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저 인터뷰] 없는 사람들도 기 펴고 살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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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저 인터뷰] 없는 사람들도 기 펴고 살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만들 것!
  • 이아름 기자
  • 승인 2014.06.1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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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갑과 을의 부당한 현실을 세상 밖으로 끌어냈던 ‘남양유업 사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대형마트 영업 규제’ 등 경제라는 이름하에 서민들의 생업과 자존감이 짓밟혔던 사건 뒤에는 항상 김성진 변호사가 있었다. 그는 중소기업보호 법안 입안과 편의점 24시간 영업 강제 금지 등 법제도 개선에도 기여해 왔다. 지금은 론스타를 상대로 외한은행 주주를 대리해 3조원 이상의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그의 행보는 법조인의 길을 걷고자 결심했을 때부터 지켜온 초심의 발현이다. 돈 없는 서민들도 떳떳하게 기 펴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었고, 그렇게 해 왔으며, 앞으로도 사회 개선을 위한 공익활동을 계속 확대해 나간다는 다짐이다.

 
사회개혁가의 꿈을 꾸다

고등학생 시절 김성진 변호사의 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항상 자전거를 타야 했다. 빗길 속, 자전거의 체인이 자꾸 말썽을 부려도 그는 항상 담담했다. 낡은 자전거에서 으레 있어 왔던 일인 듯, 면장갑을 끼고 체인을 되감곤 했다.

“버스비가 없어서 자전거만 탔다. 문제집도 친구들 것을 빌려서 봤고, 대학 때도 책을 사기 위해 막노동을 한 적도 있다”

그가 나온 포항고등학교는 비평준화 지역이어서 합격선이 전국에서 높은 학교로 꼽혔다. 포항제철에서 만든 사립고에서도 고교전액 장학금은 물론 서울대 입학 시, 4년 전액장학금 지급을 내세웠지만 그는 공립학교인 포항고를 선택했다.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고등학교 생활, 그의 곁에는 어려서부터 서당에 다니면서 한학에 조예가 깊은 친구가 있었다. 그 덕분에 ‘논어’를 읽으면서 책 말씀 그대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자처럼 ‘보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지향점이 생겨났다.

또한 대학교에 다니던 친구의 형을 통해 당시 대학생과 지식인이 고민했던 사회 문제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다.

그런 친구들과 밤늦도록 인생과 세상을 얘기하고 그러한 고민을 공유하는 이들과 모임을 만들어 세계 역사에서부터 민족주의를 중심으로 한 사회과학, 유학을 중심으로 한 동양학 분야 등의 책을 골라 읽으며 토론하기도 했다. 이러한 영향인 듯 세상의 바른 길을 찾아 사회개혁에 일조하겠다는 꿈을 안고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직업적 만족보다 사회기여 하고파

대학생이 된 그는 ‘세상이 나아갈 길을 찾겠다’는 노력을 계속했다. 대학교 선배들은 확신에 찬 운동을 한 반면, 그는 선배들과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감하면서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3학년에 접어들 무렵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 무렵 현실적인 고민도 자리 잡게 됐다. 부모님 부양 등 경제적 문제 해결과 사회적인 안정, 그 속에서 사회적 고민을 계속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큰 직업으로서의 법조인을 선택하게 됐다. 단순히 주어진 일을 하면서 안정적 삶과 직업적 만족을 추구하기보다는 사회기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좋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법시험 준비기간이 짧을수록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학 재학 중에는 공부에만 집중하지 못했다. 세상과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 신문과 잡지, 인문과학서적 등과 멀어질 수 없었고, 그만큼 합격 시점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대학 졸업 이후 현실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 현실감이 주는 긴장감 덕분에 졸업 이후 1년 반 만에 1차 합격, 2차는 다음해인 1999년에 합격했다. 1차 한 달 전에는 15~16시간 정도 방에서 공부만 했고, 일주일 전에 하루에 한 과목 정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집중했던 수험시절을 보냈다.

“시험 합격 경쟁률은 1.1:1이다. 스스로 포기만 않으면 합격한다”

나와의 경쟁에서 0.1 차이라는 것이지만 이는 열심히 했을 때의 얘기다. 김 변호사는 수험생들에게 마지막까지 꼭 합격한다는 자신감과 집중하면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대학교 때도 현실문제에 집중하자는 취지에서 당구를 치지 않았고, 지금도 그 맥락에 따라 골프를 치지 않는다. 대학 때 든 생각대로 환경오염을 생각해서 차도 없다. 집도 굳이 가져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지금도 집이 없다. 여느 10년차 이상의 변호사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연수원 생활 때부터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고 있는데 더 잘 해 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돈을 벌면서 공익활동도 함께

연수원 때는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기여라는 관점에서 판검사보다 변호사를 생각했다. 경제적인 약자,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 잡는 것에도 관심이 컸다.

공익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법무관을 마칠 즈음 그의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돈만 버는 대형로펌은 그의 희망이 아니었다. 그의 첫 직장이자, 오랜 시간 함께했던 로펌은 선배들이 공익활동을 위해 만든 로펌이다.

“선배들이 공익활동을 하면서 열심히 살라고 만든 로펌이었죠”

당시 법무법인 한결은 공익활동을 업무와 똑같이 취급해 주는 로펌이었다. 돈도 벌고 공익활동도 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곳이다. 취업이 되자마자 그는 민변에 바로 들어갔다.

로펌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 일을 해야 했지만, 공익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장려하는 분위기였다. 저년차 때는 일하고 남는 시간에 공익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였다.

“후배들에게 변호사가 되면 꼭 사회단체에 가입해 보길 조언하죠”

그도 처음엔 민변 회의에 참석해 논의되고 있는 일에 대한 맥락을 따라잡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지금도 공익활동의 끈을 놓지 않고, 더욱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다.

2005년도 변호사가 된 동시에 민변활동을 시작, 2006년경 민변에서 다른 변호사들과 함께 민생경제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지금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다. 이 민생위는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 경제적 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민변의 자유권적 기본권 옹호 중심에서 나아가 국민들의 사회적, 경제적 기본권 옹호를 목표로 활동을 확장해 왔다. 그 활동에 김성진 변호사가 늘 함께 했다. 

 
을에게도 권리를! 갑에겐 경종을!

“없는 사람들도 기를 펴고 살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첫 걸음으로 주거불안문제부터 시작해서 공정거래, 금융, 조세재정 분야로 확대됐는데, 서민들이 먹고 사는 일에 관계된 갖가지 일들에 대해 정책 제안을 하고 부당한 일은 기획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생경제위원회에서 함께 한 주요 사건들로는 갑을문제를 세상에 드러낸 남양유업 사건과 편의점 24시간 영업 강제 등이 있다. 남양유업은 민변 변호사들의 중재참여로 실질적으로 해결됐다.

편의점주는 본사의 과장된 정보만 믿고 편의점을 열었지만 적자가 계속 되고, 그럼에도 24시간 억지로 편의점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생활고에 지쳐 여러 명의 편의점주가 자살에 이르기도 했다. 편의점주들이 모여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고, 민변 변호사들의 도움으로 과장된 정보 제공금지, 24시간 영업 강제 금지 등의 입법적 개선을 이뤄 냈다.

“2013년 개정된 가맹사업법은 정치권의 공약도 아니다. 시민들의 문제제기를 받아 시민단체, 법률가들이 나서서 법을 만들었다”

골목상권 시장상인의 몰락에 대한 문제제기로 대형마트 영업시간이 제한된 것도 민생위가 함께 추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쟁송 중이다. 대형마트 쪽에서는 헌법소송이나 행정소송 등 온갖 소송을 제기하고 있고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소송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3조원 대 론스타 소송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서 그는 현재 론스타 소송을 이끌고 있다. 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자본이어야 한다. 그런데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산업자본 계열사를 감췄고 이것이 문제가 됐다.

김성진 변호사는 외환은행 주주들을 대리해 산업자본가로서 은행인수 자격이 안 되기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 당시의 인수 자격이 없고, 따라서 주식인수 계약이 무효라는 취지로 소송에 임하고 있다. 배당금 1조 3천억과 그로 인한 차액 2조 1천억, 총 3조 3천 480억을 반환하라는 소송이다.

하지만 론스타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 소송 자체만으로는 승산이 있는 승부지만,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이 인수해 지금은 대주주가 하나금융지주가 됐다.

그리고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서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만들어 버려 개인주주들의 주주자격 적법성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앞으로 소송의 향방은 안개속이지만 쉽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염원하던 공익전담 변호사로

김성진 변호사는 경력 13년차로, 공익전담 변호사 중 가장 고참이다.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만들어진 희망법의 탄생과 운영에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줘 왔다.

그는 민변 활동뿐만 아니라 경제개혁 이슈들과 관련해 보다 전문적인 정책 부분을 총괄하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을 대행하고 있다. 동양 사태, 론스타 사태에 대한 대응, 개인신용정보 유출에 대한 대응,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재벌지배구조개혁 입법, 모피아를 견제하기 위한 입법 등 다른 법률가, 회계사, 경제학자들과 함께 사회에 이슈를 던지고 있다.

또한 참여연대의 전체 의사를 결정하는 기구인 상임집행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는 경제금융정책뿐 아니라, 사법과 행정 감시, 나아가 평화 이슈에 관한 의사결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얼마 전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의 정책자문위원으로서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된 일까지 맡아 하고 있다.

변호사는 시간이 돈이라는 말이 있지만 김성진 변호사는 돈은 적게 벌어도 공익활동을 더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다. 그래서 지난해 말경부터는 전적으로 공익활동만 하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때마침 법무법인 원에서 사단법인 선을 만들어 법인차원에서 공익활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고, 전문적이면서 적극적인 공익활동을 펼쳐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김성진 변호사에게 함께 해 주길 제안했다.

그는 공익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 사단법인 선의 상임변호사로 활동하기에 이르렀다.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사단법인 선에서는 사회적경제와 여성인권, 국제인권 3가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지금까지 그가 해온 경제민주화 입법운동과는 영역이 좀 다르지만,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 가면서, 필요한 입법안 검토 등 법적, 제도적 개선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나가고 있다. 

 
지금처럼 공익활동에 전념

그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마음 그대로 공익활동에 전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국민들이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고통을 덜고,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도 자존심을 세우고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를 만들고 개선해 나갈 것이다.

더 나아가 참여연대, 시민운동 전 분야에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싶어 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전문성에 더해 권력을 감시하고, 평화정착 등의 분야로 활동을 더 확장해 나가고 싶은 바람을 가졌다.

김성진 변호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조인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경제적인 안정뿐 아니라 공익활동을 통한 사회에 대한 기여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업에 뛰어들고 나면 현실적으로 먹고사는 것에 급급해 초심이 흔들리고, 공익활동을 실제로 하는 것이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변호사 초기부터, 아니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에 들어가서부터 민변 등 시민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꼭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회비내고 회의에 나와서 어떤 안건들이 나오고 있는지 공유하는 정도만으로도 공익활동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익활동에 의지를 갖고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 하고, 그 속에 있다 보면 저절로 그런 분위기에 젖게 될 것이다.

글 이아름 / 사진 김현섭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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