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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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7월 1일부터 시작된 2014년 5급 공채 시험이 끝이 났다. 수험생도 그렇지만 수험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떤 문제가 출제되었을까는 그동안의 공부를 어떤 방향으로 지도했는지에 대한 평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물론 문제를 정확히 집어내기 위해서 수업을 하지는 않는다. 정치학의 경우 어떤 주제와 어떤 질문에도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하고 이를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지도를 한다. 이것만이 정치학이라는 판단을 요하는 학문의 특성을 잘 반영해 출제자와 채점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르친 주제들 중에서도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학계의 추세가 있고 출제자들의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수험생을 지도하는 입장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은 주제들을 학생들이 시험장에서 만나지 않게 하면서도 중요한 주제들의 경우 좀 더 잘 쓸 수 있게 정보를 많이 제공해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럼 점에서 2014년 시험이 한 번의 평가로 지나갔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어떤 방향으로 출제가 되었고 출제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복기하는 것은 수험생과 강의를 하는 사람 모두에게 중요하다. 복기를 위해서 이번 시험에 출제된 문제를 먼저 보도록 한다.

제 1 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다양한 선거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선거제도의 유형에 따라 정당정치의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질문에 답하시오. (총 40점)

1) 선거제도 중 단순다수제(plurality system)와 비례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 system)의 일반적 특징을 각각 서술하시오. (10점)

2) 뒤베르제(Duverger)의 법칙에 근거하여 선거제도가 정당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시오. (10점)

3)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단순다수제와 비례대표제가 결합한 혼합형 선거제도(mixed system)이다. 그러나 비례대표제로 선출되는 의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그 수를 늘리자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을 밝히고 그 근거를 제시하시오. (20점)

제 2 문. 정치학에서의 행태주의적 접근은 1960년대 전통적 정치학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하였으며, 현대 정치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질문에 답하시오. (총 30점)

1) 전통적 정치학과 행태주의적 연구의 차이점을 서술하시오. (15점)

2) 행태주의적 연구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는 현대정치학의 대안에 대하여 서술하시오. (15점)

제 3 문. 최근 들어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모함에 따라 이주민의 사회통합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주민의 사회통합과 관련된 대표적인 접근방법으로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가 있다. 동화주의는 이주한 국가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수용함으로써 주류사회에 동화할 것을 요구한다. 반면, 다문화주의는 이주한 국가에서도 기존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것을 허용하거나 때로는 장려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질문에 답하시오. (총 30점)

1)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가 갖는 각각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설명하시오. (20점)

2) 한국의 다문화가정 증가에 대해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 중 하나를 택하여 그에 기반한 사회통합정책을 제시하시오. (10점)

2014년 5급 공채시험의 주제는 1번은 선거제도에서 2번은 방법론에서 3번은 정치일반이론 혹은 정치사상에서 출제되었다. 개인적으로 강의를 한 입장에서는 3가지 문제 모두 수업 시간에 다루고 문제로 풀기도 한 주제라 다소 안도할 수 있었다. 특히 다문화주의는 4년 이상 중요 주제로 매 수업 마다 다루고 시험을 직접 풀었던 문제라서 이 주제를 같이 공부한 수험생들은 아마도 시험장에서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의 문제를 통해서 볼 때 이번 시험에서 찾을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최근 방법론이 자주 출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출제위원들이 미국식 방법론에 익숙한 젊은 교수분들이 출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출제를 할 때 같은 학회활동으로 친한 사람들이 같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한 번 의뢰받은 사람들이 몇 년간은 지속적으로 출제를 하기도 한다. 출제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이 분들은 자신들이 공부한 방식과 접근하는 방식을 문제로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방법론 문제는 2012년 기출 문제에서 양적접근과 질적 접근이 출제된 것이나 2003년 기출 문제로 과학적 접근의 측면에서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는 질문과 같은 선상에서 나온 문제이다.

방법론 내용적으로 볼 때 과거 전통적 접근이 제도와 법규칙을 중심으로 인간공동체를 다루었다면(대표적으로 몽테스키외의 권력분립론을 들 수 있다) 행태주의는 인간의 행동을 통해서 인간의 동기와 인간공동체의 정치질서를 설명했다. 그러다가 1969년 이후 후기 행태주의의 실천중심적 접근을 뛰어 넘어서 후기 실증주의 계열들의 방법론적 회의와 개선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통계와 비교를 통한 일반화를 거부하면서 특수한 사건들의 맥락을 살펴보고 의미를 해석하자는 질접 접근 방법이 있다. 해석학이나 역사학 그리고 사례연구에 초점을 두고 있는 이 입장은 인간 행동의 ‘맥락’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인식론인 만족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연구를 개별화 하고 파편화시킴으로서 우리에게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지식을 전달해 주지 못한다. 따라서 양적접근의 문제를 극복하면서도 질적접근의 특수한 사례접근을 보완하고자 하는 구성주의 방법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경향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정치학 연구방법론 : 자연주의와 구성주의』 (을유출판사: 요나톤 모세스 , 투르뵨 크누트센 지음 신욱희 , 이왕휘, 이용욱 옮김, 2011년)은 최근 방법론의 세계적인 흐름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방법론이 강조되는 것은 최근 다른 시험의 경향과도 연관되어 있다. 입법고시에서 출제된 분석수준을 설명하고 이것을 가지고 한일관계 경색을 설명하는 문제나 2013년 선거제도에서 참여여부를 묻는 것이나 2014년 입시에서 선거제도의 당선자 결정방식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과 2014년 국립외교원에서 민주평화이론의 세부적인 이론인 제임스 피어론(James D. Fearon)의 청중비용(audience costs)에 관한 문제들은 모두 행태주의적 방법에 기반을 둔 연구들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시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러한 주제들을 다루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은 뚜렷하다. 전세계적으로 사회과학계의 가장 핵심적인 화두인 “우리는 얼마나 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행태주의와 합리적 선택에 기반을 둔 이론에 대한 출제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한국의 정치학계가 미국에서 학위를 하고 온 사람들이 목소리가 큰지만 합리적 선택이론계열의 접근으로 학위를 하고 온 분들의 목소리가 생각보다는 많이 반영되지 못해왔다. 하지만 최근 합리적 선택접근이 정치학회에서도 중심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방법론자체(예를 들면 양적 접근과 질적 접근)와 합리주의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적 입장에 대한 논쟁을 묻거나 합리주의가 상정하는 선거제도의 효과 등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들이 출제될 가능성은 더욱 높다.

다음 시간에도 문제의 특징과 취지 그리고 출제경향에 대해서 복기를 이어가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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