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성혼 소송의 의미와 법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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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성혼 소송의 의미와 법적 쟁점
  • 장서연
  • 승인 2014.06.2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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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2013년 10월 31일, 매우 안타깝고 슬픈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40년 동안 동거해온 두 여성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사였다. 두 여성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40년간 동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이 암 질병으로 입원하고 치료를 받게 되자, 법률상 가족이 아닌 일방은 상대방 조카와의 갈등으로 인하여 간병도 못하게 되었고,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났으며, 절도죄로 고발당하는 등 온갖 수모를 당했다. 결국, 60대 여성은 평생 동거해 온 상대방의 임종도 지켜보지 못한 채 지내다가 뒤늦게 상대방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자신이 살던 아파트로 돌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들은 기사에서 ‘여고 동창’ 관계라고 명명되었으나 기사 내용만 봐도, 그녀들이 단순한 여고 동창 관계를 넘어, 훨씬 깊은 인생의 동반자 관계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들의 관계는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아무런 인정도, 보호도 받지 못했다.

한국에서 동성커플은 이성커플과 달리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 관계를 인정받지 못해서 여러 가지 차별과 불이익을 겪어 왔다. 파트너가 갑자기 아프거나 다치더라도 병원에서 보호자로 인정되지 않아서 응급상황에서도 혈연가족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파트너가 사망하면 법정상속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함께 살던 집에서 쫓겨나거나 장례절차에서 유가족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철저하게 배제당하는 일도 있었다. 사소(?)하게는 파트너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야 하는 자리에서 그 관계를 설명해주는 적합한 언어가 없어 매 순간 잠시 고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성소수자들에게 당사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철저하게 제도밖에 보이지 않는 삶으로 남아있으라는 강요는 암묵적으로 이성애, 이성 간의 결혼만을 정상적이고 동성애, 동성애자는 비정상적이라는 편견을 강화시키는 낙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 실시한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에도 동거하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많다. 3,158명의 응답자 중에서 현재 연애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45.3%이고, 현재 연애 중인 사람 중 25.5%가 동거 중인데, 동거 중인 사람 중 33.8%가 5년 이상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파트너와의 결혼이나 관계의 사회적 인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제도로 ‘수술 동의 등 의료 과정에서 가족으로서 권리 행사’, ‘국민건강보험 부양-피부양 관계 인정’을 꼽고 있다. 이처럼 성소수자들이 법 제도에서 완전히 배제당함으로써 겪어온 고통과 박탈감을 고려하면, 2014년 5월 21일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혼인신고 불수리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은 한국에서 제기되는 첫 동성혼 소송으로서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소수자 보호를 위한 사법부의 역할, 법 해석의 원칙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는, 2013년 9월 7일, 청계천 광통교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지지 속에서 성황리에 공개결혼식을 치르고, 2013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 즈음에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하였다. 하지만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이들의 혼인신고서를 불수리하면서 별도로 언론에 직접 기고하여 “동성이 혼인까지 하겠다는 것은 전체 문화와 사회질서 법 테두리 이전에 사회적인 규범으로도 사람의 질서와 공동체의 정체성에 있어 위험한 생각”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우리 민법은 혼인을 민법 친족․상속편의 제800조 내지 제843조에서 규율하고 있으며, 제813조에서 “혼인의 신고는 그 혼인이 제807조 내지 제810조 및 제812조 제2항의 규정 기타 법령에 위반함이 없는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성혼에 대하여 근친혼(제809조)이나 중혼(810조)과 달리 직접적인 금지 또는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일부 국가의 혼인법에서 "혼인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한다(Marriage is between men and women)"라는 규정과 분명히 구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대문구청장은 “기타 법령인 민법 제815조 제1호, 민법 제826조 내지 제834조, 민법 제839조의3 내지 제840조”를 불수리 사유로 들었다.

불수리사유의 하나로 들고 있는 제815조 제1호의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는 ‘동성 혼인은 혼인이 아니니까 혼인이 아니다'는 순환오류적인 주장을 펴고 있는 것에 불과하며, 불수리사유로 들고 있는 나머지 조항(민법 제826조 내지 제834조, 민법 제839조의3 내지 제840조)은 혼인의 성립이나 효력요건이 아닌 혼인의 효과와 이혼에 관한 조항으로서 “부부”라는 용어에서 불수리 근거를 든 것으로 보인다. ‘부부’라는 단어는 어원적으로는 성별 특징적인 단어일 수는 있으나 혼인법을 가부장제와 성별에 의한 차별을 철폐하려는 방향으로 합헌적이고 통일적으로 해석한다면, 혼인과 관련된 표현들의 언어적 기원은 현대적 해석에 방해가 되지 않으며, 이미 한국 언론들도 김조광수, 김승환과 같은 동성 부부에게도 배우자라는 의미로 “부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건에 추상적인 규범을 적용하기 위하여 해당 법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그 의미가 항상 명확하게 특정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대법원은 성전환자 성별정정 사건에서 “(구) 호적법이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란 기재를 수정하는 절차규정을 두지 않은 이유는 입법자가 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입법 당시에는 미처 그 가능성과 필요성을 상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면서 “호적기재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입법 취지에 합치되는 합리적인 해석”이라는 점을 종합하여 성별정정을 허용하였으며, 대법관 김지형은 보충의견에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에 관한 절차적 규정을 입법적으로 신설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형태로든 그에 관한 가시적인 입법조치를 예상하기 힘든 현재의 시점에서는 입법 공백에 따른 위헌적인 상황이 계속되는 것보다는 법원이 구체적·개별적 사안의 심리를 거쳐 성전환자로 확인된 사람에 대해서는 호적법상 정정의 의미에 대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통하여 성별 정정을 허용하는 사법적 구제수단의 길을 터놓는 것이 미흡하나마 성전환자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성적 지향은 모든 인간의 정체성의 한 깊은 부분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3년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지향 자체는 정신적 장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를 동등한 입장에서 가치중립적인 성격으로 진단․ 분류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국제연합 국제인권조약 감시기구들은 유권해석인 일반 논평(General Comments)을 통해 차별금지조항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의 규범적 관점에서도 동성애자를 이성애자와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법에 있어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심사하고 선언하는 사법부로서, 법원은 성소수자 문제를 둘러싼 과거의 오류와 편견에서 벗어나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는 한편 성소수자가 받아 마땅한 법적 보호 영역을 해석하고 발견해 내야 할 시대적 책무가 있다.

헌법 제36조 1항의 의미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양성의 평등’이라는 문언을 근거로 헌법적으로 동성혼이 배제된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위 조항에서 '양성의 평등'은 '혼인' 뿐만 아니라 '가족생활'에 기초되는 가치를 공통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므로 문리해석상 이성 간의 혼인만을 전제하는 뜻으로 해석될 수 없다. 헌법제정자는 동성 간의 혼인에 대해 어떠한 가치판단도 하지 않았으며 결국은 혼인의 개념에 대한 헌법해석의 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그동안 한국의 가족법제도는 더디기는 하지만 1997년 동성동본금혼제 폐지, 2005년 호주제도가 폐지되는 등 꾸준히 혼인 당사자의 자유의사,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전제로 혼인의 자유와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오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1997년 동성동본금혼제도에 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혼인제도와 가족제도의 헌법원리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규정되어야 함을 천명한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으며, 2005년 호주제도에 관한 헌법불합치결정에서는 “헌법에서 말하는 전통문화란 역사성과 시대성을 띤 개념으로서 헌법의 가치질서, 인류의 보편가치, 정의와 인도정신을 고려하여 오늘날의 의미로 포착하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인간생활의 가장 본원적이고 사적인 영역이므로, 혼인·가족생활을 국가가 결정한 이념이나 목표에 따라 일방적으로 형성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민주주의원리와 문화국가원리에 터 잡고 있는 우리 헌법상 용납되지 않고, 국가는 개인의 생활양식, 가족형태의 선택의 자유를 널리 존중하고, 인격적·애정적 인간관계에 터 잡은 현대 가족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동성혼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동성혼을 인정하는 국가는 2001년 네덜란드를 비롯하여 2013년에만 브라질, 프랑스, 우루과이, 뉴질랜드가 가세하여 16개국에 이르는 등 동성 간에도 혼인 및 생활동반자관계를 제도화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평등권 위반으로 위헌적이라는 세계 각국의 최고법원의 판결들 - 미국 하와이 주의 Baehr v. Lewin (1993), 버몬트 주의 Baker v. Vermont (1999), 매사추세츠 주의 Goodridge v. Department of Public Health (2003), 캘리포니아 주의 In re Marriage Cases (2008), 코네티컷 주의 Kerrigan v. Commissioner of Public Health (2008), 아이오와 주의 Varnum v. Brien (2009), 캐나다의 Halpern v. Canada (2003), 남아프리카공화국의 Minister of Home Affairs v Fourie (2005) 등 – 을 통해 이제 평등권, 차별금지, 혼인에 대한 보편적인 해석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은 법의 정의와 평등에 관한 진지한 질문에 성실하게 응답해야 한다. 

<공감 뉴스레터 2014년 6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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