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업무 중심으로 개선 필요
부작용 해소되지 않을 시 폐지 논의도
공무원 경력이 있는 경우 각종 자격증 시험의 1차와 2차시험 일부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일 ‘자격시험에서의 공무원 경력인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공무원 경력인정제도는 면제요건과 방식이 불합리하고 시험결격요건이 지나치게 완화돼 있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 공무원 경력인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공무원 경력인정제도’는 일정한 공무원 경력을 가진 자에 대해 국가자격증시험의 일부를 면제해주거나 자동으로 그 자격증을 부여해주는 제도다. 유능한 인재를 채용해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근무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1960년대에 도입됐다.
현재 공무원 경력인정제도가 인정되는 자격증 시험은 변리사와 법무사, 세무사, 관세가, 공인회계사, 공인노무사, 공인행정사시험으로 총 7개다. 다만 공인행정사시험의 경우 조사 당시 일반인 대상의 시험을 시행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에서는 제외됐다.
이 중 공인회계사시험의 경우 1차시험만을 면제해주고 있고, 나머지 시험은 경력에 따라 1차시험과 2차시험 일부까지 면제해주고 있다. 공인행정사시험은 개정 행정사법 공포일인 2011년 3월 8일을 기준으로 면제 특혜를 달리 부여하고 있다. 공포일 이전까지의 경력자에 대새서는 시험의 전부면제가 인정되고 있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공인회계사를 제외한 모든 자격시험에서 공무원 경력인정제도를 통한 시험면제자 중에서 최종합격자가 배출되고 있으며 법무사와 세무사시험의 경우 다른 시험에 비해 시험을 면제받은 최종합격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행정사시험의 경우 전부면제가 인정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첫 시험을 시행한 행정사시험에서 시험을 전부 면제받은 인원은 일반인 합격자의 223배에 달하는 66,194명이었다. 올해는 더욱 악화됐다. 일반인 지원자가 전년의 3분의 1 수준인 3,734명으로 크게 줄어든 반면 전부면제자는 2만명 이상 증가한 87,700명이었다.공무원 경력인정제도의 부작용으로 일반인 수험생들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전관예우로 악용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국민들의 공정한 경쟁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직업으로서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되는 등 사회적 환경이 달라졌다”며 “공무원 경력인정제도의 개선 또는 폐지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외국 사례…경력인정 범위∙요건 엄격히 제한
한국과 달리 외국의 경우 공무원 경력인정제도를 적용하는 범위와 인정요건이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경력이 있는 경우 일정 범위 내에서 시험을 면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과 독일, 미국 등이다.
이 중 일본은 변리사법과 세리사법, 통관업법에서 공무원 경력인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험 전체를 포괄적으로 면제하는 한국과 달리 직무와 연관성 있는 과목 위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세무사법에서만 공무원 경력인정 제도를 두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변리사시험에 대해서만 이를 인정하고 있다. 또 업무를 통한 전문가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하는 등 인정요건도 한국보다 훨씬 더 엄격히 구체화돼 있다.
■ 기간→업무 중심 개선…전면폐지도 고려
보고서는 현행 공무원 경력인정제도는 시험면제요건이 근무기간 중심으로만 이뤄져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험면제의 형태도 과목 중심이 아닌 시험 전체를 포괄적으로 면제하고 있으며 시험면제라는 광범위한 혜택에 비해 시험결격 요건은 경미하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험면제요건과 방식을 개선하는 방법이 제안됐다. 시험면제요건을 해당 부처의 근무기간 중심에서 구체적인 업무 범위 중심으로 변경하고 시험면제방식도 시험 전체의 면제가 아닌 경력과 관련된 과목 중심의 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파면 또는 해임을 받은 경우만을 결격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경징계를 받은 경우에도 시험면제를 허용하지 않도록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공무원에 대한 특혜로서의 성격을 완화하고 전관예우 방지 장치를 마련하는 측면에서다.
보고서는 “향후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부작용을 줄일 수 없거나 국민들로부터 제도 유지에 대한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제도의 전면적 폐지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혜성 기자 desk@lec.co.kr
독일법을 따르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와 같이 극소수의 나라에서만 줍니다.
관피아는 없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