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위로가 필요한 대한민국, 회전의자와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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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위로가 필요한 대한민국, 회전의자와 동행
  • 오시영
  • 승인 2014.06.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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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문창극 국무총리후보자가 안대희 전 대법관에 연이어 국무총리후보직을 자진 사퇴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총리후보로 지명된 후 열나흘만의 참극이다. 필자가 지난 호에도 썼듯이 문창극 후보지명자는 굉장히 억울하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가 사퇴의 변을 통해 자신이 친일파 혹은 매국노로 매도된 것에 대한 분개심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음에서도 이를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은, 그 전까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조부 문남규까지 들먹이며 독립유공자 집안이라는 것을 연결 지으려 했겠는가? 아마 그는 오늘밤 스스로를 돌아보며 지난 2주 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진 총리후보지명에서 철회까지의 전 과정을 되돌아보며 꿈인가, 생시인가 망연자실해 할 것이다. 영욕이 교차된 순간 앞에서 만감이 교차할 것이겠지만, 그래도 내가 옳다 라며 자신의 그 동안의 칼럼과 강의 등을 곱씹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에 빈 의자가 넘쳐나고 있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선악과를 놓고 먹을까 말까 고민하며 군침을 흘리는 모습이 연상되어 나온다. 먹고는 싶은데 감히 먹을 수 없는 선악과처럼, 앉고는 싶은데 감히 앉겠다고 할 수 없는 국무총리라는 자리, 또는 장관급 임명직 자리를 놓고 수많은 이들의 호시탐탐 노리는 눈들이 번뜩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원로가수 김용만이 1965년에 발표한 “회전의자”라는 유행가가 생각난다.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인데 사람 없어 비워둔 의자는 없더라......억울하면 출세하라 출세를 하라”라는 노래가사로 되어 있는 노래 말이다. 마지막 부분 “아아아~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노랫말은 출세하지 못한 많은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기도 했었다. 발표된 지 50년의 세월이 지난 회전의자 2절 마지막 소절은 “아아아~ 억울해서 출세를 했다 출세를 했다”고 끝맺는다. 그 빙글빙글 도는 회전의자에 앉을 수 있게 출세를 했다는 것이다. 한 마디 툭 던지고 싶어진다, “그래서, 어쨌다고?”.

2010년대의 대한민국에서 지금 출세했다고 나름 평가되는 사람들은 그들의 20대, 30대였을 1970년대와 1980년대를 “출세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며 동분서주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문창극 후보자나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처럼 군대시절에도 어떻게든 틈을 내어 석ㆍ박사과정을 공부했고, 남이 하나 하기도 쉽지 않은 어려운 일을 두 개 세 개 한꺼번에 겹치기해가며 출세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왔던 것이다. 당시에는 그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개 하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했고, 세상도 그들을 우수하다고 평가했던 때가 있었다. 형식적으로 보면 군무이탈이니 등의 비판이 가해지겠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그들은 이리저리 시간을 쪼개서 어렵게 땀흘려가며 공부했을 것이다. 굉장히 분주했을 것이다. 나름대로 한군데에 쏟아 붓기에는 넘쳐나는 능력이었기에 이를 이중삼중으로 쏟아 부으며 시간을 쪼개서 미래의 회전의자 앉기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회전의자 앉기 성공을 자축할 즈음에 그러한 자신들의 젊은 시절 노력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 앞에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그땐 모두 그렇게 했고, 그러한 자신들을 주위 사람들이 칭찬해 주었었는데 왜 이러지 싶을 것이다.

1980년대까지 되돌아보면 모든 것이 어영부영 이루어지던 사회시스템 사회였던 것은 사실이다. 아직은 엄정한 시스템구축이 객관적으로 정립되지 못한 과도기여서 이를 잘 활용(?)하면 모든 것이 대충 이루어지던 세상이 한때 있었음 또한 사실이다. 그러기에 관행처럼 이루어져 온 과거를 과거의 시점으로 평가하지 않고, 객관화되고 맑아진 현재의 시각으로 재단하며 온갖 비난을 퍼붓는 것이 못내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오십년 전에 발표된 김용만의 회전의자가 여전히 지금도 노래방에서 흥겨운 노래 중 하나로 선곡되어 불려지면서도 그 평가기준이 달라져 버린 세상인 것을. 억울해서 출세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서 출세했더니 세상은 엉뚱하게 “왜 너만 특혜를 받아 그렇게 했냐고?” 비판하니 참으로 괴롭겠지만, 원래 세상은 그런 것인 걸 어쩌랴. 그렇지 않게 정도를 걸으며, 당시에는 무능하다고 손가락질 당했을지 몰라도 지금 보니 올바르게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이제는 출세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고 빈 의자에 앉혀주는 것도 나름 공평하지 않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눈에 그런 사람들이 발탁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기대난망일까? 그 나물에 그 밥일까?

경제민주화, 복지공약 등 대선공약이 물 건너간 정치판에서 국민들은 적잖이 상처를 받았다. 거기에 세월호 참사로 인해 300명이 넘는 귀한 생명이 한순간에 수장당하는 국가적 재난 앞에 모든 사람들이 극단적 슬픔에 사로잡혔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다는, 못할지도 모른다는 배신감과 절망감에 온 국민이 좌절에 빠진 것이다. 거기에 임 모 병장에 의해 최근 발생한 22사단 관할 GOP 전방부대에서의 총기난사사건은 국가안보에 대한 근심과 더불어 우리의 자녀를 과연 국방의 신성한 의무라는 말 한 마디로 군대에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가 하는 회의를 갖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게 되고 말았다. 3년 전 강화도 해병대 2사단 8연대에서 발생한 총기사건 때에도 군대내 왕따 문제가 심각한 원인으로 작용하더니 이번 22사단 사건 역시 왕따 문제가 주요원인 중의 하나로 작동했음이 밝혀졌다. 전우애로 똘똘 뭉쳐도 유사시 적에게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염려스러운데, 이렇게 왕따 문제가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는 군이라면 아군끼리 총격전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는데도 이를 시정할 책임자들이 수수방관하고 있음은 참으로 문제 중의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 양극화 현상의 심각성은 우스갯소리로 유치원에서부터 시작한 왕따, 차별화가 초등학교, 중등학교, 대학, 군대, 사회로 나아갈수록 커져 국가를 사분오열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포스럽기조차 하다.

오늘은 분명 모든 국민에게 위로가 필요하다. 모든 국민의 상처의 극점은 문창극 총리후보지명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자국민을 게으르고 미개하다고 평가한 극심한 민족성 비하, 일본제국 침략주의자의 폭악을 하나님의 뜻으로 오도하며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잘못된 종교관, 국민 수백만 명이 살상한 민족적 비극인 6ㆍ25를 미국을 붙들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라며 감사해하는 황당한 역사관과 민족관을 가진 이를 국무총리로 지명한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국민적 비판 앞에, 급격히 떨어지는 대통령 지지율에 화들짝 놀라 재가를 차일피일 끌어 자진사퇴토록 강압하여 중도낙마를 시켰지만, 국민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민족적 자존감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에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이를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립으로 볼 일은 아니라 하겠다. 위로가 필요한 때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민족정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문득 가수 최성수의 “동행”이라는 유행가 가사가 가슴을 쳐온다. “아직도 내겐 슬픔이 우두커니 남아 있어요/ 그날을 생각하자니 어느새 흐려진 안개/ 빈 밤을 오가는 마음 어디로 가야만 하나/ 어둠에 갈 곳 모르고 외로워 헤매는 미로/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사랑하고 싶어요......” 많은 국민들이 좋아하는 노래이다. 가사를 사랑하는 연인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대상을 치환한다면 지금 모든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느낌에 그대로 변환될 수 있는 가사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국무총리를 누구로 임명할지 아직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흐려진 안개에 가려져 어둠에 갈 곳 모르고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국민들은 모두 알고 있는 길을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죽하면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그만 두게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자폭적 진실을 고백하고 말았겠는가?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우두커니 남아 있고, 22사단총기난사사건으로 순직한 군인들에 대한 슬픔으로 모두의 눈이 흐려진 안개처럼 슬픔에 젖어 있고, 모든 국민은 지금 함께 울어줄 사람, 함께 밤길을 걸어가 줄 동행을 찾고 있다. 그래서 함께 슬픔을 위로하고, 함께 아픔을 극복하고,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사랑을 찾고 싶어 한다. 그 나라는 분명 정의가 살아 숨 쉬고 공정함이 강물처럼 흐르는 따뜻한 나라여야 하지 않겠는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의자는 움직이지 않은 고정식 의자에 비해 편리한 점이 많다. 그러기에 모두들 임자가 없는 회전의자라면 먼저 앉고 싶어 한다. 하지만 출세한 자만이, 선택된 자만이 그 회전의자에 앉을 수 있기에 물불 안 가리고, 남을 해쳐가며 성공하기 위해 몸부림쳤고, 그래서 이제 회전의자에 앉을 만큼 출세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국민들은 경고한다. 이제 자신을 되돌아 보라고. 고정식 의자에 앉아서도 충분히 호의호식했으니, 적임자가 아니면 회전의자에 앉기를 스스로 사양하라고 말이다. 회전의자는 전후좌우, 사방을 모두 볼 수 있는 맑은 눈의 소유자만이 진정 앉을 자격이 있지 않겠는가. 회전의자에 앉고자 하는 그대여, 스스로 그대 눈이 맑은가?

교육과학부장관으로 내정된 김명수 후보는 사퇴하는 것이 옳다. 제자의 논문을 빼앗아 자기 논문으로 둔갑시키고, 그 논문으로 부정승진하고, 연구비를 타낸 것은 교수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없는 자이다. 한마디로 교육계의 도둑놈이라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도둑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듯이 이러한 학문적 후안무치한 이에게 대한민국 교육의 총지휘봉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이건 국민의 정신을 죽이는 것이고, 교육을 죽이는 것이다. 또한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도 사퇴해야 한다. 불법정치자금을 불법전달해 유죄판결을 받고, 1997년 대선당시 북풍사건을 조작해 국내정치를 농단한 자가 국정원장이 된다면, 2012년 19대 대선에서 국정원 직원들에 의해 자행된 일명 댓글여론조작수사를 방해하고 남북정상회담회의록을 위법하게 공개하여 정치개입에 나선 책임을 지고 경질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무엇이 다른가? 과거가 미래를 말한다. 또다시 동일한 불법을 자행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어디 있는가.

김용만의 회전의자, 최성수의 동행을 모두 한 번 불러봤으면 싶다. 시카고 거리 곳곳, 최고의 중심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시카고 거지”들이다. 대형건물 코너마다 말쑥한 거지들이 앉아 “Homeless, Help Me”라는 팻말을 들고 앉아 있다. 물론 빈 깡통 하나와 함께. 지나가는 행인들이 심심찮게 동전이나 1달러짜리를 건넨다. 거지도 당당하고, 행인도 소박하다. 그 시카고 거지에게 “출세해라!”라고 한다면 “그래서 뭐 할 건데?”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월드컵 16강에라도 진출할 수 있다면 아주 작은 국민적 위로가 될 듯도 싶은데, 그것마저 싹수가 노란 것을 보며, 되는 것이 없구나 싶다. 그래도 어쩌랴, 우리 모두 크게 한 번 웃자, 하하하... 하하하... 웃고 나서 묵념하자, 6ㆍ25를 비롯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운명을 달리 한 호국영령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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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 2014-07-01 17:14:12
교수님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석진 2014-07-01 17:14:12
교수님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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